양산단층 위 여기,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 그날Ⅰ. 5.1 그리고 5.8 
“어머, 이거 지진 맞죠?”
바닥과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진동은 생애 처음이었기에~ 나의 느낌이 맞는지를 확인해야만 했다. 너무나 확실해 부정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한참 후 모두의 휴대폰에서 울리던 불길한 재난문자~. 어렵게 일정을 잡아 마련된 회식자리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학교 운동장과 마을 앞 공터에서 휴대폰을 의지한 채 불안한 표정으로 거리를 배회하던 사람들을 잊을 수가 없다.

 

# 그날Ⅱ. 4.5
바닥 전체에 은근한 진동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몸이 흔들리고 동시에 어지럼증이 온다.
“느꼈어?” “응”
목적어가 생략된 물음에도 반응은 즉각적이다. 진동이 잠잠해진 사이 남편과 함께 집을 나서며 자동적으로 휴대전화를 찾는다. 서둘러 아이들의 안전을 확인한 나는 인터넷으로 지진 대피 요령을 찾는다. 단체 카톡, 텔레그램을 통해 서로의 안전과 대응 현황을 공유한다. 공적 기관의 발표를 믿을 수 없는 우리는 각자도생의 길을 찾는다. 무정부.

 

지진지도(기상청).JPG

 

(출처:기상청)

 

 

두 번의 강도 높은 흔들림과 혼란을 경험한 우리들의 일상은 흔들림[9.12] 전후가 다르다. 충전식 랜턴을 충전하고, 에너지바와 비상식량, 생수를 구입해 비상가방을 챙기는 우리는 작은 흔들림에도 지진을 의심한다. 재난 발생 시 작동하지 않는 정부의 재난안전 시스템은 우리를 더욱 불안케 한다. 한반도 전체가 흔들렸으니 어찌 우리만의 불안일까마는 노후한 원전과 가동 중인 원전이 밀집한 우리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그 공포가 더하다. 불길함이 충만한 재난문자의 신호음과 함께 도착한 문자엔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는 당부가 더해진다. 우리도 만전을 기하고 싶다. 간절히.


몇 년 전 후쿠시마의 그날은 양산단층 위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오늘이다. 무너진 건물과 밀려오는 바닷물,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에 대한 장면 장면이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다. 실황 중계하는 국민안전처의 재난 예보, 재난 대응 매뉴얼과 추진체계의 부재, 강도 높은 지진에도 원전은 안전하다는 한국수력원자력의 발표~ 그래서 우리는 더욱 불안하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상의 분주함과 치열함, 평온함과 충만함, 이 모든 것이 한순간에 연기처럼 사라질 것 같은 불안이 지속된다. 재난에 대한 불안과 피해에도 불평등이 존재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똑같은 양과 질의 재난이 닥친다 해도 피해에 노출될 확률과 생존할 확률은 형평하지 않다. 여성과 남성이 다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르며, 청년과 노인이 다르다. 특별히 재난안전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자신이 재난에 취약한지 아닌지. 여성인 나의 불안도가 높은 것은 이와 같은 성별 특성의 각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리라. 하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부라면 무릇 안전에 취약한 계층(여성, 장애인, 아동, 노인 등)의 불안을 고려한 만전지책(萬全之策)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우야노. 월성원전 폐쇄, 그건 우째야 하노? 경주 사람 모두 청와대로 가서 폐쇄하라캐야 하는 거 아이가?”
흔들림 이후 ‘월성 원전 폐쇄’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경주여성노동자회 대표에게 지나가던 할머니는 정치적 성찰과 대응에 대한 주문을 한다. 정치적 성찰도 중요하고 대응도 중요하다. 그러나 불통이 정치적 정체성인 현 정부 하에서 우리의 ‘찍소리’를 어떻게 ‘찍소리’로 전달할 것인가는 여전히 숙제이다. 계속 흔들리고 있다며 불안해하는 경주의 주민들, 원전과 가까운 울산과 부산, 영덕 등지의 주민들은 노후 원전 폐쇄와 핵발전 정책의 전면 폐기를 외치고 있다.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어야 함에도 시민들의 요구에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안전하다고만 앵무새처럼 되뇌일 뿐이다. 언론이 다뤄주지 않는 행동은 가시화되기 어렵다. 이곳의 사람들이 외치고 있다. 지진도 공포이지만, 원전은 더더욱 공포스럽다고. 우리들의 찍소리를 들어달라고.

 

자연의 거대한 움직임을 거스를 수는 없으리라. 그리고 가장 참혹한 재난은 자연이 주는 재난에 인간이 자연을 거슬러 구축한 것들의 역습으로 가중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인재(人災)라 부르는 것들. 후쿠시마는 인재(人災)의 전형이다. 우리의 강도 높은 불안은 한반도 양산단층 위에서 후쿠시마의 재현을 경험하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양산단층 위에서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외침이 더욱 큰 울림이 될 수 있도록 양산단층 위 사람들의 행동에 함께 하여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천재(天災)는 어찌하지 못하더라도 인재(人災)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만전지책(萬全之策)을 이끌어내는 그날까지.

 

윤경희(포항여성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