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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낙태죄가 존재하는가


 얼마 전 의정부 지법은 임신중절(낙태)시술 의사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워낙 뉴스가 많아 웬만한 건 눈에 안 띄는 데 유독 이 기사에 주목한 이유는 최근의 대전지법의 선고와 확연히 다른 판결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대전지법은 100명 이상 임신중절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들을 2심에서도 선고유예판결을 하였다. 이유는 “사실상 낙태가 용인되는 사회적 분위기상 피고인들에게만 무거운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반면 의정부지법 형사 6단독은 임신한 지 20주 된 태아를 낙태 시술한 의사와 시술을 받은 20대 여성에게 각각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낙태는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판시하였다.

 유사사건에 대해 이처럼 다른 판결을 하는 지점이 바로 지금 우리 사회 임신중절논의가 놓여있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작년 헌법재판소가 임신중절을 합헌과 위헌의견이 4: 4로 맞선 상태에서 최종 합헌으로 결정한 과정에도 잘 드러나있다.

 임신중절을 법으로 처벌하는것이 과연 맞는가의 판단에는 많은 논쟁거리가 숨어있다. 태아를 생명으로 볼 것인가 아닌가. 본다면 언제부터 생명체인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내용은? 아울러 위헌소송에서 다투었던 내용인 형법의 ‘낙태죄’가 과연 낙태를 막을수 있나 하는 점까지. 실제 얼마 전 한 언론에서는 낙태죄의 합헌결정 이후에도 낙태를 막을 수 없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낙태처벌 합헌1년...낙태수술 여전히 활개”/해럴드경제, 2013년 8월 16일)

 이번 대전지법과 의정부지법의 상반된 판결에서 보듯 우리 사회에서 낙태죄에 대한 합의수준은 매우 낮다. 그러나 이 낮은 합의수준을 조금씩이라도 높혀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게 하는 예가 의정부지법의 사건이다. 여타의 사정들도 있지만 간단히 낙태죄와 관련해 이 사건을 보면, A씨는 경기 의정부시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의사인데 B씨의 임신 20주 태아를 낙태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배우자 C로부터 폭력을 당해 배우자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상태에서 배우자로부터 더 이상 폭력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낙태 동의서를 받아 임신중절 시술을 받았다. 그리고 배우자는 동의서를 써주었다는 이유로 낙태방조죄로 기소되었다. 그러나 법원은 배우자 C씨의 "낙태 동의가 낙태 시까지 그대로 유지됐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내리고 (메디파나뉴스 /2013년 8월 13일) B씨의 낙태가 모자보건법 상 낙태 허용부분에 해당안된다는 이유로 형을 내렸다. 의정부지법에서 각서를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배우자 C씨가 낙태현장에 동행하지 않았다는 것 때문이었다.

 현실에서 낙태를 위해 상대 남성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낙태동의서’는 현실에서는 남성의 낙태 허가서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의정부지법에서 보호한 남성은 부인을 폭행하고, 이혼시 위자료 문제 등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려고 부인인 B씨를 낙태죄로 경찰에 신고해서 형을 받게 한 사람이다. 과연 의정부지법은 이 사건에서 낙태죄를 적용해 누구를 보호한 것일까? 낙태와 관련된 범법의 주요 주체가 여성인 현실이 여성에게 가하는 고통은 너무 크다. 낙태에 대한 사회 논의를 함에 있어 생명권이냐 자기결정권이냐 하는 큰 담론도 필요하지만 낙태죄가 작동하면서 생기는 실질적인 고통의 해결에서부터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글 : 벤자민(한국여성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