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상임 인권위원 임명을 앞두고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


□ 일정 : 2013년 11월 21일(목) 오전 11시. 국회정론관

□ 순서

인권위 개정안 개요 소개 - 장하나 민주당 의원

인권위법 발의 의미-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김광이 장애와 여성 마실 활동가, 둠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인권위원 자격 가이드라인 발표 - 최미경 국제민주연대 사무처장


<기자회견문>

 

‘인권’이 있는 인권위를 위한 인권위법 개정안

- 상임 인권위원 임명 앞두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며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지 어언 1년이 다 되어 간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작년 현병철 무자격 위원장이 연임하는데 침묵으로서 지켜봤다. 또한 인권위의 독립성을 존중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어떤 표명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인권위원장을 교체하려는 전화를 직접 현병철 씨에게 걸었다는 사실은 인권위의 독립성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박근혜 정부가 취한 일련의 태도를 볼 때 현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어떤 차이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전 정부와 다르게 현 정부가 인권을 존중하고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면, 박근혜 정부는 인권위의 독립성을 향상시키고 인권 관련 경험과 감수성이 있고 국제인권기준에도 부합하는, 제대로 된 인권위원을 인선할 수 있도록 인권위법 개정안에 함께 해야 한다. 우리는 그러한 마음으로 인권위법을 전체적으로 개정하는 안을 만들었다.

 

더구나 이번 달은 청와대에 임명권이 있는 상임위원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기이다. 청와대가 최소한의 인권에 대한 상식과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국제기준을 이해한다면 제대로 된 인권위원을 인선해야 한다. 나아가 오늘 제출하는 인권위법 개정안에서 제시한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한 인권위원 인선절차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그러하기에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은 인권위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작년 현병철 위원장 연임 때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수많은 비판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면 인권위원 인선과정이 얼마나 중요하며, 자격이 있는 인권위원을 인선하는 것이 인권위 제자리 세우기의 중요한 걸음인가를 알 수 있다.

 

또한 11월 25일은 인권위가 설립된 지 12주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사회에 인권위 설립은 정부나 기업이 ‘인권’을 주요 정책 결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것임을 공표하는 것이었다.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 특수형태 근로자 보호방안에 관한 권고, 입사지원서 차별 항목 조사 및 개선안 권고 등 설립 이후 각종 인권정책과 권고로 부족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인권이 사회적·개인적 삶의 주요한 가치임을 확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 보수적이고 인권을 무시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인권위는 조직축소와 무자격자 인권위원장 취임이후 MBC PD 수첩 수사 등 표현의 자유 침해와 한진중공업을 비롯한 노동자 민중의 인권침해를 외면하였다. ‘인권’을 잃은 채 ‘권력’을 바라보고만 있는 실정이다. 인권위가 권력의 시녀가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권력을 감시하는, 권력의 인권침해를 예방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독립성은 중요하다. 그래서 파리원칙을 비롯한 국제인권규범에서 국가인권기구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인권위법 개정안은 1) 규칙제정권 등을 통한 인권위의 독립성 확보 2)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한 인권위원 인선절차 마련 3) 각하사유 축소 등을 통한 인권위의 진정기능 강화 4) 회의록 공개 및 비공개회의 축소 등을 통한 인권위 투명성 및 민주성 확보 등을 담고 있다.

 

최근 밀양송전탑 주민에 대한 경찰과 한전의 인권침해에 눈감고 있는 인권위를 바라보며 씁쓸하다. 눈감고 있는 현안을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부끄럽다. 이러한 인권위의 행태가 정부와 여당의 정책추진에 유리할 것이라는 정략적 판단으로 인권위법 개정과 인권위 바로세우기를 외면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지향이 ‘인권’이 아님을 토로하는 것일 뿐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의 전향적 자세를 기대한다.

 

2013. 11.21.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민주당 장하나 의원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자격 가이드라인

 

<해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로 약칭함)가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권위가 자격을 갖춘 사람들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가인권기구의 위상과 기능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을 제시한 국제문서인 ‘파리원칙’에서도 인권위 업무의 독립적 수행을 위해서 인권위를 구성하는 ‘사람’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파리원칙에 따르면, 인권위의 구성과 그 구성원의 인선에 인권관련 시민단체(NGO)와 노동조합, 전문가 단체 등의 참여와 협력이 가능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인권위원의 자격으로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이라는 추상적인 규정만을 두고 있고, 위원장의 경우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치게 하는 정도 외에 인선절차와 검증과정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제외하면 국회, 대통령, 대법원이 자의적으로 선출/지명을 해도 통제할 수단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그래서 그동안 밀실 지명을 통한 부적격자가 인권위원이 될 수 있다는 문제는 안고 있었고, 실제로 부적격자가 아무런 검증절차 없이 임명되는 사례가 수차례에 걸쳐 현실화된 바 있다. 궁극적으로는 추천과 검증절차가 투명하게 제도화되어야 하겠지만, 일단 여기서는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인권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인권위원(장)이 갖춰야 할 자격요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개요>

1. 인권위원은 인권에 관한 전문성, 경험, 그리고 인권지향성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2. 인권위원은 인권위의 독립성을 수호할 의지가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3. 인권위원은 정파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인물이어야 한다.

4. 인권위원은 국내 인권상황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그 문제점에 대한 개선의지가 뚜렷하며, 인권위의 역사적 성과를 계승함과 동시에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5. 인권위원은 국제인권기준을 국내에 실현할 의지가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6. 인권위원은 국제사회에서 존중받으며, 국제사회의 인권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7. 인권위원은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8. 인권위원은 도덕적으로 청렴한 인물이어야 한다.

 

<세부내용>

 

1. 인권위원은 인권에 관한 전문성, 경험, 그리고 인권지향성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인권위원은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자”(5조) 중에서 임명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우리는 여기서 인권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의 요건이 실질적으로 충족되는 인사가 인권위원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려고 한다. 이것은 인권위원이 인권에 대한 이론적·전문적 지식이 풍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충분한 기간에 걸쳐 인권현장에서 직접 인권의 문제를 다루어 본 사람이어야 함을 말한다. 단순히 복지시설을 몇 년 운영했다거나, 변호사 경력이 있다거나, 대학에서 인권이나 법 관련 과목을 가르쳤다고 해서 이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그동안 인권위원의 구성이 지나치게 법조인 중심으로 이루어진 점에 대한 시민사회의 지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권위는 단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입각해서 판단하는 기관이 아니다. 어떠한 법적 전문지식도 인권감수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실제 인권옹호를 위해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인권의식이 결여된 법조인에게서 활자화 된 법리를 넘어 실질적 인권 개선을 위한 헌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인권위원은 또한 장애인,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 이주노동자들 비롯한 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을 증진시키려는 지향성이 있어야 한다.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인권은 인간의 권리가 아니라 인권침해자의 기득권을 보호해주는 언어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권은 정치를 넘어선 것이지만, 동시에 정치적 상황에 크게 좌우되기도 한다. 인권은 보편적인 인간 존엄의 요청이지만, 때로는 국가권력 혹은 사회의 지배집단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기도 한다. 인권에 관한 대립적이고 상충적인 담론 속에서 인권의 가치를 옳게 지키기 위해서는 인권의 자유란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이며, 인권의 평등이란 차별에 대한 거부임을 항상 상기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 혹은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공감능력은 인권위원으로 일하기 위한 필수적인 자격요건이라고 할 것이다.

 

특히 인권위원장은 인권위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인권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 인물이어야 한다. 충분한 기간 동안 진지하고 성실하게 인권의 보호와 증진을 위해서 노력한 사람만이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표하는 인권위원장으로서의 자격이 있다.

 

 

2. 인권위원은 인권위의 독립성을 수호할 의지가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인권위의 독립성은 인권위가 자신의 임무를 다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 3조, UN핸드북 2장 B). 이는 인권위의 독립성은 항상 위협받을 수밖에 없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권위는 기본적으로 국가권력기관이나 거대 사적 기구와 맞서는 기구이다. 즉, 한 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집단의 문제를 지적하고, 그들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사명을 지닌 기구이다. 그래서 전 세계 어떤 정부든 인권위의 존재는 불편할 수밖에 없고, 어떻게든 인권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당한 타협이나 정치적 술수가 아니라 인권에 대한 강력한 자기 확신을 가지고 권력기구에 당당히 맞서 인권의 가치를 수호할 수 있는 인물이 인권위원이 되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두려는 시도를 하였을 뿐 아니라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조직축소 등을 강행한 바 있다. 그러자 인권위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경향을 보여주게 되었고, 급기야 인권위원들이 사퇴하고, 인권위의 전문위원, 상담위원들도 줄줄이 사퇴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많은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인권위와의 협력을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거부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는 특별한 정치적 상황에서 더욱 악화될 수 있지만, 국가기구이면서 독립성을 가져야 하는 인권위의 특성상 항상 내재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권위원은 권력기구들의 독립성 훼손 시도에 항상 직면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상황에 맞서 인권위의 독립성을 수호하기 위한 강한 의지를 가진 인물이 임명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3. 인권위원은 정파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인물이어야 한다.

 

위에서 제시한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나 집권여당과 친분 관계에 있거나 그 정파적 이해와 연관되어 있는 인물이 인권위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인권위의 가장 중요한 존재이유는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그리고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인권보호이다. 그러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인권위는 당연히 국가권력 및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이처럼 강한 독립성이 요구되는 자리에 대통령의 측근인사 혹은 정치적 가신이 임명되면 어떠한 결과가 초래될지는 명약관화하다. 마찬가지로 인권위원직을 정치 진출의 발판으로 삼으려고 하는 인물이 위원이 되어서도 안 된다. 인권위원은 어떠한 정치적 유혹에서도 벗어나 평생을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옹호하고 인권 개선을 위하여 매진하려는 인물이어야 한다.

 

 

4. 인권위원은 국내 인권상황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그 문제점에 대한 개선의지가 뚜렷하며, 인권위 역사적 성과를 계승함과 동시에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인권위원은 국내 인권상황에 대하여 충분한 이해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인권위 본연의 임무인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수준을 향상시키는’ 목적을 수행하려면 무엇보다 국내 인권상황에 대한 이해가 당연히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국제무대 경험이 많다고 하더라도, 국내인권상황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함께 국내 인권현장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없다면 인권위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인권위원은 국내 인권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개선의지가 있는 사람일 뿐 아니라 인권위의 역사적 성과를 계승하고 동시에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동안 인권위는 인권옹호를 위한 많은 결정례를 남겼음은 물론이고 인권 증진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인권 정책 등을 권고하며, 활발한 인권교육을 벌여왔다. 인권활동가들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인권위가 내린 결정 및 권고 등이 비록 미흡하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인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인권기준을 확립해 가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본다. 따라서 인권위원은 인권위가 설립된 이래 내려진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결정 및 정부 정책에 대한 권고 등을 수용할 뿐 아니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5. 인권위원은 국제인권기준을 국내에 실현할 의지가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인권위는 준국제기구로서 국제인권법의 국내 실현을 과제로 삼고 있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법(제2조)의 ‘인권’개념은 헌법이나 법률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인간의 권리를 모두 포함한다. 즉 인권위의 활동은 국내법뿐만 아니라 국제인권법에 근거하는 것이다. 파리원칙이나 UN핸드북(4장 E) 역시 국제인권규범의 비준 ·승인의 촉구와 그 이행의 보장을 국가인권기구의 중요한 임무로 규정하고 있고, 우리 국가인권위원회법에도 “국제인권조약에의 가입 및 그 조약의 이행에 관한 연구와 권고 또는 의견의 표명”(19조)이 인권위의 업무로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인권위원은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인권기준을 국내에 실현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지닌 인물이어야 한다.

 

따라서 인권위원은 세계인권선언 이래 UN경제적 사회적 시민적 권리에 관한 규약(약칭 사회권규약), 정치적 시민적 권리에 관한 규약(약칭 자유권규약), 장애인권권리 협약, 아동권리협약, ILO, 인권이사회 등 국제법상 합의하고 발전시켜온 국제인권체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특히 UN 자유권위원회, 사회권위원회 등에서 한국정부에 권고한 국가보안법 폐지, 사형제 폐지, 파업권 보장 및 공무원 단체행동권 보장, 강제퇴거 금지, 성적 지향을 포함한 차별금지법 제정,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과 대체복무제 시행 등의 요청들을 개인이 수용할 뿐만 아니라 정부가 수용할 수 있도록 촉구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이러한 국제인권법적 권고에 대한 인권위원의 입장은 위원으로서의 자격을 가늠해 보는 좋은 시금석이 될 수 있다.

 

 

6. 인권위원은 국제사회에서 존중받으며 국제사회의 인권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여야 한다.

 

우리의 인권위는 UN의 권고에 의해서 만들어졌음은 물론이려니와 세계 국가인권기구들의 모임인 국제 인권기구 조정위원회(ICC, International Coordinating Committee of National Institutions)의 사무국 역할을 UN 인권최고대표실에서 맡고 있는데서 알 수 있듯이 국가기구면서 동시에 준국제기구의 성격을 갖는다. 우리 국가인권위원회법(19조)에서도 인권위의 업무를 “인권과 관련된 국제기구 및 외국의 인권기구와의 교류·협력”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인권위원은 국제적인 감각과 식견으로 국제사회에서 활동하여 국제사회의 인권증진에 기여할 수 있은 인물이어야 한다.

 

더욱이 현재 우리 인권위가 처해 있는 상황은 이러한 요건을 더욱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인권기구의 성공 사례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바야흐로 우리 인권위는 국제사회에서 국가인권기구의 역할 모델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우리의 전례를 전파하여 국제 사회의 인권증진에도 기여할 것이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안경환 위원장 시절 우리 인권위는 국제 국가인권기구 조정위원회의 부의장국이었고, 사실상 의장국을 예약해 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한국정부의 인권위 대통령 직속기구화 시도, 촛불집회 시 인권침해, 인권위 조직 축소 등 현 정권의 반인권정책에 의해 우리 인권위의 국제적 위상은 급속히 추락하고 말았다.

 

국제사회에서 인권위의 위상을 다시 회복하고 세계적인 모범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인권위원 스스로가 인권위의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이러한 성과를 국제사회에서 나눌 수 있는 국제적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특히 국가인권위원장은 국제사회에서 한국 인권의 상징적인 인물로서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

 

 

7. 인권위원은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인권위는 국가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끊임없이 귀를 기울이고 협력해야 하는 기구이다. 시민사회의 협력은 인권위가 권위주의적 기관이 되거나 관료화의 유혹에 빠지는 것을 막게 해준다. 또한 그러한 협력을 통해 인권위는 인권현장의 실태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으며, 인권위의 권고에도 사회적 비중이 실리며, 그 이행의 실현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파리원칙이나 UN 핸드북(2장 E), 국가인권위원회법 (19조)에서 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와의 협력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따라서 인권위원은 열린 마음으로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시민사회와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8. 인권위원은 도덕적으로 청렴한 인물이어야 한다.

 

인권위의 결정은 아무런 강제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위의 결정이 수용되고 존중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인권위의 인적 구성이다. 인권 현장 활동, 인권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덕망으로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물들로 구성된 위원회 그 자체가 바로 인권위가 미치는 사회적 권위의 원천이다. 특히 인권위원장은 인권위의 인격적 대표자로서 그 누구보다 도덕적으로 청렴해야 시민사회의 지지와 존경을 받을 수 있다. 과거 부정부패에 연루되었거나 탈세나 각종 비리를 저지른 경력이 있는 자가 위원장이나 위원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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