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제1112차 정기수요시위 주관을 마치고


 누군가가 나의 관심사에 대해서 물을 때마다 여성인권분야에 관심이 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을 하기에는 마음 한 켠이 늘 무거웠다. 대답도 오락가락 바꾸기 일쑤였다. ‘과연 내가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는가’ 자문할 때마다 내 안의 목소리는 작아져만 갔다. 기사로 접할 때도, 주위의 친구들과의 대화 도중 가끔씩 이야기가 나올때도 ‘수요집회’라는 이름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일종의 부채감도 있었다. ‘가봐야 되는데, 가봐야 되는데’. 특히 일본과의 역사전쟁이 불거질 때 외교관계의 대립각이 첨예해질 때, 일시적으로 타오르는 이상한 애국심 비슷한 감정은 그러한 부채감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수요집회 참여 이전, 나에게 군‘위안부’ 문제는 한국의 여성들을 성노예화시킨 일본군의 만행, 딱 민족 대립적 차원 그 정도의 이야기였다. 학기중에는 강의를 따라가기 바빴고 쉬는 수요일에는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바빴고, 학기를 마감하고서 방학이 찾아오면 힐링이 필요하다며 고향집에 내려가기 바빴기에 단 한번도 수요집회를 가본적이 없었다.


 그러나 인턴생활을 시작하고서 수요집회 주관이라는 큰 기회가 주어졌다. 한번도 수요시위에 가보지 못한 내가 과연 사회를 볼 자격이 있는건가 하는 죄스러움은 잠깐, 이 흔치 않은 기회에 이 문제를 제대로 알아보고 싶다는 의지가 커졌다. 정대협의 역대활동에 관한 책과 여러 증언집 및 포토에세이 등을 읽었고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의 과거 및 현재 입장 그리고 한국 정부의 태도에 관한 여러 논문들과 많은 기사들을 접하면서 내가 표면적으로만 알던 것 그 이상의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여성의 인권이 폭력적으로 유린당한 국제적인 문제였으며, 전쟁의 참상이 보여주는 비극적 결말이기에 우리의 궁극적 외침은 평화를 위해서라는 것까지.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들에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버릴 수가 없었고 꾸역꾸역 터져나오는 울음들에 책을 덮어야하기도 했다. 죄스러움과 분노와 역사에 대한 원망까지 한마디로 형언하기 힘든 복합적인 감정들을 담고서 2014년 1월22일 제1110차 정기수요시위에 참가하였다. 그 추운 날씨 속 소녀상 옆에 앉아계신 김복동 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 그리고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외국인들까지 나이와 성별, 국적을 불문하고 수요시위를 함께하고 있는 참가자들을 보는 순간 내 마음 속 울음은 하나의 울림이 되었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까지 다녀온 후엔 그들의 고통을 뛰어넘어 이것은 이제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 마음으로 성명서를 먼저 준비하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격이랄까, 황금자 할머니의 타계소식에 이어 계속되는 일본 우익 인사들의 망언 퍼레이드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역사전쟁은 많은 비참함을 안겨주었다. 처음 써보는 성명서 역시 어려워서 내용 구성부터 단어 하나하나까지 수없이 고민해야 했다. 다른 선생님들의 손을 거치는 동안 성명서는 정돈되어갔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쉬이 정돈될 수 없었다.


 봄의 문턱인 입춘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매서운 추위 속에 제1112차 정기수요시위의 날이 밝았다. 경상도 출신으로 여전히 서울 억양은 자연스럽지 않고, 언변이 수려한 것도 아니었지만 진심을 담아 사회를 보고자 했다. 첫 인사를 드리며 할머니들을 정면에서 보는 순간 울컥했다. 엄청난 취재열기와 더불어 나와 마주보고 선 많은 참가자들 속에서 정신이 없었지만, 참가자들의 한마디 한마디 진심을 담은 발언들 그 속에서 터져나오는 진심 어린 눈물들에 나도 같이 울컥하기도 했고 힘찬 몸짓공연 및 노래공연에 힘을 얻기도 했다. 사회를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나였지만 감사하게도 여러 응원에 힘입어 무사히 마쳤으며, 실제 내가 전달할 수 있었던 것보다 얻어온 것은 훨씬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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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12차 정기수요시위 (2014.2.5)


 주관한 지 딱 일주일 째이지만 마음 속 울림은 여전하고 앞으로도 여전할 것 같다. 24살인 나의 나이만큼이나 오랜 기간 진행되어온 22년의 수요시위 역사. 최장의 투쟁으로 불려지지만 결코 최장의 투쟁임이 기쁘지만은 않다. 하루 빨리 일본정부는 국가적 범죄의 진상을 규명하고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해야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이번 방학에 이렇게 주관할 기회가 없었다면 또 한 번 내 생활에 밀려 혹은 괜한 부채감에 외면하고 회피했을지도 모른다. 인턴으로 일하면서 얻은 또 하나의 소중한 경험이자 절대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기에 여러모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또한 여성연합의 주관으로 진행된 제1112차 수요시위는 여성단체들간의 힘찬 연대가 보여주는 매우 의미 있는 현장이었다고 생각하며, 나 역시 이 긴 여운을 간직하고서 언제 어디서든 평화를 외치는 데에 함께할 것이다. “JUMP, 뛰어올라 희망을 찾자!”라는 올해의 3.8여성대회의 슬로건처럼 우리 모두 높이 뛰어올라 밝은 희망을 찾는 2014년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글 : 천미희(여성연합 인턴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