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인한, 그리고 미래를 위한 현재


2015217일 오전 1030분 여성미래센터를 나서며 나의 여정은 시작되었습니다. 떨림은 없었습니다. 다만 무언가 있었다면 내 마음속 어딘가에서 꿈틀대는 정의감이었을 것입니다.

일본 대사관 앞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침을 꿀꺽 삼켜 저장했습니다. 아마 1시간 뒤 피가 아닌 침이 튀는 전장에서 싸우기 위한 총알이었을 것입니다. 일본 대사관 앞에 도착해 1165차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를 준비를 하다 보니 어느덧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행동하길 기다리는 중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바위처럼을 부르고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나와 자유발언을 하고 퍼포먼스를 하고 성명서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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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제나 우리의 이 같은 행동이 같다고 해서 그 안에 든 우리의 감정까지 같을 순 없을 것입니다. 1165차 수요시위의 사회를 보며 시위에 참가한 300여명의 사람들과 눈을 마주쳤습니다. 그 안에는 300여 가지의 생각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 상황을 개탄하는 사람, 아무 것도 모른 채 엄마 손을 잡고 이 상황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는 아이, 맑은 눈망울로 또렷하게 일본대사관을 바라보며 진정성 있는 사죄를 요구하는 교복 입은 학생 등 많은 생각들이 있었지만 결국 목적은 하나로 모아지고 있었습니다. 언변이 수려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자유발언에서도 참가자들의 진심을 담은 한마디 한마디가 제 마음에도 파고들었습니다.

저는 하나의 목적에 담긴 300여 가지의 생각을 목소리로나마 일본 대사관에 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갓난아기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각기 갖고 있는 생각들은 다르지만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우리의 목적은 분명하고도 또렷하게 전달했습니다. 엄청난 취재 열기와 더불어 나와 마주보고 선 많은 참가자들 속에서 정신이 없었지만 참가자들의 한 마디 한 마디 진심을 담은 발언들 속에서 터져 나오는 진심 어린 눈물들에 나도 같이 울컥하기도 했고, 힘찬 몸짓과 노래에 힘을 얻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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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행동에 진심을 담았다면 일본대사관은 아집을 담고 있었습니다.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치며 1165번째가 될 때까지 우리의 행동에 눈과 귀를 닫고 방관만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아집에도 결국 끝이 있을 것입니다. 작은 나비의 날개 짓이 지구 반대편에 커다란 바람을 일으킨다는 나비효과처럼 199218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작된 수요시위는 현재 세계 곳곳에서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있으며 이런 모습은 일본정부가 계속 방관만을 할 수 없도록 만들 것입니다.

수요시위의 사회를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저였지만 감사하게도 여러 응원에 힘입어 무사히 마쳤습니다. 오히려 실제보다 훨씬 더 좋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문득 아우구투스 황제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과거는 현재를 만들어 가고 현재는 미래를 만들어 간다저는 이 말이 지금 상황에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과거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행동을 만들었으며,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의 끝은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로써 그 끝을 보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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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단체연합 인턴활동가 이형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