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권


▲ 4월 29일 역고소 사건이 원심 파기 결정을 받은 후 역고소 공대위는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지난 4월 29일 일단의 여성들이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대법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2000년에 고소를 당해 법정투쟁을 한지 햇수로만 5년째.. 길고 긴 투쟁의 기간 동안 역고소 공대위 소속단체와 대구여성의전화의 고생을 반추하면서 말이다.

판결이 어떻게 날지 몰라 기자회견문을 두개로 준비하고 피켓도 2가지로 준비하여 상기된 모습으로 대법원에 간 여성단체 활동가와 회원들은 대법원 판사가 읽는 판결문에 순간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건 전에 읽어내려 간 판결문 대부분이 “기각”이었는데 역고소 사건은 원심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는 것이었다.

명예를 거론할 자격이 없는 성폭력 가해자의 역고소

대구에 있는 두 대학에서 비슷한 시기에 있어났던 성폭력사건의 가해자는 모두 교수였으며 학생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이들 가해교수는 고소를 당하고서도 사실을 부인하고 있었다.

이 사건을 지원하던 대구여성의전화는 성명서 발표와 함께, 인터넷과 회지 등에서 가해자의 실명을 공개하였고, 사건 진행과정에서 성폭력사건은 모두 사실로 밝혀져,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그 후 가해자는 여성의전화가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대구여성의전화 당시 공동대표를 고소하였다. 이에 여성단체들은 역고소공대위를 구성하고 1,2심에서 법정투쟁을 벌였으나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고 대법원에까지 상고하게 된 것이다.

이미 성폭력가해자에 의한 명예훼손역고소 사건은 여기저기에서 벌어지고 있어 실제로 성폭력범죄자들이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단체를 위협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명예훼손역고소사건 대구 특위’가 구성되었다. 대구특위는 구성된 이후에 토론회, 기자회견, 일인시위, 무죄주장 매일 공문보내기 등 대법원을 상대로 강력하게 무죄를 주장해 왔다.

대법원 상고 후 2년 만에 내려진 원심파기 판결은 여성단체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였고, 대법원 앞에서 이뤄진 원심파기 환영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와 판결문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였다.

판결의 요지 중 한 가지는 ‘“강간방법에서 마취약을 넣었다고 한 점”과 “가해자가 상습범일가능성이 높다”는 확인되지 않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것에 대해 금동호씨가 고소한 부분은 원심이 맞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이충섭의 사건에 대하여 “가해자의 이름이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었으며 “가해자가 공인임을 감안할 때 그리고 대구여성의전화가 개인을 비방할 의도가 없었음”을 들어 가해자의 명예훼손이라는 원심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사건발생 후 여성의전화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수사기관과 학교당국을 상대로 철저한 진상조사와 처벌 그리고 학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이던 중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고 요구사항을 적시한 것은 공공이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이다.

결론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것은 유죄,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가해자의 이름을 공개한 것은 무죄라는 사실이다.

대법원의 이 판결은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상담소와 여성단체에게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판결이다. 교수에 의한 성폭력사건은 대학교수라는 특수한 신분으로 수많은 학생들을 만나는 특수한 상황이므로 공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가해자의 인권과 피해자의 인권이라는 딜레마 속에서 지원의 폭과 수준을 정할 때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가해자의 범죄사실을 공개하는 것이 법적으로 인정받은 것으로 피해여성을 지원하는 단체의 공공성도 확인받게 된 것이다.

물론 아직 고등법원의 판결이 남아있고 금동호의 명예훼손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마저 무죄 투쟁을 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랜 기간 동안 피고로 이 사건을 통해 마음의 고생을 하신 김혜순, 이두옥 선생님께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함께 열정적으로 연대활동을 했던 소속 단체에도 감사의 뜻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