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권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최연희 국회의원의 기자 강제 성추행 사건에 대한 일부 국회의원들의 부적절한 발언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무책임한 대응방식에 다시 한번 분노하며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1. 성폭력 범죄를 용인하는 반여성적 반인권적 발언을 한 정의화, 한광원 의원을 규탄한다!

기자 강제 성추행을 저지른 최연희 국회의원에 대한 일부 국회의원들의 옹호 발언은 동료 국회의원으로서의 동정의 차원을 넘어 피해자인 여기자에게 또 한번의 상처를 주는 파렴치한 행동인 동시에, 반여성 반인권적 성추행조차 용인될 수 있다는 매우 저급한 여성 인권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나라당 정의화 국회의원은 지난 3월 1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최 의원은 후진적인 술 문화의 희생양 일 뿐 훌륭한 사람이라며 여론 재판에 밀려 의원직을 사퇴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며 “훌륭한 사람을 급성 알콜 중독으로 인한 변별력 상실이 가져온 부적절한 행위로 죽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취중 성추행은 이해하고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는 극히 반여성적인 성추행 옹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성추행범 최연희 국회의원 옹호에 나선 것은 비단 한나라당만이 아니라 열린우리당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열린우리당의 한광원 의원도 지난 3월 2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봄의 유혹’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름다운 꽃을 보면 누군가 그 향기에 취하고 싶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만져보고 싶은 것이 자연의 순리이자 세상의 섭리”이며,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노출을 하고 그것을 즐기는 여성에 대해 남자들이 반응하는 것조차 용납할 수 없다면 그것은 ‘가치관의 독점’”이라는 이상한 섭리론을 펼쳤다.

이러한 정의화 국회의원과 한광원 국회의원의 논리는 첫째, 성희롱과 성추행을 명백한 성 범죄가 아니라 남성들의 본능의 표현, 호감의 표현으로 보는 지극히 남성중심적이며 반여성적인 인권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다. 성폭력은 명백히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이다. 이성에 대한 호감을 갖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과 성추행은 명백히 다른 것이다. 한광원 의원의 말처럼 ‘더 가까이 다가가 만져보고 싶은’ 생각은 남성의 본능으로 치부한다 하더라도, 상대의 감정이나 생각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호감이 있다고 해서 여성의 몸에 손을 대는 행위는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명백한 범죄이다. 한광원 의원의 논리는 ‘여성이 성폭력을 부른다’는 극히 남성중심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논리에 따르면 최근 아동 성폭력과 여성 재소자에 대한 성폭력조차 남성의 호감 표시로, 성폭력의 책임이 이를 초래한 피해자에 있다는 식으로 왜곡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성폭력의 문제를 음주로 인한 어쩔 수 없었던 결과로 무마하는 것은 성폭력 범죄의 본질을 크게 왜곡하고 성폭력 범죄를 용인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성폭력은 여성 비하적인 성의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지 음주로 인한 결과가 아니다. 만일, 아동 성폭력을 저지른 자가 음주로 인한 ‘급성알콜중독’의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면, 이는 성폭력 범죄가 아니라 단지 음주의 문제인가! 정의화 의원은 더 이상 저급한 의료 지식으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성폭력 범죄를 용인하지 말라!

과연 두 의원이 성폭력 범죄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라도 제대로 알고 있는지, 한번이라도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아봤는지 의심스럽다. 지금이라도 정의화, 한광원 국회의원은 본인들의 발언에 대해 책임을 지고 국민들 앞에 사과하라! 또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또한 국회의원들에 대한 성희롱 교육이 부족했음을 인식하고, 성희롱 교육을 의무화함과 함께 국민들에게 정당으로서 사죄해야 할 것이다.

2. 최연희 의원의 기자 강제 성추행 사건의 심사에 미온적인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각성하고 조속히 심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진행하라!

최연희 의원의 기자 강제 성추행 사건에 대한 논의가 이와 같이 왜곡 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지난 3월 2일 회의에서 최연희 의원에 대한 윤리심사안 심의를 시작하지도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내고 말았다. 최연희 의원의 소명 여부를 둘러싸고 입장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최연희 의원에 대한 심사의지가 표명되어야 했고, 여성단체가 제기한 국회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했다. 이는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의 처리에 미온적인 국회의원들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과연 국회 윤리 특별위원회가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국회의원의 성범죄 예방을 위한 구조적 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만일, 국회의원들이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심사와 구조적 대안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 여성들은 국회의원들의 책임 회피에 대해 명백히 책임을 물을 것임을 표명하는 바이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을 조속히 심사하고, 국회법 개정을 통해 성․가정폭력, 성매매 등 인권관련 범죄 등도 의원 징계사유에 포함시키고 윤리조사위원회를 통해 국회의원의 반여성 반인권 행동을 철저히 조사하도록 하라!

3. 최연희 의원의 기자 강제 성추행 사건을 정치적 공방으로 비화하고 있는 정치권은 각성하라!

최연희 의원의 기자 강제 성추행 사건이 정치적 공방으로 비화되어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최연희 의원이 윤리특위에 출석 소명해야 한다는 열린 우리당의 요청을 정치적 공격으로 인식하고 반발했으며,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사건 은폐기도에 대해 해명하라는 등 사건의 해결과 구조적 예방책 마련에 대한 논의보다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의 정치적 공방만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우리 여성들은 이번 사건을 정치적 공방의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양 당의 태도가 이번 성추행 사건의 해결과 예방을 위한 제도개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사건의 본질을 정치적 문제로 은폐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번 최연희 국회의원의 강제 성추행 사건을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지 말고, 조속히 최연희 의원 강제 성추행 사건에 대한 처벌과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혁 마련에 함께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우리 여성들은 이번 최연희 기자 강제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국회의원들의 반여성적 반인권적 성의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에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지금이라도 관련 국회의원들이 사과하고, 국회가 국회법 개정 등 재발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는 등 우리사회와 국회의 성폭력 문제를 뿌리뽑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을 촉구한다. 각 정당과 국회의원은 여성 유권자들이 이번 사건의 해결과정을 철저히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06년 3월 3일


한국여성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