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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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평]

 

 

 

여성가족부의 ‘나다움어린이책’ 사업을 통해 배포된 성교육 책 논란에 부쳐​

 

 

 

-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다양성과 인권을 보장하는 포괄적 성교육은 국가의 책무이다 -

 

 

최근 여성가족부가 ‘나다움어린이책’ 사업을 통해 5개 초등학교에 배포한 성교육 책이 ‘성관계를 부추기’고 ‘동성애를 미화’하고 있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성관계는 재미있다”는 표현이 ‘성관계 조장’이며, 다양한 가족구성원으로 이루어진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동성애 미화’라고 비판하는 자들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비판의 대상이 된 7권의 책은 모든 사람은 성별, 연령, 장애유무, 성적지향, 인종, 종교 등에 상관없이 인권을 누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한국사회가 그동안 금기시하던 몸의 성장과 변화, 임신과 출산 과정을 정확하게 소개하며, 다양한 가족구성권 등 시대의 흐름에 따른 사회 변화를 잘 나타내고 있다.

 

‘금욕’을 바탕으로 한 구시대적이고 폐쇄적인 성교육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달리, 성교육의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기존의 성교육과는 다른 포괄적인 성교육을 원하고 있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가 지난 2018년 13~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학생의 27.4%, 여학생의 49.3%가 학교 성교육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교육 방식이 지루하고, 피임 등 성행동 준비 및 결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기존 방식의 성교육이 충분하지 않다고 여기는 청소년들은 성에 대한 잘못된 지식과 정보를 SNS,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얻기도 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청소년 성교육 수요조사 연구 : 중학생을 중심으로(2018)’에 따르면 그 비율이 22.5%에 달했다. 특히 해당 조사를 통해 인터넷에서 주로 정보를 얻는 경우 남성 성욕, 성폭력, 성매매에 대한 통념에 대한 동의 정도가 높아, 왜곡된 성 인식을 갖게 된다는 것이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동성애’로 대표되는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은 아동·청소년들에게 ‘조장·미화’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삶과 닿아 있다. 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참여한 4,065명 중 성 정체성 또는 성적 지향에 대한 고민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각각 26.1%(성정체성), 30.7%(성적지향)로 나타났다. 성소수자 관련 정보나 교육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77.9%로 높았다.

 

시대는 변화하고 있다. 더 이상 성과 사랑을 금기시하며 이야기해야 하는 시대도, 다양한 가족형태를 부끄러워해야 하는 시대도 아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다양성과 인권을 보장하는 포괄적 성교육은 국가의 책무이다. 포괄적 성교육은 아동·청소년들이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낡은 관념 속 세상이 아닌, 모두가 평등하고, 모두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2020년 8월 26일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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