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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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모두를 위한 근로기준법이 필요하다!

 

지난 14일 행정법원은 1심에서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방송작가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최초의 법원 판결이다. 10년을 일해 왔던 두 방송작가를 프리랜서 고용계약관계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해고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던 방송사의 그릇된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기도 했다.

 

20년 전 전국여성노동조합은 마산MBC 구성작가를 노동조합원으로 조직하고 단체교섭을 신청하였다. 방송국은 방송작가가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체교섭을 거부하였고 이를 법원에서 다투게 되었다. 2003년 서울고법은 1심에 이어 마산MBC 구성작가에 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작가들은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대법원의 판결을 남길 수 없다는 판단으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는 법원 판단의 기준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멈추어야 했지만 그때가 언제인지는 알 수 없었다.

 

20년이 지났다. 이번 판결은 달랐다. 근로자성 판단 기준을 실체적 진실에 입각해 전향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법원은 판결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보다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하였다. 세부 내용에 있어 ▲업무수행에 대한 지휘·감독 ▲업무 내용을 방송사가 결정 ▲근로 제공의 계속성·전속성 ▲보수의 근로대상적 성격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지 않은 점 등을 인정하여 방송작가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뿐만 아니라 방송작가가 노동자라는 노동위원회의 결정도 계속되고 있다. 2022년 올 한해만 해도 KBS전주방송총국 부당해고 사건, TBS 서브작가 부당해고 사건, YTN 작가 부당해고 사건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동자성 인정을 받아낸 바 있다.

그러나 이 의미있는 판결에도 불구하고 한계는 분명하다. 현재 판결에서 적용되는 ‘노동자성’의 기준은 지나치게 협소하며,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된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부정되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 이런 방식으로는 점점 다양해지는 노동형태를 포괄하지 못한다. 이제 기준을 바꿔야 한다. ‘얼마나 기존의 노동형태와 유사한가’를 따져서는 노동자성을 가릴 수 없다.

한국 사회는 분명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사 혹은 제작사들은 작가들을 종속적 관계에 놓고 지휘·감독을 하며 일을 시키고 있는데도 여전히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있다. 우리는 묻고 싶다. 정부와 국회는 언제까지 이런 그릇된 관행을 지켜만 볼 것인가. 해고된 개별 노동자가 언제까지 각자의 문제를 안고 노동위원회로, 법원으로 고통의 순례를 계속해야 하는가. 이런 소모적 논쟁을 개별 노동자가 계속하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다. 이는 비단 방송작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직종에서 노동자로서의 인정을 받지 못해 노동자로서의 기본적 권리에서조차 배제된 프리랜서·특수고용노동자 모두의 문제이다. 근로기준법의 협소한 정의로 인해 너무나 많은 노동자들이 고통 받고 있다. 달라진 고용형태를 포괄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은 일하는 모두를 위한 법으로 변화해야 한다. 근로자성 판단 관점과 관련하여 ‘타인의 사업을 위해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는 노동법에 의해서 보호를 받아야 된다는 원칙을 확립해야한다. 더 이상 이런 문제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이 없도록 정부와 국회가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22. 7. 20

여성노동연대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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