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지난 9월 10일 입법예고한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안과 ‘파견근로자 보호등에관한법률’중 개정 법률안은 그동안 비정규직을 보호하고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공약(空約)에 불과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자, 안정적인 일자리(decent work)를 가질 수 있는 여성의 노동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 행위이며, 국가에 의한 여성 차별적 노동시장 구조의 고착화를 심화시키는 성차별적 노동정책이다.

현재 여성노동자들은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 일용직, 파견직 노동자의 다수를 점하고 있으며, 법적 보호에서 제외되는 임금노동 및 비공식부문 노동의 비중이 커지고 있어 IMF와 같은 경제위기시마다 자행되었던 여성우선 정리해고, 여성우선 비정규직화의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정부의 입법예고안대로 현재 26개 업종으로 제한된 파견업종이 일부 금지업종을 제외한 전체업종으로 확대되고, 파견기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되며, 현행 1년을 넘지 못하도록 한 계약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임의로 해고할 수 없게 될 경우,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주요 공약으로 삼았던 참여정부의 비정규보호입법안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확산하는 결과를 낳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비정규직의 사유를 전혀 제한하지 않고 있어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확산을 규제하지 못할 상황에서 지금도 70.7%에 달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거의 전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화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며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바로 여성차별적인 노동정책으로 규정될 수 있는 것이다.


여성노동 전체의 비정규직화로 귀결될 이번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따라서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생존권에 대한 침해이자 국가가 여성 빈곤화를 부추긴다는 비난 또한 면치 못할 것이다. 특히 ‘파견법’ 개정은 간접 고용 확산을 통한 성차별 구조 고착 그리고, 파견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차별적인 저임금과 불안정 고용으로 인한 구조적 차별을 더욱 심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전 여성들은 간접고용, 불안정고용, 차별적 고용과 그로 인한 임금차별 및 생존권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이미 전체 여성노동자의 70.7%가 비정규직이고, 408만 명의 여성 비정규직 중에서 98.7%가 임시근로에 종사하고 있는 현실에서 파견근로가 전면 확대되면, 노동부의 안일한 예측과는 반대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노동권은 더욱 침해될 것이다. 왜냐하면, 파견법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파견노동자로 대체된 업무의 대부분이 청소용역, 간병인, 전화교환원, 사무보조 등에 종사하는 저임금 여성노동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저임금 여성노동자들은 고연령·저학력, 임시·일용직의 비중이 높아 빈곤상태에 빠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을 뿐 아니라 그들 중 24.3%가 여성가장 취업자로서 생계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고 볼 때, 비정규직 여성가구주의 빈곤화를 초래하게 되어 빈곤여성가정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0일 발표된 금융감독원의 공시에 따르면, 2004년 상반기 현재 20대 상장사의 여자직원 1인 평균 급여가 남자직원의 65%에 불과하며, 그 이유가 여성 계약직이 많아 급여수준이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은 금번 노동부의 비정규직 관련 입법이 향후 여성 비정규직을 더욱 확산시키게 되면, 그 결과로서 남녀의 임금차별은 대기업과 공기업 내에서도 더욱 심화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해 주고 있어 비정규직화의 심화가 결코 특정 직종이나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화이자 전 여성의 비정규직 노동시장구조에의 편입이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여성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는, 정부의 입법예고안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다른 여성정책과 근본적으로 모순된다는 점이다.

현재 여성운동은 여성노동자의 고용안정(안정적으로 일할 권리), 평등노동(차별받지 않을 권리), 모성보호의 사회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 육아의 사회화(직장과 가정을 양립할 권리), 기본 노동권 및 생활권 확보 및 사회안전망과 최저기준의 복지향상 등 노동시장과 복지정책 그리고 가족정책 등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여성노동복지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또한 현재 일하는 여성의 가정과 직장 양립지원을 위한 보육시설의 확충과 함께 전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저 출산의 문제 해결 등은 미래의 한국사회의 존립을 위한 시급한 사회정책이자 여성정책임을 스스로 선언하고 있다.

이렇듯 여성의 노동권, 모성권, 자녀양육권 등은 양자택일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어느 것도 침해받지 않고 병립할 수 있는 여성의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여성정책과 노동시장 정책, 보육정책 및 가족정책 등을 통합하는(integrate) 총합적 접근(holistic approach)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입법예고안은 노동시장에서의 여성차별을 구조화하고, 여성의 출산선택권 및 재생산 건강권을 박탈하고 여성노동, 나아가 사회의 불안정성을 극대화시키는 여성 차별적이자 통합적인 여성정책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반 여성정책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의 이익 추구를 위해 사회 전체로 비용을 떠넘기는 일은 개발독재 시대에서나 가능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 하에서 이러한 노동권 침해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와 평등을 위해 헌신해온 이 땅의 많은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 나아가 현 정권에 대한 절망을 낳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도와 임금소득 불평등은 OECD 국가 중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 전체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위협하면서까지 이룩해야 할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과 나눔을 통한 노동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대안적인 입법 제시에 보다 주력해야 한다.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화와 차별 확대 그리고 여성의 빈곤화로 귀결되는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성차별과 함께 빈부격차와 빈곤층 양산, 사회적인 불평등의 확대와 인권침해, 소비능력 감소와 내수침체로 인한 경제침체 등 일련의 총체적인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 스스로 이번 입법예고안을 철회한 후, 실질적으로 비정규직을 보호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비정규보호입법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여성·노동계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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