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합 2005.06.14 조회 수 20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최근 회원단체의 동 단위 교육강좌에 참가하여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들인 여성들과 자녀의 학습습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도서관이 나오고 자녀학습습관 형성이나 가족관계 향상에 도서관이 좋다는 이야기 등 각자의 도서관에 얽힌 경험이 나오면서 가족들이 자주 갈 수 있도록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모아졌다.

구에 하나 있는 도서관은 가까이 하기에 너무 멀고 이동마을문고는 볼만한 책이 없다. 학부모회 활동을 하는 분이 교장선생님에게 학교도서실을 학부모에게도 개방하자는 건의를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도서관은 기초자치단체 소관 업무이다. 마을에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어머니들이 나서면 만들 수도 있다. 아이키우는 일은 어머니만 아니라 아버지도 해야 하니까 아버지들까지 힘을 합치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요구를 정리하고 주민 서명을 받아서 구의원이나 동장을 통해서 기초자치단체에 청원하면 된다. 돈이 많이 든다고 어려워 하면 학교도서실을 개방하거나 주민자치센터에 도서실을 만들고 구청에서 한사람 인력과 도서구입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결정될 수도 있지 않을까? ”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앞으로 00동에서는 회원단체와 함께 지역의 여성들이 마을 도서관 만드는 활동을 하리라 기대된다. 알음 알음으로 같은 요구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 모을 것이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필요를 느끼도록 멀리 있는 도서관 이용운동도 펼칠 것이다. 마을 주민들에게 서명을 받자고 하다 ‘마을 도서관을 만드는 부모 모임’ 등과 같은 이름의 모임도 만들게 되지 않을까? 아니 해당 동에 있는 학교 학부모회, 학교운영위원회 연합으로 이 일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일을 계기로 이 여성들은 요구안을 만들고 서명을 받고 동장이나 구의원을 만나고 구청을 방문하는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예산이 없어 어렵다고 하면 정말 돈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의문이 생길 것이고 이 의문을 구의회 참관과 자치구 예산에 대한 관심으로 안내하는 일은 단체가 맡아 하면 되겠다.

상상을 하니 즐거워서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마을 도서관을 만드는 활동을 통해 여성들은 작지만 소중한 정치의 주인이 되는 경험을 한다. 마을 정치, 가족정치, 학교정치, 지역정치의 주인이 되는 경험 말이다. 아이 키우는 일은 엄마일이라는 남편들을 아이교육문제에 동참시키는 것이 가족정치다. 아버지들도 도서관 만드는 일에 동참한 것을 계기로 학교운영위원회 등 다양한 학부모 활동에도 동참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사실 학교운영위원회나 학부모회에 여성들이 훨씬 많이 참여해도 발언권은 미미하다. 아버지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또 인정해준다. 내 경험으로는 어머니들은 발언을 안하거나 교장을 비롯한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대신 하거나 발언해도 무시당하는 일이 많다. 어머니들의 건의를 안된다고 일축했던 교장선생님도 마을에서 서명받고 구청까지 찾아다니며 결국 도서관을 만드는 어머니들을 보면서 깜짝 놀랄 것이다. 학교에서 더 이상 어머니들의 발언이 무시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자신들의 생활속에서 나온 요구를 자신들의 힘으로 실현시킨 경험을 가진 여성들은 방과후조례나 학교급식조례, 00산 지키기 등 자신들의 생활상 요구와 관련된 지역사안들은 우리가 해보자고 하기 전에 자신들이 먼저 들고 나올 것이다.

이처럼 지역여성운동센타가 해야 하는 중요한 일 중의 하나는 회원단체를 비롯해서 지역여성단체들의 풀뿌리여성운동을 지원하고 확산하는 것이다. 회원단체들이 장기적 전망을 갖고 끈기있게 풀뿌리여성운동을 일구어가도록 지지하고 격려하며, 풀뿌리 여성운동의 크고 작은 소중한 경험을 교류시키고 풀뿌리 여성운동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혜도 모아내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풀뿌리 여성운동의 실력이 쌓여 풀뿌리 여성운동 사례발표회, 웍샵, 풀뿌리 여성활동가대회, 풀뿌리여성조직가 훈련 등의 프로그램들을 하는 날들이 올 것이라 기대한다.

풀뿌리여성운동 뿐 아니라 지방자치 성주류화나 지역이슈 대응활동 측면에서 지역여성운동, 구체적으로는 지역여성운동단체를 지원하는 것도 지역여성운동센타의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과거 얼마전까지만 해도 지역여성운동은 중앙정부에 대한 여성정책 요구나 전국적인 여성이슈 대응활동에서 숫자를 보태주고 전국적 범위에서 요구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사례 정도로 기능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지방분권과 지역여성운동의 발전으로 지역여성운동은 독자적인 지방정치활동을 요구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과거 중앙판의 지역복사판은 아니다. 지역여성운동의 대응은 항상 풀뿌리여성운동을 중심에 놓고 이뤄져야 한다. 지역여성운동센타는 지방자치 성주류화와 지역여성이슈 대응을 소수의 전문가 주도와 다수의 동조 방식이 아니라 지역여성 대다수가 정치의 주체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회원단체를 비롯한 지역여성단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려 한다.

현재 여연과 방과후 관련 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가칭 “학령기 아동에 관한 교육과 보호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지역의 참여연대들이 중심이 되어 방과후 조례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다. 또한 2006년 지자제 선거도 있고 해서 올해는 지역여성단체들이 과거처럼 생활과제 발굴을 위한 활동도 많이 할 것이다. 지역여성운동센타는 이슈가 위에서 내려가는 방식이 아니라 아래에서 여성들의 생활속에서 올라오는 요구들이 모여 여성운동의 정책이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기왕에 제기된 정책이슈들도 그 이슈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여성들에게 설명되어지고 논의되어져 당사자 여성들 자신의 구체적 생활적 요구를 담고, 그들 자신의 말, 느낌, 생각대로 표현되어 올라올 수 있도록, 그것이 모아져서 우리의 정책요구가 될 수 있도록 지역여성단체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다. 스스로 요구를 모아내는 과정은 요구를 모아내는 데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요구가 강한 당사자들이 모임을 만들어 지역의 다른 주민들의 지지도 이끌어내는 등 요구실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단계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정과 직장에서 사회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여성들을 돕는 활동도 우리 여성단체들, 더 좁게는 관련 활동의 담당자들만이 주체가 되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식의 활동방식을 벗어날 수는 없을까? 20년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살해하고만 여성이 있었다. 예전 같으면 상근상담원들이 재판부에 보내는 탄원서를 만들고 여성단체 회원들의 서명을 받아 제출했을 것이다. 풀뿌리여성운동을 중심에 놓으니까 그 여성이 살았던 동네 사람들이 이 사건으로 인해 충격도 크게 받았을 것이고 가정폭력의 심각성도 크게 느낄 것이라 판단하고 그 동네 중심으로 탄원서에 서명을 받았다. 또한 여성단체 회원들이나 시민사회노동단체 회원들에게도 서명용지를 보내고 서명받는 식이 아니라 직접 상담소 회원들이 나서서 회원모임에 찾아가서 설명하고 호소하여 참석자들의 뜨거운 공감속에서 서명을 받고 자신이 좀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는 사람들에게 역할을 나누어주는 방식으로 활동했다. 재판에도 상당히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성과는 그것 뿐이 아닐 것이다.

지난 시기 여연운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잘 했던 점은 최대한 살리고 모자랐던 점은 보완하고 고쳐나가면서 지역여성운동을 발전시키는데 역할을 하자고 하는 것이 한국여성단체연합이 2005년 지역여성운동센타를 만든 취지이다. 지역여성운동센타는 위와 같은 활동들을 통하여 대다수 지역여성들이 지역여성운동의 주인으로 동참하는 지역여성운동을 꿈꾼다. 풀뿌리 여성들이 여성운동의 주인으로 참여하는 여성운동, 풀뿌리여성정치세력화가 중심이 되는 여성정치세력화를 꿈꾼다. 그래서 이땅에 사는 모든 여성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세상의 주인으로 사는 그날을 꿈꾸는 모든 여성들과 손잡고 가고자 한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Board Pagination 1 ... 8 9 10 11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