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합 2009.03.03 조회 수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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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과거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 투쟁을 벌였던 여성 원로들이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 역행’을 질타하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여성이 나서자”고 촉구했다.

 

박영숙 전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신필균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등 여성계 원로와 활동가 40여명은 3·1운동 90돌을 맞아 27일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1 운동, 반독재 투쟁 등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왔던 여성들의 힘을 모아 현 정부 들어 후퇴하는 민주주의를 다시 살리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낸 ‘민주주의 희망 여성 선언’에서 “이명박 정부 1년 동안 민주주의와 민생은 파탄 위기에, 피와 땀으로 이룩한 민주주의는 역주행에, 민족의 평화는 일촉즉발의 위험에 놓여 있다”며 “독재와 가부장제를 넘어 민주와 인권을 실천해 왔던 여성이 다시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박 전 이사장과 이효재 전 이화여대 교수, 조화순 목사, 이경숙 전 국회의원,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 권미혁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등 269명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여성들’(가칭)이라는 전국 여성연대 조직의 결성에 나섰다.

 

박 전 이사장은 이날 “민주주의 시계가 독재정권 때인 1970년대로 되돌아가고 있다”며 “그때 민주화를 위해 삼베수건 쓰고 나섰던 여성들의 결단과 의지를 되살리자”고 말했다. 김인경 원불교 교무는 “역사 흐름에 역행하는 정부에 대해 우리 사회의 어머니들이 회초리를 들고 나섰다”며 “정부는 참된 민주주의와 애국을 회복하라”고 촉구했다.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는 “경제 위기는 민주주의 없이 해결할 수 없다”며 “‘나눔’을 주장하고 실천해왔던 여성들이 민주주의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강자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민주화 운동에 노력했던 여성들이 이렇게 다시 모였다”며 “민주주의 지키고자 하는 뜻이 전국에 들불처럼 번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는 현 정부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권미혁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지난 시절엔 독재정권이 좌지우지하던 언론 문제에 대해 여성들이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에 나선 바 있다”며 “지금 언론과 관련된 ‘엠비 악법’이 추진되고 있는데 다시 한 번 그 때와 같은 여성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대표는 “최근 박범훈 중앙대 총장가 제자에게 성폭력 발언을 했던 일은 취임 전 이명박 대통령이 ‘마사지걸’ 발언을 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며 “이 정부에서 여성 인권은 최대의 공격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교육은 더욱 더 양극화하는 등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지역을 풀뿌리로 하는 여성 연대로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오유석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상임대표는 “민주주의 위기 속에 민주여성세력이 연대할 큰 틀이 필요해 이렇게 ‘만민공동회의’ 같은 모임을 꾸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한겨레신문에서 전재하였습니다.

* 참석자 명단, 취지 및 경과보고, 여성선언은 첨부파일을 참조하세요.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민주주의 희망 여성선언

 

 

  올해로 3.1절 90주년을 맞는다. 이 날은 일제의 폭압에 맞서 우리 민족 스스로 자주와 독립을 외친 진정한 대한민국의 출발점이다. 다시 이 날을 맞는 우리 여성들의 심정은 실로 비통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지난 오늘 민주주의와 민생은 파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민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룩한 민주주의는 역주행하고 있고 민족의 평화는 일촉즉발의 위험에 놓여있다.

 

  이에 3.1절을 앞둔 오늘, 우리 여성들은 그 날의 정신을 이어받아 평등과 평화, 인권과 복지, 돌봄과 생태를 중시하며 다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민주사회를 향해 힘차게 나섰음을 선언한다.  

   


  민주주의와 인권, 공공성 역주행 1년

 

 지난 1년 동안 세계적 경제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독선이 맞물리면서 국민들의 고통은 가중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부자세금은 깎아주면서 아동급식비는 축소하는 몰염치한 정책, 학생을 줄세워 사교육을 부추기는 일제고사 강행, 4대강 살리기와 도시 재개발 등 토건국가화로 건설재벌 살찌우기, 미디어법을 개정하여 재벌과 족벌언론의 언론소유를 확대하려는 등 서민의 아픔이 무엇인지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

 

  ‘여기 사람이 있어요’라는 외마디도 무시한 채 진압을 강행해 6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용산참사는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서민의 절규를 외면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연쇄살인범 사건까지 악용해 이의 진실을 가리는 언론조작까지 서슴지 않는 행태를 보면서 우리는 군사정권의 ‘보도지침’을 떠올리며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독점과 배제, 분열의 정치로 민주주의 후퇴

 

 민주주의는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다원성을 생명으로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독점과 배제, 분열의 정치에 골몰하고 있다.

 

  부유한 집단과 기업 중심의 편향된 정책은 독점을 강화하고 대다수 서민과 특히 여성의 삶을 고통의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이로 인해 사회통합은 해체되고 공동체의 꿈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활동규제,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 감시, 휴대폰 감청, 사이버모욕죄, 마스크처벌죄 도입 등 무자비한 국민통제는 지난날 끔찍했던 군사정권의 악몽을 되살리게 한다. 이것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이다.      

 

     민주화와 인권의 역사를 만들어 온 여성의 힘으로 역주행 중지시키자      

 

  우리 여성들은 오랜 세월 독재와 가부장제 아래서 차별과 폭력을 경험하고, 이것을 넘어서기 위해 진력하면서 위기의 순간마다 민주와 인권을 실천해왔다. 독립운동, 민주정부 수립, 민주노조운동, 인권운동, 성평등운동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은 자신의 삶과 운명을 개척하며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만들어왔다.

 

  작년 촛불광장에서 보여준 여성의 다양한 실천은 이에 맞닿아 있다. 촛불소녀, 유모차부대, 하이힐부대, 여성네티즌 등의 등장은 여성이 민주화된 사회에서 주체적으로 당당하게 삶을 옥죄는 공포와 억압을 온몸으로 맞서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환경과 농업을 살리는 생활협동운동, 지역 안에서 돌봄공동체를 실천하는 여성들, 차별을 반대하

며 투쟁해 온 여성노동자들, 여성농민들, 촛불시민으로 등장한 수많은 여성들이야말로 후퇴하는 민주주의를 다시 살려낼 희망이다.

 

   돌봄과 평등, 민주와 평화의 경험과 감수성을 갖춘 우리 여성들은 이제 목전의 민주주의 위기를 알리고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에 나설 것이다.


  지역과 부문, 인터넷 공간으로 민주주의 살리는 여성선언 이어가자      

 

  우리 여성들은 현재의 위기가 일시적인 위기가 아니라 공존과 평화의 미래가 송두리째 사라지고 집권 세력에 의해 역사가 왜곡되고 민주사회공동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냉엄한 자각으로 새로운 민주주의 운동을 시작하고자 한다.

 

  먼저 군부독재시절부터 민주화 운동을 해왔던 여성들, 지역과 부문 그리고 자신의 삶속에서 성평등과 인권을 실천해 온 여성들이 전국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살리는 여성선언을 시작하고자 한다. 이를 시민사회, 정당, 학계, 종교계, 법조계, 문화계, 노동계 등 부문별로 그리고 인터넷과 지역에서 여성선언‘운동’으로 확대해 가고자 한다.

 

 또한 우리는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실천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지역과 부문, 사이버 공간에서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정책과 과정을 감시하고 저항할 것이며, 더 많은 여성들이 공감하고 함께 나설 수 있도록 민주주의 역주행 현실을 알려나갈 것이다.

 

우리 여성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민주화와 인권, 공동체 실천을 꾸준히 이어나갈

것이다.           

 

 오늘부터 시작이다.

  


 

2009년 2월 27일

 민주주의를 지키는 여성들(가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