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건강·자녀양육 등 삶을 코칭한다

4. 벨기에 :‘크레솔’ ‘플로하’
<직업 훈련형기업> 실질적인 교육으로 여성취업 큰도움


실무지도자 두명의 1명꼴…한국, 100명의 10명 ‘상대적’
훈련 기간엔 수당 지급…저소득 가정도 생계 문제없어


▲ 봉제 작업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사진 오른쪽). 봉제 작업장에서 디자이너를 고용하고 연수생들이 제작해 쇼윈도에 진열한 옷.  ⓒ 한국여성단체연합

벨기에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라는 리에주의 아침은 맑고 상쾌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저소득 여성과 이주 여성을 위한 직업훈령형 사회적 기업 크레솔 (Creasol)을 방문했다. 크레솔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2층짜리 벽돌 건물에 자리했는데 도로에 접한 건물 전면이 레스토랑이라는 점이 특이했다. ‘어 직업훈련기관이라고 들었는데 웬 레스토랑이지?’ 하는 궁금증을 안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 사람은 크레솔 의 총 책임자인 도미니크 소장이었다. 크레솔 설립자를 이어서 올해부터 크레솔 소장으로 일하게 됐다는 그는 아제스라는 사회적 경제지원 조직에서 일해왔다고 했다.

‘크레솔’은 창조성이란 뜻의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와 연대라는 뜻의 솔리데리티(solidarity)를 합친 말이라고 했다. 크레솔의 다양한 사업과 작업장을 둘러보며 이러한 활동이 가능하게 하는 철학이 바로 창조성과 연대임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크레솔은 지역의 저소득 여성과 이주 여성의 경제적·사회적 자립을 위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직업훈련과 자활 지원을 위해 끊임없이 새롭고 실천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영역을 확장, 지역사회와 유관기관과 연대해 활동하고 있었다.


▲ 한국에도 수출되는 작품들= “크레솔 에 오는 여성들은 배우러 오기보다는 일하러 옵니다.” 도미니크 소장의 이 말에 크레솔의 특징이 그대로 살아 있다. 1990년에 설립한 크레솔 은 초기에는 여성들이 봉제를 통해 서로 도울 수 있도록 직업훈련만 했는데 지금은 직업훈련에 영업 활동을 병행해 직업훈련형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했다. 봉제에서 출발한 것이 레스토랑, 청소(가사도우미)에 이어 지난해 남성들이 많이 참여하는 집수리사업단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봉제사업단만 봐도 단순히 봉제 기술을 가르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디자이너를 고용해 독자적인 브랜드로 제품을 생산하고 수출도 하는 등 영업 활동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얻은 이윤은 다시 재투자해 양질의 직업훈련이 가능하게 한다. 즉 직업훈련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기업이라는 조직 형태에서 실제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과정인 것이다.

실제 레스토랑 뒤편에 자리한 봉제 작업장을 둘러보니 모로코, 터키 등 아랍계 여성을 비롯한 이주 여성들이 재봉틀 소리를 내며 활기찬 분위기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이들이 생산한 제품이 쇼윈도에 진열돼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주로 주문제작하는데 제품의 질이 높아 주문이 많다고 했다.

우리 일행 중에 한 명이 이러한 제품을 한국의 인사동에서도 보았다고 말하자, 한국에도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주 여성이나 취약 계층 여성이 직업훈련을 받으며 만든 제품이라고 해서 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작은 감동이 밀려왔다.

▲ 인생을 설계하는 잡 코칭= 크레솔 에서 배출한 인력은 이 지역에서 매우 신망이 높아 취업률이 높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노동 시장에서 취업이 어려운 저학력, 이주 여성들을 기업이 원하는 인력으로 훈련하는 시스템의 비밀이 무엇일까.

먼저 크레솔에서 직업훈련을 받기 위한 엄격한 자격 요건을 들 수 있다. 연령은 18~45세 사이로 고용보험 실업자로 등록되어 있어야 하며 자활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자활 의지는 여러 가지로 점검하는데 어려운 상태에서 영원히 벗어나겠다는 굳은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해요. (연수생과) 약속을 계속 만들어 제 시간에 오는지 서류는 제대로 준비해 오는지 등을 보고 판단하지요.” 잡 코칭을 담당하는 사회복지사의 설명이다.

또 크레솔에는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이 직업훈련을 받으려면 특별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들이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내부규정이 있다. “의무교육을 하는 벨기에서 교육을 못 받았다는 것은 사회적 배제의 한 요인이 되기 때문에 학력 기준이 엄격해요. 대부분 중등교육 이하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고 소득이 없거나 실업구조나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들이죠.”

대부분 직업 경험이 없고 빚이나 사회적 고립, 가정폭력 피해자 등 일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연수생들은 기능을 익히는 직업훈련에 앞서 자기 삶의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크레솔의 잡 코칭 담당자는 “개인마다 삶의 리듬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별 계획을 수립하고 관리한다”며 두꺼운 파일을 보여주었다. 한 명의 연수생에 대한 아주 상세한 기록과 모든 개인·행정 서류, 서약서, 내부평가지 등이 들어 있었다. 주거계획부터 재정관리 등 경제 영역 계획, 피임·출산을 포함한 건강 계획, 자녀 양육에 대한 아동 영역 계획과 지원까지 크레솔에서는 한 사람이 직업을 갖고 다시 사회활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영역에 대한 상담과 자활 지원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레스토랑의 연수생들은 정식 근로 계약을 맺고 오전 10시 30분부터 일을 시작해 서빙, 주방, 샌드위치 판매 등 영역에서 훈련을 받고 있었다. 이 레스토랑은 점심부터 오후 2시까지만 영업하는데 이후 시간에는 컴퓨터, 잡 코칭, 건강, 피임, 프랑스어 교육 등을 받는다고 했다.

▲ 크레솔 레스토랑에서 직업훈련을 받는 여성들.   ⓒ 한국여성단체연합
▲ 연수생 77명에 실무인력이 30명= 크레솔에 오기 전에는 취업은 생각조차 못하고 폐쇄적으로 살던 사람들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취업을 해야겠다는 의지를 갖게 되고 취업에 필요한 기능을 습득하는 동시에 새로운 인간관계를 경험하게 된다고 했다. 무엇보다 현재 크레솔 연수생은 77명인데 실무 인력이 30명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한국에서는 100명당 지원 인력은 10명꼴인 게 현실이다. 전인적이고 총체적인 지원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나가기 위해 크레솔 은 연수생 두 명에 한 명의 실무 인력을 둔 것이다.

직업훈련 기간에 생계가 보장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사실 여성들이 직업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단순직에 몰리는 것도 당장의 생계 부담 때문이다. 그런데 크레솔은 최대 18개월이란 직업훈련 기간에 공공부조와 각종 수당으로 생계를 보장하고 있었다. 취업 연계 이후에도 고용주를 만나는 등 사후관리까지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직업훈련 담당 기관이나 시설은 있지만 대부분 남성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고, 여성은 여성인력개발센터 같은 곳이 있긴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항시 어려움을 겪는 현실이다. 여성의 빈곤화, 빈곤의 여성화가 문제가 되는 현실에서 일자리를 갖는 것은 최대의 빈곤 예방책이자 빈곤 탈출법일 수 있다. 하지만 여성이 일자리를 갖기 위해서는 기능 습득은 물론 대인관계, 의사소통, 문제 해결 능력 등 전문적이고 총체적인 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크레솔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정책실장)

* 이 기사는 우먼타임스에서 전재하였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105 여성운동 한국의 여성운동에 도움이 되고파 2009.01.23
104 여성운동 세상의 희망을 만든다. 2009.01.15
103 여성운동 경제위기하의 풀뿌리여성운동 2008.12.24
102 여성운동 남녀임금격차 제로될 수 없는 이유 2008.11.14
101 여성운동 금기어 추가 “이 나이되도록 뭐했니?” 2008.11.12
100 여성운동 '평화체제'와 여성의 역할 2008.09.01
99 여성운동 딸들이 밝힌 촛불의 힘 2008.07.11
98 여성운동 여성운동 ‘호주제’ 이후 아젠다 찾아야 2008.04.24
97 여성운동 여성, 새로운 공동체 세상을 열자! 2008.03.12
96 여성운동 봄을 알리는 날, 3.8 세계여성의날. 2008.02.27
95 여성운동 기쁘고 또 기쁘다. 2008.02.27
94 여성운동 여성가족부, 우리는 포기할 수 없다. 2008.02.11
93 여성운동 국회는 여성유권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여성가족부 통폐합 반대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2008.02.01
92 여성운동 여성연합의 새해 첫 축제, 총회. 2008.01.14
91 여성운동 제6회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지도자상 수상 -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2008.01.03
90 여성운동 딱딱한 건 돌멩이, 여성운동은 말랑말랑! 2007.12.14
89 여성운동 이렇게 함께 해보아요. 2007.09.14
88 여성운동 [유럽 풀뿌리 여성운동의 현장] “조직간 연대 강화…지역을 넘어 사회가 변화될 것” 2007.09.03
» 여성운동 [유럽 풀뿌리 여성운동의 현장] 주거·건강·자녀양육 등 삶을 코칭한다 2007.08.23
86 여성운동 [유럽 풀뿌리 여성운동의 현장] 공동보육 3박자 척척…한국사회 롤모델로 2007.08.01
Board Pagination 1 ... 4 5 6 7 ... 11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