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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인 최재천 교수(우로부터 두번째)와 조영숙 여성연합 사무총장, 정현백 여성연합 상임대표, 박영숙 여성재단 이사장(좌로부터) ⓒ 한국여성단체연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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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제20회 한국여성대회를 기념하여 시상하는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최재천 교수이다.
최재천 교수는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의 요청에 의해 호주제의 생물학적 모순을 담은 "호주제의 근간이 되는 부계혈통주의에 대한 과학자의 의견"을 제출함으로써 호주제가 생물학적으로 타당하다는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생명과학을 배우고 가르치는 연구자의 입장에서 '공생설'이라고 부르는 진화생물학 이론을 통해 인간 세계에만 존재하는 부계혈통주의인 호주제의 생물학적 모순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였다. 이처럼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열등하다는 일반론을 사회생물학 입장에서 재해석하여 여론을 확산시킴으로써 호주제폐지의 정당성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했다.
또한 그의 헌법재판소 변론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 이루어진 사이버 테러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로서의 소신과 근거 없는 부계혈통주의의 폐지를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호주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비난과 항의가 쇄도하지만, 실제로 남성중심사회에서 예전처럼 남성들이 가부장적 권한을 휘두르는 것도 아니면서 여성들에게는 치명적인 피해를 끼친다는 그의 소신은 변함이 없다. 오히려 "가부장 계급장"을 떼어내면 편해지는 것이 남자들이라며 남성의 시각에서 남성들을 설득하며 강의와 인터뷰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호주제폐지 운동가이자 이론적 대변인이다.
아래는 최재천 교수의 수상 기자회견 내용이다.
여성운동을 위해 시위 한번 한적 없음에도 이러한 상을 받게 된 것에 대해 영광이면서도 주저하게 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비밀이라고 하셔서 우리 부인한테도 아직 말하지 못했는데, 이걸 부인이 알게된다면 또 한번 사고 쳤다고 말하겠지요.
상에는 이제까지 잘해서 주는 상과 "이왕 시작한 것 앞으로 더 열심히 해라"는 의미에서 주는 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받은 상은 이 두번째 의미의 상을 받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더욱더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목청을 돋우는 일에 멈추지 않겠습니다.
상을 받는데 주저했다고 말씀드린 것은 제가 한 일이 남자가 좋자고 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여성시대가 되면 편해지는 것은 남자입니다. 남자좋자고 하는 일을 하는데 여성단체가 상을 주는 상을 받았으니 면구스러운 일이지요.. 제가 하는 일은 남녀 모두가 잘 살자고 하는 것입니다. 올해 여성대회가 '남녀가 함께 행복한 상생의 공동체로!"라고 하는데요. 이 상을 받으니 제 마음과 책임이 무겁습니다.
다음은 최재천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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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의 여성운동상 최재천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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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 스스로 성평등주의자로 불리는 것에 대해?
저는 제가 그렇게 불리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 부인이 들으면 또 뭐라 그러겠지요.. 저는 사회생물학자로서 학문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실천할 수 있게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문을 통해 깨달은 바를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하고 사는 것 뿐입니다.
- 헌재에서 2차 변론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혹시 헌재에서 이후에 남아 있는 일정이 있으십니까?
이후의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헌재에서 법학자가 아닌 과학자인 저를 부르게 된 것은 매우 참신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법조계에서 나오는 잡지에서 권두언을 써달라고 하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때 들은 말이 '법도 이제 과학을 알아야 하는 시대입니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법조계의 변화와 참신함에 이끌려 법원의 요청에 황송하여 답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후에 여성계에서 저에게 "이후에 법정에 서야할지도 모르는데 괜찮으시겠느냐?"고 하셨는데, 부르면 이제 갑니다. 하하
-1차 변론 이후에 사이버 테러의 내용은?
사실 테러는 지금보다 2000년 1월 EBS 방송에 출연한 이후에 더 많이 받았습니다. 젊은 남성들이 방송을 보고 사이버테러를 하는데, 제가 이제까지 들어보지 못한 원색적인 비난과 욕설들이었습니다. 학교 전화에 녹음된 소리를 들으면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 전화도 많았구요..
당시에는 유림들께서는 아마도 방송을 그리 많이 보지는 않으셔서 그렇지는 않았구요.. 이번 변론은 주요일간지에서 많이들 보셨나 봅니다. 보시고, 신문에 제가 난 사진을 오려서 그 사진에 빨간 글씨로 "골빈놈"이렇게 써서 편지에 넣어보내기도 하고, "최재천 교수님 전상서"를 보내십니다. 이분들이 그런데 아주 잘 쓰시는 말이 있습니다.
"진리"와 "자연의 섭리"가 그 말입니다. 남자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것은 세상의 진리이며, 여성이 남성을 보좌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라는 말씀이시죠.. 하지만 저는 이분들께 다 쓰지는 못했지만 답장에 이렇게 썼습니다. 과학자로서 저는 진리는 말하지 않습니다. 과학자에게 영원한 진리는 없습니다. 제가 연구하고 밝혀본 결과 "이러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라고 말씀드리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것이 진리는 아닙니다. 연구에 따라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동물행동학자로서 사회생물학자로서 자연의 섭리를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제 전공이니, 그것이 틀렸다고 말씀하시지는 말아달라고 부탁드리면서 신문에 난 두어 줄만 보고 비난하시지 말고, 제가 쓴 책(최재천 교수는 최근의 연구와 생각을 모아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라는 책을 냈다)을 다 읽으시고 이야기 하자고 하면서 책을 보내드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저도 아주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제가 이렇게 변화하는 데에는 저의 학문과 부인의 힘도 컸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렇다면 70년을 사신 분들이 변화하는 데에는 얼마나 시간이 걸리겠습니까? 변화를 위해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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