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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이 끊긴 밤길. 사랑하는 두 남녀가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달빛아래 밀어를 나눈다. 남녀의 인연을 맺어준다는 신윤복의 '월하정인(月下情人)' 내용이다. 화제(畵題)는 "깊은 달밤 3경에 두 사람의 마음 그들만이 알리라(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 兩人知)"이다. 그림에 등장하는 여인은 쓰개치마로 반쯤 얼굴을 가리고 있다. 엄숙한 유교사회였던 조선시대에서도 여성들의 밤길은 보장됐다.
여성들이 잃어버린 밤길을 다시 찾으려고 한다. 최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남에 따라 여성들의 밤길을 빼앗아가는 일부언론과 사회에 대해 여성들이 권리선언을 하려는 것. 특히 '아담한 여성들', '흰옷 입은 여성들', '목요일 저녁 특히 조심' 등 여성들 스스로 조심하고, 늦은 밤이 되기 전에 일찍 귀가하라고들 한다. 따라서 여성단체는 '밤길'과 '성폭력'은 여성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수단이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려고 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서울여성의전화, 숭실대총여학생회 등 여성단체와 각 대학 총여학생회는 오는 13일 밤 서울 인사동 남인사마당과 서울 시내 곳곳에서 '2004년 8월 13일 달빛아래, 여성들이 밤길을 되찾는다' 게릴라 달빛시위 행사를 진행한다.
귀신복장을 한 여성들이 손전등(후레쉬)를 비추며 밤길을 자유롭게 활보한다. 또한 거리 시민들에게 '여성들의 안전한 밤길확보'를 위한 매뉴얼을 나눠줄 예정이다. 자세한 프로그램은 '여성들, 밤길에 모이다!', '여성을 밤길을 걷다!', '여성들, 밤길을 열다!', '여성들, 밤길을 되찾다!'로 구성돼, 서울시내 곳곳에서 게릴라 달빛 시위, 국세청 앞 ‘후레쉬 몹’ 시위, 정리집회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밤길을 되찾아오는 것'의 의미는 성폭력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킴과 동시에, 여성의 일상이 성폭력에 대한 위협감으로 인해 위축되고 통제돼왔는지를 알리는 것이다. 또한 인간의 모에 대한 권리 회복을 선언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권김현영 한국성폭력상담소 간사는 "달빛시위는 여성들 스스로가 여성폭력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분노의 장이자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밤길되찾기 시위(Take Back The Night)'는 여성에 대한 폭력에 이름을 붙이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종식시키고자 하는 여성들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시작됐다. 1973년 독일에서 연쇄 성폭력 사건에 대한 여성단체의 대응으로 시작된 거리 행진이 그 시초다. 이후 벨기에, 영국, 미국, 캐나다, 대만, 호주 등지에서 폭력의 희생양이 되는 여성들을 추모하고 성폭력을 반대하는 의미로 조직됐다. 한국의 경우 한국성폭력상담소 주최로 지난 91년부터 93년까지 '밤길 되찾기 걷기 대회', '밤도깨비, 낮도깨비' 등의 이름으로 진행됐으며, 99년부터 부산지역 성폭력관련단체서도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참가 문의: 한국성폭력상담소 02-338-2890, 언니네 02-812-9069
장성순 기자 newvoice@ngotime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