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수경이와 미르..

여성연합 2002.01.03 조회 수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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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도 밝혔지만 우리 수경이 엄청난 비디오광이다.
똑같은 비디오 한번에 4번이상 돌려보는 것은 기본이고,
새벽 2시넘어서까지 온갖 협박과 잔소리를 하지 않으면
절대로 비디오를 끄지 못한다.

요즘 우리 수경이에게는 새로운 취미거리가 하나 생겼다.

바로바로 병원에서 찍어준 우리 미르비디오 보기

수경이때는 그냥 흑백으로 찍어준 흐릿한 초음파사진
한장 가지고 신기해서 책갈피에 꽂아두고 다니며
보고 또보고를 반복했었는데,
요즘 많이 좋아지긴 좋아졌나보다

3개월된 태아의 모습을 비디오로 담아서 그것을 집에서
보고, 심장소리 쿵쾅쿵쾅~ 거리면 들을 수 있고..

한7개월이 넘으면 3차원초음파라고 해서
아기의 표정 하나하나도 볼 수 있는 것도 있다한다.

처음에 비디오를 찍어와서 수경이에게 비디오 보자고 하고
틀어주니 하는말

<뭐야? 벌레야? 어후~~ 징그러워~>

<아냐 수경아. 애기야.애기, 수경이 동생이야.
이렇게 엄마 뱃속에 있어. 만져봐~>

<이거 엄마 밥 많이 먹어서 나온 배잖어>

<컥!~>

그런데 핏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땡기는 구석이 있긴 있는갑다.

그후 혹시 비디오테이프에 흠집이라도 생길까 구석팅이에
고이 간직한 테이프를 찾아내서 애기비디오 본다고 난리였다.

2분도 채 될까말까한 짧은 시간의 비디오
금방 끊어지면 돌려서 또 보고, 또보고,
한꺼번에 한 40번은 더 돌려본것 같다.

<엄마 애기가 이뻐..>

<이뻐? 후후. 엄마는 수경이가 더 이뻐>

<엄마 애기 팔이 있고, 다리도 있고, 근데 왜 애기는
꼬리가 있어?>

탯줄을 보고 꼬리라고 표현했다.

비록 흑백으로 흐릿흐릿한것이 명확하게 구분되어진 또렷한
화면은 아니지만, 얼마나 돌려보며 심사분석(?)을 했는지
이제 턱보면 아는척 호들갑을 떤다.

<엄마..엄마 애기 팔, 저거 다리, 저거 꼬리, 아니아니..
밥먹는 줄(???) 맞지? 맞지??>

이제 점점 동생의 존재를 익혀가는 우리 큰딸 수경이.

어제는 어릴적 보던 뽀뽀뽀~ 비디오를 틀더니,
내 배를 살살 쓰다듬으면서 노래를 따라불렀다.
개구리 왕눈이 동화책을 가지고 와서 온갖 각색을 다해
성냥팔이 소녀로 끝맺음을 해서 읽어주기도 했다.

갑자기 난 참 부자라는 생각이 든다.
저렇게 이쁘고 똑똑한 딸과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뱃속의 우리 미르...

두생명체의 존재 자체가 나를 든든하게 한다.

오늘아침에는 어제밤에 무얼 먹었는지 얼굴 여기저기가
얼룩져 있는 수경이의 단내나는 볼에 뽀뽀를 마구 퍼붓고
현관문을 나섰다.


(20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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