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2003년 11월 27일(목)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에서는 건강가정육성기본법안 및 가족지원기본법안의 제정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의 건의문을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앞으로 전달하였다.

‘여성연합’이 위의 법안에 대한 건의문을 제출한 이유는 가족보호노동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평등한 가족관계 형성이 양성평등사회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과제라는 인식에서 근거한다.

여성연합은 영유아보육법 제정 및 보육의 공공성 확대,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호주제도 페지운동 등 가족분야의 정책형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가정육성기본법안 및 가족지원기본법안 입법화 과정에 가족과 가장 관련이 깊은 여성을 대표할 수 있는 집단이 참여하지 못한 것은 법 제정의 당위성을 떠나 충분한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지난 8월 22일 한나라당 정책위원회가 주최한 공청회에 참여해서 '건강가정육성기본법' 제정에 대해 문제제기했고, 10월 7일 사회복지학회가 주최한 ‘가족지원기본법’에 관한 정책토론회에 참여해서 여성주의적 관점이 결여되어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11월 11일 개최한 보건복지위원회 공청회에 여성계 대표를 진술인으로 초청하지 않아 의견수렴 과정의 문제점을 안게 되었다.

여성연합에서는 가족문제에 대한 사회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고 가족관련 기본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보지만, 두 법안이 여성주의적 관점이 결여되어 있다고 판단되므로 현시기에 가족관련 기본법안을 제정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다음은 건의문의 전문이다.
[건의문-국회보건복지위원회]
여성주의적 관점이 결여된 가족관련 기본법 제정을 반대한다.



1. 가족관련 기본법 재정은 모든 국민의 일상적인 생활 및 행복추구권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고, 특히 여성의 가족생활과 연관이 깊기 때문에 여성계의 의견수렴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현시기 여성계의 반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본법을 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된 가족관련 기본법은 먼저 가정학계에서 건강가정육성기본법을 제안하였고,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사회복지계가 가족지원기본법을 제안한 것으로 현시기 가족 위기에 대한 진단, 가족복지 욕구에 대한 현장의 의견 수렴 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학계의 직업적 이기주의에서 법 제정이 추진된 성격이 다분히 농후하다. 그동안 가족관련 법 제정을 둘러싼 논의가 지나치게 전달체계 중심으로 진행된 것은 입법을 제안한 주체의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가족문제와 관련이 있는 전문가, 여성계, 가정복지 현장 등이 참여해서 현재 가족 위기의 핵심이 무엇인지, 가족의 위기에 대한 개입을 어떻게 할 것인지, 양성평등한 가족관계의 상은 무엇인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제도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한 후 입법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건강가정육성기본법안과 가족지원기본법안은 여성주의적 관점이 결여되어 있어 반대한다.

건강가정육성기본법에서는 가족 위기의 대처방안으로 전통적인 가족형태와 기능 강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그 임무를 ‘건강가정지도사’에게 부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족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가족주의 전통이 강하게 존재해 왔지만 이제는 가족의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족기능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건강가정’으로 상정되는 전형적인 가족형태의 육성이 특정 가족형태의 유지를 지원하는 것으로 비쳐지며, 특히 전통 가족기능 약화의 원인을 가족구성원의 가족에 대한 책임의식 및 도덕성 약화로 보고 있어 결과적으로 ‘건강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전통적으로 담당해 온 돌봄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귀결 될 수 있다. 여성주의 시각에서 보면 현재 가족의 위기는 남성 중심의 가족주의에 대한 위기이며,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와 가족가치관의 변화로 여성이 가족안에서 담당하던 돌봄노동을 더이상 담당할 수 없게 되면서 가족기능이 약화된 것이므로, 가족기능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족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가족지원기본법에서도 가족 위기의 원인을 가족구성원의 책임보다는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어 건강가정육성기본법보다는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자녀양육, 노인부양의 문제, 결혼해체 등을 가족위기의 핵심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에 따른 가족의 변화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두 개의 법안은 결과적으로 급격히 진행되는 가족의 변화를 수용하고 그에 따른 사회적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초점을 두기보다는 가족의 위기에 대한 가족구성원의 도덕적 책임을 강화하거나 위기 기족에 대한 복지서비스 지원 등으로 가족의 변화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가족의 실체를 파악하고 한국 사회의 가족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3. 가족해체의 예방책으로 제시된 이혼유예기간 설정은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다.

OECD국가 중 이혼율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이혼율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이혼이 단지 개별 가정의 부부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로 보고 이에 대한 예방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합의이혼절차가 지나치게 간소하기 때문에 이혼이 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혼이 늘어나는 이유는 가부장적 가족관계에서 오는 부부갈등, 자녀양육 및 노인부양의 어려움, 배우자의 외도 등 다양하다. 따라서 이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등한 혼인생활을 유지하는데 방해가 되는 가족제도에 대한 개선,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에 대한 상담 지원, 부부교육 등 다양하게 사회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부재한 상태에서 이혼절차만을 어렵게 한다고 해서 이혼이 줄어들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따라서 이혼유예기간 설정보다는 호주제도 폐지, 부부공동재산제도 도입, 자녀양육과 노인부양에 대한 사회적 지원 강화, 부부상담 및 교육 등 평등한 가족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한 / 국 / 여 / 성 / 단 / 체 / 연 / 합
2003.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