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후보감도 찾지 못했던 미스코리아선발대회를 활성화시켜준 지상파 중계

최초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개최된 1957년 주최사인 한국일보는 미스코리아 후보 신청이 들어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 혼사길이 막힌다는 이유로 부모들의 반대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2년부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지상파 방송으로 생중계 되기 시작하면서 미인대회는 국가적 행사로 자리잡았고, 거부감도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특히 90년대 이후 미인대회 출신 여성들의 연예계 진출과 상류층 진입 등이 연예가 소식을 차지하면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한 해 200여 개가 넘는 지역 특산물 아가씨 선발대회로까지 확대되면서 과잉경쟁을 넘어서서 선발과정에서의 부정으로 인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까지 하였다.

미인대회 반대에 나선 각국의 여성운동

특히 93년 드러난 미스코리아 선발과정의 뇌물과 청탁으로 인해 관련자들이 구속되기까지한 선발부정 사건을 접하게 되면서부터 여성단체들의 미스코리아 반대운동은 시작되었다. 당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돈 거래로 얼룩져 세계무대에 나갈 한국미인을 선발한다는 명분도 잃었으며, 여성의 상품화를 부추기는” 대회를 폐지하라는 성명서(1993년 6월 30일)를 내면서 미인대회에 대한 문제제기를 본격화하였다.

외국의 경우에도 미인대회에 대한 반대운동은 격렬하였다. 최초의 반대운동은 1968년에 열린 ‘미스아메리카 선발대회’ 반대운동이었다. 당시 미국의 여성운동가들은 대회장 밖에서 쓰레기통에 ‘행주’, ‘속눈썹’, ‘브래지어’같은 여성을 억압하는 상징적인 물건들을 넣고 불에 태우는 등 과격한(?) 집단행동을 감행하였다. 미국뿐 아니라 인도, 말레이지아 등 아시아국가에 이르기까지 미인대회에 대한 반대운동은 지속되고 있다.

미인대회 반대에 얽힌 오해와 진실

지금까지 여성단체의 미인대회 반대운동은 한편으로는 많은 여성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동시에 많은 남성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가장 대표적인 편견의 하나가 ‘못생긴 여성운동가들에 의한 미인에 대한 질투’라는 것이다. 지난 1998년 MBC 방송국 앞에서 미인대회 중계반대 시위를 할 당시, 참가한 여성단체 활동가들의 뒤통수를 향해 내뱉던 어느 전경의 “예쁜 여자가 하나도 없네...” 라는 말은 두고두고 여성단체 활동가들의 농담거리가 되었다.

미인대회가 외모가 아름다운 여성들의 사회적 자아실현의 기회가 되는 것으로 그친다면, 미인대회에 대한 반대는 질투에 찬 못생긴 여자들의 반발로 치부될 수 있다. 그러나 미인대회, 특히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우선 객관적인 미의 기준에 있어서 차별적이며, 나아가 억압적이라는 점에서 문제이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제시하는 미인의 기준은 우선 젊다 못해 어리고(18~24세), 날씬하다 못해 뼈만 남아야 하는 외모(키 170cm 이상에 몸무게 45kg 이하), 한국인보다는 코카서스인(백인)의 기준을 따라 코와 눈의 형태를 화장 나아가 성형으로 변형시켜야 하는 왜곡마저도 허용되는 인위적인 대회이며, 이로 인해 화장품회사, 미용실 원장, 성형외과 원장 나아가 명품으로 통하는 유명디자이너 들에게 엄청난 수입을 올려주는 ‘돈으로 치장하기 대회’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로 인해 남녀노소를 불문한 다이어트는 심지어 굶어죽고, 못생겨서 자살하며, 심지어는 명품브랜드를 사기 위해 몸을 파는 여성까지 만드는 현실을 조장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지상파 중계를 중지시킨 한국여성단체연합

나이든 여성, 뚱뚱한 여성, 장애인 여성, 검은 피부의 여성, 비싼 옷 입지 못하는 여성을 철저히 배제한 미인선발대회를 중계한 방송사들은 그 동안 왜곡된 미의 기준이 무방비상태로 전 국민에게 스며들게 하여 여성에 대한 억압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특히 “성질 못된 여자는 용서가 되어도, 얼굴 못생긴 여자는 용서가 되지 않는다”는 요즘 청소년들의 취향은 미인대회 지상파 중계를 통해 강화되고 있다. 이는 남성들로 하여금 여성을 외모로만 평가토록 유도하면서 남성과 동등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여성내부의 차별을 낳고 있으며, 따라서 방송의 공공성과 성 평등성을 위배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지난 1996년 ‘방송의 미인대회 중계를 반대하는 여성단체의 입장’(1996년 5월 23일)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미인대회 중계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이후 1998년에는 MBC방송국 앞에서의 시위와 ‘여성의 성 상품화 및 여성차별을 조장하는 미인대회 중계를 즉각 중지하라’는 성명서(1998년 5월 29일) 발표 등 일련의 활동은 방송사의 중계방송 중단에 촛점을 맞추면서 진행되어 왔다.

특히 지난해 2001년에는 MBC의 미스코리아선발대회 독점생중계 계약기간이 2001년으로 만료되는 것을 계기로 2002년부터는 중계를 중지할 것을 촉구한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등 여성단체의 활동은 결국 올해 MBC가 계약연장을 포기함으로써 10 여 년만에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

미스코리아선발대회 지상파 중계 중단 이후 남는 문제, 각종 미인선발대회 계속되어야 하나

현재 미스코리아선발대회의 지역예선과 본선 외에도 전국적으로 200여개에 달하는 미인대회가 특산물아가씨라는 명칭으로 개최되고 있다. 미스코리아선발대회처럼 지상파로 중계되지는 않지만 과도할 정도로 많은 미인대회의 개최는 사회적 낭비일 뿐더러, 전국적으로 행해지는 여성에 대한 상품화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호박은 잘 가꾼 호박경연대회를 하면 되고, 고추는 잘 익은 고추 품평회를 하면 된다. 그런데 호박과 고추를 선전하는데 아가씨를 선발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것인지에 대해 미인선발대회를 개최하는 측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혹시라도 여성의 성을 이용해서 상품을 선전하려고 했다면 이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자 폭력임을 알아야 한다.

여성이 아름답다면 남성도 아름답다. 미녀와 꽃미남들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다르게 생겼을 뿐 인간으로서 모두 아름답다는 차별 없는 미의식이 보편화될 때,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은 줄어들 수 있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지상파 중계가 영원히 중단되고, 각종 미인대회를 통해 여성의 미의 기준에 강제되지 않을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우리 모두의 미의 기준을 점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