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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연합 2002.01.10 조회 수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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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담을 넘어 세상 밖으로 나와버린 '월장' 사태가 한 달을 넘긴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부산대 여성주의 웹진 '월장'은 지난 4월 25일 창간호에 '도마 위의 예비역'이라는 기획 기사를 통해 예비역 남학생들의 음담패설과 매매춘 문화, 술자리에서의 성희롱 등을 문제삼았었다. 월장사태는 바로 이 기사가 발단이 되어, 월장의 게시판에 수백개의 폭언과 욕설이 올라와 부산대 서버가 3일만에 다운된 사건이다.

월장은 이 사건 직후 부산성폭력상담소, 부산대 총여학생회 등 11개 단체로 구성된 월장관련 사이버성폭력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하였다. 대책위는 그동안 부산대학교 및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방문, 사이버성폭력 관련 토론회 개최 등의 활동을 벌였다.

물론 이런 오프라인상의 활동과는 별도로 여전히 온라인은 시끄럽다. 아웃사이더 편집주간 진중권씨를 중심으로 한 월장옹호측과, 법적대응으로까지 몰고갔던 1기 안티월장(운영자 직권으로 카페 해체함)을 거쳐 최근에 출범한 2기 안티월장측의 싸움이 그것이다.

이들은 오는 16일(일정 변경될 수 있음) 부산대에서 안티월장측과 토론회를 계획하고 있다. 월장측에서는 진중권 아웃사이더 편집주간, 리나 월장 편집장, 박민영 인물과사장 기자, 이성희 안티조선운동가, 김도은 부산대 학생이 이날 토론에 참석키로 했으나, 안티월장측에서는 변희재 대자보 정치부장만이 확정된 상태이나 진중권씨가 나올 경우에는 토론참여가 불투명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한 토론의 주제 역시 한국사회의 군사주의 문화에 대한 일반적 토론에 대해서는 자신없어 하며, 월장의 기사에만 초점을 맞출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이다.

월장측은 "이번 토론회가 대안모색의 장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며, "월장사태를 처음부터 다시 공개적인 자리로 끌어내서 이야기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한달여의 토론과 공방을 통해 사이버성폭력과 사이버공간에서의 남녀의 의사소통방식에 대한 많은 논란들이 정리가 되었으며, 폰섹 피해를 입은 회원들도 많이 안정이 된 상태"라고 밝혔다.

공개적인 토론장에서도 온라인 게시판에서 보여줬던 원색적인 욕설들과 폭행이 난무할지 두고 볼 일이다. 어렵게 마련한 장이니만큼 이번 토론을 통해 상호 의견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사이버성폭력관련 토론회 요지
지난 4일 대책위 주최로 열린 토론회를 중심으로 이번 월장사태에서 나타난 사이버성폭력의 심각성과 규제방향을 알아본다.

이날 발제에 나선 이나영 부산성폭력상담소 부설 가정폭력 상담소장은 월장사건에서 보여준 사이버성폭력 문제의 본질을 "사이버공간 속의 남녀간의 의사소통 방식"으로 해석했다.

그 예로 리나 월장 편집인은 월장사태 때 올라왔던 많은 글들을 제시하면서 이를 '사이버성폭력'으로 규정하였다.


    "야이 개같은 씨발년들아.. 너거 학교 댕긴답시고 쳐놀 때 우린 추운 겨울 한밤중에 보초서고 그랬다. 얼굴에 벌건 화장 찍찍 찍어바르면 얼굴이 다 가려져서 니 좆대로 해도 되는 줄 아나?"

    "너희 애비, 애미가 그렇게 가르치든.. 미친년들. 부산대 명예를 떨어뜨린 씨발년들.. 나가 디져라. 미친 호루새끼들..."

    "어여 가서 보지라도 찢어버려야지.. 아님 보지에 수류탄을 우겨넣던가.. 썅년들.. 확 보지를 사시미로 쑤셔찢어 발겨야 혀.."

    "나 이학교 걸레들 몇 명 알지. 함줄래? 오야~ 바로 다리벌리고 눕지.. 이년들 보통걸레들이 아니걸랑.."

    "정○미, 어제는 집에 늦게 들어가더군.. 간이 부었어. 어제는 정찰만 했다. 그럼 오늘 저녁에 보자."

    "몸조심 하시고 밤길 조심하세요. 사람의 목에는 7개의 뼈가 있는데 그것이 21개가 될 때까지 두들겨 맞을지도 모르니깐..."



이처럼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남성들의 분노표출방식은 설혹 월장의 기사가 예비역들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치더라도 그 정도가 지나치게 심각한 것이었다.

이들은 난폭한 언설과 욕설, 위협과 협박 등으로 남성성의 극단성을 강조하고, 무지막지한 반말 욕설로 여성에 대한 무시와 경멸, 여성성 비하 등의 방법으로 여성을 깔보고 조롱한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여성들과의 의사소통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월장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분석해보면 남성들간의 대화는 여성과의 그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비록 그들이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가끔은 감정적인 욕설이 섞여 있었지만 여성에 대한 욕설에 비할 것은 못되었다. 그들은 말투와 내용에서 기본적으로 서로를 존중(존대어, 님이라는 일관된 호칭)하고 있었으며 논리적이며 이성적인 외피를 입고 있었다. 또한 올해 초 부산대학교 교지 <효원>에서도 예비역 문화를 비판하는 글을 실었지만 이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문체 때문이라기보다 글쓴이가 예비역 남학생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월장측의 주장이다.

상대방이 자신보다 권력의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그들은 복종했다. 그러나 비슷한 논리적인 글이라도 여성이라는 젠더가 확인되면 그들은 달라졌다. 글의 논리는 아무런 기준이 되지 못했다.

이나영 소장은 "면대면 관계에서의 권력관계를 결정짓는 중요한 정보들이 실제로 대부분 가리워지는 사이버공간에서 주체와 타자의 구별짓기 방식은 결국 '젠더의 극대화'라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사이버성폭력의 원인

이나영 소장은 이러한 사이버성폭력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 사이버공간 속의 평등한 의사소통 방식의 부재

갑자기 펼쳐진 사이버세계에서의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정체성 중 일부분이 가리워졌다는 이유만으로 인해 합리적 소통방식을 포기하는 행위가 바로 사이버 성폭력이다. 사이버 공간이 새로운 인간관계의 확장과 새로운 관계맺기로 나아간다면 우리는 이 지점에서 사이버공간 안의 의사소통 방식과 관계맺기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 현실공간 속의 남녀간 의사소통 방식의 문제

많은 여성들과 소통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시절에는 남녀간 의사소통방식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러나 50% 이상의 여성이 공적영역에 진출해 있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남성들은 실제로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며 관계맺기를 해야 한다.

그러나 남성들은 여성들과의 관계 정립을 여전히 낯설어 하며 심지어는 불편해 한다. 동료, 친구, 후배, 선배 등, 일상 속의 다양한 맥락에서 만나게 되는 여성들과의 관계설정은 여전히 미숙하기만 하다. 더군다나 비언어적 정보가 배제되는 익명성의 공간 속에서 만나게 되는 낯선 여성들은 과연 그들에게 누구인가? 그들과는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의사소통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들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 억압된 남성성의 증거

가부장 사회는 남성의 감정을 통제하고 억압하며 유지되어 왔다. 성적으로, 혹은 그들의 억압된 남성성은 익명성이 담보된 공간에서 왜곡된 방향으로 분출된다. 현실 속에서 실현하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남성성에 그들은 집착한다.

그렇다면 대책은 있는가?

현재 법적으로 구성되는 사이버 성폭력의 범주는 담론적으로 구성되는 사이버 성폭력의 범주와 괴리가 있다. 현행법에서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과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청소년성보호법으로 타인의 ID도용문제, 통신매체 이용음란, 사이버 청소년 성매매, 사이버 스토킹 등을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성인의 경우 욕설과 폭언, 사이버 테러 등의 명예훼손과 관련된 경우에 적용될 법률이 없는 실정이며 사이버 스토킹도 기존 법률의 관련규정에 의해 제재를 가할 수 밖에 없다(변혜정, 2001). 이처럼 사이버성폭력을 일관되게 처리할 수 있는 법체계의 부재는 사이버성폭력이 신종 폭력의 한 형태임에도 이를 규제할 방안이 제대로 없는 현실을 드러내 준다.

이나영 소장은 "변혜정씨처럼 사이버 공간의 자율적 특성을 들면서 타율적 규제보다는 자율적 규제 방안을 정교화하는 근본적 방향에는 동조하나,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사이버공간만을 위한 현실과는 다른 별개의 법적인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유부남과의 '컴섹'을 간통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사이버 스토킹은 현실의 틀을 적용할 것인가? 문서로 된 협박이 명백한 법률위반이라면 게시판을 통해 올라온 협박문은 어떤 방식으로 볼 것인가?

현실의 틀을 가져오기에는 무리가 있는 또 다른 현실이 사이버공간에 존재하므로, 사이버 성폭력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 장기적인 차원에서 사이버공간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때로는 강제성을 발휘할 수 있는 별개의 법률적 조항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존중과 배려의 사이버 공동체를 위해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시점은 90년대 후반부터이다. PC통신의 ID조차 낯설어했던 우리들이지만, 이제는 기업체 사장으로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개인 이메일을 2∼3개씩은 갖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고보니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것도 겨우 3∼4년이 흘렀을 뿐이다. 이제 막 구축되기 시작한 새로운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가는가의 문제는 우리들의 몫이다.

이나영 소장은 "존중과 배려는 인간관계의 기본이며 공존을 위한 기초적 전제임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우리는 사이버라는 새로운 공간에 인권이라는 절대적 명제를 깊이 새겨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