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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북한을 방문한 켈리 특사가 2002년 10월 북한을 방문한 켈리 특사가 북한 핵문제를 거론하면서, 북미관계는 악화되었고 한반도에서는 전쟁의 위협이 감돌고 있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해야겠다는 필요성이 절실해 짐에 따라 여/야 국회의원 39명과 NGO운동 지도자 70여 명이 [한반도평화국민협의회]를 결성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평화적으로 한반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방미단을 조직, 6월 1일에서 10일까지 열흘간 미국 10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로비와 강연활동을 펼쳤다.

방미단은 민주당의 심재권, 한나라당의 이우재의원,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의 이김현숙대표와 정경란씨, 참여연대의 구갑우교수, 카톨릭대 박건영교수와 필자로 구성되었다. 방미단은 워싱턴.D. C.에서 로비를 위한 트레이닝을 받은 후, 미국기자클럽(National Press Club)에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주로 네 방향으로 활동을 전개하였다.

방미단은 [한반도평화국민협의회]의 결성동기와 방문취지를 서술한 소개서와 더불어 우리의 제안을 담은 문서를 준비하였고, 이를 토대로 하여 미국 의회지도자, 한반도 관련 전문가(think-tank group), 평화운동가와의 만남 그리고 대 언론활동을 시도하였다(우리의 제안서는 아래에 게재함).

우리가 방문한 10개 도시 중에는 내년 미국의 대통령선거 후보 지명전이 시작되는 뉴 햄프셔와 드 모인이 포함되어 있어서, 평화적 해결방안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의지를 명확히 알려내는 역할을 통해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조금이라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였다. 또한 재미교포들을 만나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토론하였고, 이는 그들로 하여금 시급히 행동하여야할 필요성과 방안을 성찰하도록 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10일 간의 일정은 빡빡하였고, 방미 대표단은 모두 지칠 대로 지쳐서 귀국하였지만, 활동은 여러모로 큰 의미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미국 국민이나 정치가 중에 한반도의 실정에 대해 무지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지닌 경우가 많았기에, 활동은 우선 한반도의 정확한 실상을 알리고 북핵 위기의 평화적인 해결을 촉구하는 것에 집중되면서, 북핵위기 해결에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이번 방미 대표단 활동은 최초의 시도로서는 상당히 성공적인 것이었고, 미국 내에서의 우리 활동을 조직하고 경제적으로 지원한 미국친우봉사회(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 역시도 이번 로비활동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남는 과제는 “후속작업을 어떻게 계속할 것인가?” 이다. 다시 말하면 로비활동은 결코 단발적인 일회성 행사로 성공을 거둘 수 없으므로, 미국 사회에 정확한 정보제공과 홍보 및 로비활동, 재미교포의 조직화를 통한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정치 압력행사 등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여성운동단체의 인력사정은 매우 제한적이고, 재정사정도 열악하기 때문에, 이런 조건 하에서라도 어떻게 후속작업을 계속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보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방미 대표단에서는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는데, 향후에도 여성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이 요청된다.


방미단이 발표한 입장문 전문은 다음과 같다.
 
방미단 입장문서(국문자료: 2003. 6. 2)
한반도 평화와 한미관계 발전을 위한 ‘한반도평화국민협의회’의 제언
미국 부시 정부와 북한은 비합리적인 기세싸움을 벌이며 한반도 상황의 위험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북한은 핵실험 등을 강행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부시 정부는 이를 협박으로 간주하며 타협불가의 입장을 완고히 고수하고 있다. 절박한 상황의 북한은 극단적 행동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부시 정부는 북한 정권을 봉쇄․고립시켜 내부적으로 붕괴하도록 하는 구상을 고려 중인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한반도에 거주하고 있는 수천만의 무고한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위기적 상황의 당사자로서 이 문제를 평화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미국과 미국 시민사회의 이해와 협력을 촉구하는 바이다.

1. 북한 핵문제는 미국과 북한의 대화에 의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한반도에 거주하는 시민으로서 우리는 이 원칙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의 생존을 위협하는 어떠한 전쟁에도 반대한다.

한반도 주민과 동북아 및 세계의 시민에게 참화와 재앙을 가져다 줄 핵무기는 한반도 어디에도 발붙일 수 없게 해야 한다. 북한은 핵무기의 추구가 자신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엄중하게 위협하는 시도임을 자각해야 한다. 한편 부시 정부는 문제해결을 위해 무력을 사용해서는 결코 안 된다. 무력사용은 한반도의 전면전으로 비화될 것이고, 승패와 관계없이 주한 미국인을 포함 한반도 주민의 공멸을 초래할 것이다. 군사력 사용은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시아와 세계 전체를 전쟁의 참화 속으로 빠트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1차대전 등에서 보듯 전쟁은 의도하지 않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협상전략 차원에서 사용된다 하더라도 북한을 자극하여 양국을 겉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할 수 있는 전쟁위협은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 해답은 명확하다. 미국과 북한은 서로를 존중하는 진정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2. 현 위기를 야기한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HEUP)의 존재에 대한 모호성은 제거되어야 한다. 부시 정부는 미국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증거를 국제사회에 공개해야 한다.

현 핵위기를 야기한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HEUP는 명확한 실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모호한 주장과 감정적 비난이 겉잡을 수 없는 핵위기의 상황을 초래하지 않았는지 당사자들과 국제사회는 처음으로 다시 돌아갈 필요가 있다. HEUP의 증거를 부시 정부가 먼저 제시했기 때문에 입증의 책임은 일단 미국에 있다. 부시 정부는 북한에 제시했다는 증거를 국제사회에 공개해야 한다. 특히 북한이 소유했다고 주장되는 HEUP는 ‘이중 용도 기술(dual-use technology)’ (즉 민간용 또는 군수용)이므로 현재 상태에서 핵무기화할 수 있는 개연성과 추정규모에 관해 밝혀야 할 것이다. 이렇게 납득할 만한 증거가 공개될 때에야 비로소 국제사회가 북한을 압박하는 부시 정부의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효과적인 대북공조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는 만일 미국과 북한이 HEUP에 대한 실체규명에 대해 계속 미온적인 태도를 견지한다면 켈리 특사가 2002년 10월 방북하기 전 한국과 일본에게 제시했던 증거를 국제사회에 공개하도록 압박하는 조치를 취해나가야 한다.

3. ‘사실상(de facto)의 불가침조약’과 핵폐기의 교환은 미국에 큰 이익이다: 불가침서약을 담은 대통령의 문서를 미국 의회 양당 지도부가 개인적으로 서명(endorse)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타협책이다.

부시 정부는 대통령이 구두로 대북 불가침을 약속했기 때문에 또 다른 형식의 불가침 선언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은 자신을 기독교상의 “악마(evil)”로 규정한 부시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악마는 선행을 해도 보상받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박멸의 대상일 뿐이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을 신뢰할 수 없고 미국 국민을 대표하는 의회가 비준하는 조약을 원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부시 정부의 입장에서는 의회비준은 곧 자신의 외교적 무능력이나 부당성을 자인(自認)하는 자발적 불신임이 된다. 따라서 이는 현실성이 낮은 대안이다. 부시 정부의 국내정치적 조건을 감안하면, 불가침서약을 담은 대통령의 문서를 미국 의회 양당 지도부가 개인적으로 서명(endorse)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타협책이다. 이 역시 부시 정부로서는 탐탁치 않을 수 있으나 이를 통해 미국은 대테러전에 집중할 수 있고, 동맹국 한국의 반미감정을 완화시킬 수 있으며, 동북아/한반도의 안정회복으로 이 지역 미국기업의 경제활동을 진작시킬 수 있다는 이익이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북한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핵 폐기후 유사시(미국이 불가침약속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그것을 복구하기 어려운 반면 불가침 문건은 (북한이 기만한 경우) 간단히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있으므로 미국은 북한에 비해 잃을 것이 없다는 점 또한 지적되어야 한다.

4. 북한도 평화를 지향하는 국제사회의 규범에 동의하고,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는 북한이 정상국가로 전환할 수 있도록 관계정상화를 포함하는 설득력 있는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북한은 더 이상 잃을 수 있는 기회가 없어 보인다. 북한은 부시 정부가 일정한 태도 변화를 보일 경우 이에 주목해야 한다. 법리(法理 legality)에만 매달리지 말고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사실상’의 불가침협정을 수용해야 하며, 핵 문제(또는 그에 대한 의혹)를 해결하는데 협조해야 한다. 그리고 ‘과감한 접근(bold approach)’이든 ‘새롭고 대담한 접근’이든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지향하는 궤도에 진입해야 한다. 북한과 신뢰를 구축했거나 하는 과정에 있는 모든 국제사회 구성국들은 북한이 또 다시 실기하지 않고 실용주의적 대타협에 나서도록 설득하고, 가시적 비가시적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할 것이다.

5. 부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방어체제(MD)는 한미 양국뿐 아니라 지역 및 세계 평화와 번영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으며, 따라서 이를 지지해서는 안된다.

부시 정부가 상정하고 있는 MD의 일부분으로서 동북아TMD는 소위 “북한의 불량성”을 더욱 자극할 뿐 아니라 소량의 전략미사일(ICBMs)을 가진 중국의 군비확장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개혁/개방 정책과 경제 성장은 필연적으로 방해를 받을 것이다. 이것은 경제성장을 토대로 정치적 정당성을 가진 중국 온건파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이 지역에서 미국의 이해를 위협하는 보수파와 반미 지도자의 대두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한다. 아울러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편입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동북아 차원의 새로운 냉전적 질서는 평화파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한편, MD는 미국이 자신의 안보이해가 걸려있다고 간주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정책 - 대량파괴무기의 확산을 저지하려는 노력 - 을 오히려 훼손할 수 있다.

6. 한반도 위기의 해결 및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을 위해서는 한미동맹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탈냉전 시대의 한미관계는 성숙한 한미관계, 공정한 한미관계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한미동맹이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한미동맹은 한국의 중요한 외교자산이다. 미국에게도 한미동맹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국가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유용한 자산이다. 그러나 탈냉전 시대에 군사훈련 및 군비증강의 기제를 통한 한미동맹 유지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우리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공고화되는 과정에서 한국 시민사회의 미국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음에 또한 주목한다. 부시정부의 일방주의적 한반도정책은 한국 시민사회의 객관적 미국인식을 반미감정으로 전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탈냉전 시대에 조응하는 새로운 상호 존중의 협력적 관계를 뜻하는 성숙한 한미관계(partnership in maturity)를 지향하고자 한다.

7. 한미동맹의 재조정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감축은 한반도의 평화를 증진하는 맥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작전통제권 환수를 위한 구체적 일정표를 마련해야 한다.

2003년 5월 한미정상회담 직전에 논란이 되었던 주한미군 2사단의 재배치 문제는,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신뢰구축이나 군축과는 무관하게 제기되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은 문제제기였다. 우리는 미군을 볼모로 삼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주한미군의 재배치가 미국의 군사전력의 변화에 따른 조치임을 알고 있다. 무엇보다도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감축은 한반도 평화과정을 촉진하는 맥락에서 실행되어야 한다. 나아가 우리는 한미 협력하에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감축을 순조로운 맥락에서 이루어나가는 한편 한미안보협력의 내실화와 한국의 안보전략적 이익을 제고하기 위해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를 위한 구체적 일정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8. 한미동맹은 대북억지를 주목적으로 하는 집단적 방위에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고 유지하기 위한 지역안보협력 체제로 발전해야 한다.

탈냉전 시대 동북아 지역은 대체로 시장질서로 편입되고 있고, 북한 핵문제가 해결된다면 관련당사국간 관계개선에도 커다란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자안보체제를 형성하기 위한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한반도와 그 밖의 지역에서 잠재적인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지역동맹체제의 형성을 포함하여 다자안보협력체제를 형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음을 알고 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지역안보체제의 가능성을 나타내는 표준점으로 사용할 수 있다.

9. 우리는 성숙한 한미관계, 공정한 한미관계로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합리적 개정을 요구한다. 특히 인권과 환경 조항의 개정은 한국과 미국 시민의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한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SOFA는 한국 시민사회에서 반미감정을 자극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 특히 주한미군의 범죄나 주한미군에 의한 환경오염에 대한 일시적 미봉적 해결책은 한미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SOFA의 개정과 운영상의 법적,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과 미국은 관할권 행사와 관련하여 서로의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효과적인 소통과 합의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서로의 영역 다툼이 아니라 인권과 환경의 보호라는 가치의 차원에서 SOFA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10. 우리는 평화를 지향하는 한국 시민사회와 미국 시민사회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증진하고자 한다. 두 시민사회의 협력과 연대는 지구화시대에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관용하면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상생(相生)의 평화문화를 창출하는 동력이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