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 여성지위위원회 67차 회의 결과가 한국 사회에 주는 함의 -

디지털화와 여성인권에 관한 국제사회 의제들

 

오경진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 이 글은 [한국여성단체연합 이슈리포트 2023년 4월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http://women21.or.kr/policy/21871)


제67차 여성지위위원회(Commission on the Status of Women, CSW)가 ‘디지털 시대 성평등 실현과 모든 여성·여아의 임파워먼트를 위한 혁신, 기술적 변화와 교육’라는 주제로 2023년 3월 6일부터 17일까지 2주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되었다.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된 만큼, 각국에서 수많은 정부대표단, 국제기구 관계자, 페미니스트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공식회의 외에도 200여 개의 사이드이벤트와 750개가 넘는 NGO 포럼이 열렸으며, 7000여 명의 공식회의 참석자와 14000여 명의 NGO포럼 참석자들이 함께 모여 디지털화와 여성인권과 관련한 현안을 공유하고 정책 대안을 논의하였다.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 개요

유엔 여성지위위원회회(CSW)는 유엔 회원국, 유엔기구 및 NGO들이 함께 모여 성평등 실현과 여성의 임파워먼트와 관련한 글로벌 기준과 규범,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 상황을 평가하는 국제 플랫폼이다. 회의는 매년 3월 초 2주간 뉴욕 유엔본부와 그 일대에서 개최되는데, 유엔에서 열리는 모든 회의 중 유엔 연례총회 다음으로 가장 많은 참가자가 모이는, 단일 의제로는 유엔 내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로 알려져 있다.

매년 회의마다 각각 다른 메인 주제와 검토 주제가 있으며, 주제에 맞게 다양한 회의와 프로그램이 구성된다. 회의 2주차 금요일에는 회의 메인 주제에 관하여 각국정부가 합의한 ‘합의결론(Agreed Conclusions)’이 도출된다. 회의 프로그램은 공식회의(official meetings), 사이드 이벤트(side events), NGO포럼으로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 공식회의는 유엔 회의장에서 주로 정부 대표단들이 모여 진행하는 회의이다. 고위급 회의(high-level segment) 및 일반토의(general discussion), 상호대화(interactive dialogue)와, 합의결론의 내용을 협상하는 비공개회의 등으로 구성된다. 사이드이벤트(side events)는 공식회의와 별개로 국제기구, 정부대표부 등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회의 메인 주제 및 다른 성평등 의제에 관해 유엔기구, 멤버국가, 시민사회가 논의하는 장이다. NGO포럼(NGO Forum Parallel events)은 각국 다양한 여성인권NGO가 직접 행사를 주최하며, 전체 진행은 'NGO CSW N/Y'라는 뉴욕 주재 NGO에서 총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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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csw67 차 본회의 광경 (2023.3 / 뉴욕 유엔본부)

디지털화와 여성인권에 관한 국제여성시민사회의 요구

CSW회의에서 합의결론에 여성인권에 관한 진보적 관점과 언어를 반영하기 위한 국제여성시민사회의 활동은 여성인권 코커스 그룹(Women’s rights caucus)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여성인권 코커스 그룹은 약 250개 이상의 페미니스트·여성인권 단체로 구성된 네트워크로 Fos Feminista, AWID, APWLD, IWRAW-AP, FEMNET, NGO CSW N/Y 등 각 대륙에 기반을 둔 연합단체 혹은 국제NGO들이 주축의 역할을 한다. 이번 CSW67차 회의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각 대륙별로 개최된 'CSW67차 준비 시민사회 포럼'에서 도출된 결과 등 여성인권단체들의 주요 요구안들이 합의결론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1) 정부대표단과의 미팅 개최, 2) 공식회의를 앞두고 약 1달 전 CSW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되는 합의결론 초안 문서(zero draft)에 대한 보완의견 제안, 3) 공식회의 모니터링과 참여·구두발언 등 다양한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였다.

CSW회의를 앞두고 2022년 12월 NGO CSW N/Y는 700여개의 여성단체 및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하단의 5개의 정책권고안을 합의결론 초안에 반영할 것을 요구하였다.

 

- 여성과 여아를 우선순위에 두는 젠더응답적인(gender-responsive) 정책과 프로그램, 법을 강화하고 이에 투자할 것, 기초 기술부터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전문교육 등까지 다양한 범위의 디지털 기술 활용 교육 기회 제공 등을 통해 디지털 젠더 격차를 근절할 것.

- 모든 연령대의 여성과 여아는 특히 디지털 플랫폼에서 만연한 성차별주의와 여성혐오에 기반한 학대, 괴롭힘, 젠더기반폭력에 노출되어 있음을 인지하여, 디지털 프라이버시와 안보, 자율성, 여성과 여아의 존엄성에 대한 위협을 해소·근절하는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수립할 것.

- 현존하는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전기, frontier 데이터, 및 AI 혁신 등 필수적이고 젠더 통합적인 공공·민간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보장할 것.

- 농어촌 지역에서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고, 디지털 기술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과의 협의 등을 통해 모든 사람들의 필요를 존중하는 정책을 설계하고, 특히 노년 여성과 장애 여성이 ICT를 활용하여 임파워먼트될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에 관한 동등한 기회를 제공할 것.

- 모든 다양한 여성과 여아를 위한 디지털 기술에 관한 보편적이고 적정한 가격의, 평등하고 제한 없는 접근권 보장을 위해 공적개발원조(ODA) 책무를 증진하고 공적 자금 조달과 투자를 개선하며, 민간 영역 파트너십을 활용할 것. 이는 디지털 기기의 무상 배분, 적정한 가격의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보급 정책 등을 포함함.

- 여아, 청년 여성과 소수자 집단을 위한 디지털 활용 기술, 안전한 온라인 환경 및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교육에 관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기획/설계하며 이에 적정한 예산 배분을 하고, 그 과정에서 여아와 청년 여성을 참여시킬 것. 디지털 도구와 정보통신기술, STEM 교육에 관한 여아의 접근권, 참여 및 안전을 가로막는 불평등한 젠더 규범/정책/법 및 인프라의 부족을 해소할 것.

 

합의결론은 유엔 회원국들의 합의를 거쳐 도출되는 만큼, 회원국들의 입장과 관점의 차이로 협상이 어려운 몇몇 지점이 존재한다. 국제여성시민사회는 포괄적인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SRHR), 여아와 청소녀 권리, 포괄적 성교육(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 여성 집단의 다양성(women in all their diversity), 복합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차별, 교차성(intersectionality)등의 진보적 인권 언어를 합의결론에 반영할 것을 요구해오고 있으나, 이는 최근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극우집단과 반(反) 여성인권세력의 로비, 보수정부국가 대표단의 합의 거부 등으로 인해 국제논의에서 협상이 어려운 의제들이고, 이번 CSW67차 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전해진다.

 

또한 디지털화(digitalization)와 여성인권에 관한 논의가 CSW회의에서 처음 이루어지다보니, 정보통신기술과 관련한 젠더기반폭력에 관한 국제 차원의 공통된 용어 정의가 부재하여 합의결론 협상 시 각국 경험에에 따라 다양한 상과 시각차가 드러났다고 한다. 유엔여성(UN Women)은 2022년 10월 CSW67차 준비 전문가회의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온라인 상 그리고 정보통신기술로 촉진되는 여성·여아에 대한 폭력(Online and ICT-facilitated violence against women and girls)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휴대폰, 인터넷, 소셜미디어 플랫폼, 이메일 등 정보통신기술 활용을 통한, 혹은 정보통신기술의 활용으로 뒷받침되거나 강화되는 여성에 대해 일어나는 젠더기반폭력의 형태를 포괄할 수 있도록 이러한 용어를 사용하며, 특히 여성이기 때문에 폭력의 피해자가 되며 여성이 경험하는 피해의 범위와 내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의 부재, 급속도로 발전되는 정보통신기술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로 발생되는 폭력의 독특한 특성 등으로 인해 정확한 통계 수집 및 체계적인 법·정책의 수립과 이행이 어려운 점 등이 현재 각국이 처한 현실이다.

디지털화가 아태지역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성시민사회는 올해 2월 초 ‘CSW회의 준비 대륙별 포럼(regional CSO consultation)을 개최하여, 디지털화와 여성인권에 관한 아태 지역 여성들의 요구를 수렴하였다. 포럼을 공동으로 주최한 아태지역 여성단체 연합체단체인 APWLD는 CSW63차 공식회의의 일반토의(general discussion)에 참여하여, 아태지역 여성들의 하단 요구안들이 CSW회의에서 더욱 활발히 다루어져야 함을 지적했다.

 

- 아시아·태평양 몇몇 국가에서 일어나는 디지털 관련 규제·법·정책이 시민적 자유를 침해하고, 온·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는 상황, 군사적 기술과 감시 체제가 여성인권옹호자들을 공격하고 민주적인 참여와 시민 주권을 억압하고 있는 현실을 인지할 것.

- 인터넷을 개별 국가로 비유한다면 지구상에서 6번째로 전기를 소비하는 국가인 만큼, 휴대폰, 컴퓨터 등 각종 전자기기의 생산·소비·폐기 등 디지털 관련 산업 시스템이 지구에 막중한 생태 발자국을 남긴다는 점을 인지하고, 디지털화와 기후정의, 인권의 상호연계성을 젠더 관점에서 고려할 것.

- 사이버안보에 관련한 정책논의에서 개인의 안보와 인권을 고려해야 하며, 사이버 안보와 인권의 증진은 상호보완적이고, 상호의존적이며, 상호연관적이라는 점을 인지할 것.

- 아태지역 몇몇 국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성인권과 평등, 개발정의를 위한 시민사회 활동에 대한 탄압과 범죄화를 근절하고, 이들이 평화와 인권의 가치 증진에 있어 중요한 역할과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할 것.

- 무역에 관한 협정 등 거시경제 정책을 변혁(transform)하고, 기술과 디지털 관련 대기업 규제와 책무성 메커니즘을 수립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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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Asia Pacific Regional Consultation on the Priority Theme of CSW67 (2023.2 / 방콕) / 사진제공: APWLD

 

CSW67차 회의 둘째 날인 3월 7일에는 ‘포용적인 정책 기획을 통한 디지털 정의와 권리의 실현 (Achieving Digital Justice and Rights Through Inclusive Policy Making)’라는 제목의 사이드이벤트가 열렸다. 유엔여성 아태사무소(UN Women Asia-Pacific Regional Office),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 ILO), 피지 정부, 아시아 태평양 여성과 법, 개발 포럼(APWLD), 피지여성권리운동(Fiji Women’s Rights Movement)과 한국여성단체연합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 행사에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아태지역 여성들에게 어떤 실제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탐구하였다. 특히, 아태지역 여성 노동권에 관한 젠더적 함의와 디지털 성별격차 현황을 분석하고, 온라인에서의 젠더기반폭력을 예방하고 여성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논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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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여성 아태사무소 여성폭력 근절 프로그램 매니저 멜리사 알바라도(Melissa Alvarado)는 코로나19 시대 온라인 플랫폼의 활용 급증에 따른 온라인 성폭력의 급속한 증가를 지적하였다. 온라인 젠더기반폭력은 물리적 젠더기반폭력의 연속이자 깊은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으며, 물리적 젠더기반폭력과는 다른 형태와 특성을 갖고 있으나, 명예살인, 자살 등 피해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피해자 중심 접근법에 기반한 법과 정책 대응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국제노동기구 연구원 우마 라니(Uma Rani)는 온라인 노동 플랫폼에서 여성 경험에 관한 국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아태지역 4명의 여성 중 1명은 온라인 플랫폼 관련 노동에 종사한다. 아태지역 여성 노동자들은 다른 대륙에 비해 교육 수준이 높고 그 수 또한 많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노동인구는 세계에서 아직 가장 낮은 비율이다. 한편,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모두 여성들은 온라인 플랫폼 노동을 선택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유연한 노동 환경을 꼽았으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유연함'이 오히려 여성들을 돌봄과 가사노동에 더욱 속박시키고, 이들의 사회적 관계 형성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 노동 형태 중에서도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모두 남성들은 기술을 활용한 업무, 마케팅,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직종에 고루 분포되어 있는 반면, 여성들은 월등히 비율로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즉, 디지털 노동 시장에서도 여전히 전통적 노동 시장의 직종간 성별 격차가 그대로 나타나며, 임금 소득과 관련해서도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 여성과 남성의 격차는 기존 노동시장의 격차를 그대로 드러내거나 혹은 더욱 심화시키는 양상을 보인다. 

 

여성연합의 발표자로 참석한 필자는 한국은 정보통신기술 수준이 높은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 이면에는 뿌리 깊은 성차별주의에 기반한 심각한 온라인 기반 성폭력이 연일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하며, 온라인성폭력의 특성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포괄적인 성평등 추진체계의 큰 틀에서 온라인성폭력 대응 정책이 수립·집행되어야 함을 명시하였다. 최근 온라인 젠더기반폭력은 개별국가의 법/정책을 회피하기 위해 더욱 국제적이고 조직적 차원에서 범죄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고려하여, 정책 대응을 위한 글로벌 페미니스트 연대가 필수적이라는 점 또한 강조하였다.

CSW67차 회의의 성과와 함의, 향후 과제

 3월 17일 회의 마지막 날 늦은 밤까지 협상을 거듭한 끝에 합의결론이 도출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합의결론은 정부간 협상의 결과물이기에 국제여성시민사회의 요구안이 모두 반영되지는 못하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 내 가장 큰 여성인권 국제회의인 CSW회의에서 합의된 최초의 ‘디지털화와 여성인권에 관한 국제정책문서’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정부는 이 합의결론의 내용을 참고하여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하며, 시민사회는 새롭게 만들어진 디지털기술 관련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들을 정책도구로 잘 활용하여 정책 모니터링과 옹호 활동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CSW회의 출장내역 결과보고서를 매년 홈페이지에 게시하며, 결과보고서 첨부자료로 합의결론의 국문번역본을 제공한다.

회의 기간 동안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시민사회가 주최하는 사이드이벤트에서도 다양한 결과물들이 도출되었다. 국제NGO '새로운 시대를 위한 여성의 발전 대안(Development Alternatives with Women for a New Era, DAWN)’과 '변화를 위한 IT(IT for Change)'는 지난해부터 각국의 페미니스트 전문가들이 함께 만든 ‘페미니스트 디지털 정의에 관한 선언문(The Declaration of Feminist Digital Justice)’을 발표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선언문은 1) 디지털 자본주의, 데이터 경제의 착취적 가치 사슬이 불평등과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고, 반민주주적이고 파시즘적 세력의 등장과 연결되는 현실, 2) 기업이 통치하는 알고리즘이 젠더 편견과 관행을 정상화하는 현실, 3) 디지털 자본주의와 가부장적 체제의 사회적 계약이 여성의 무급·저임금 노동을 끊임없이 동원시키는 현실, 4) 디지털 감시 국가 체제가 여성인권옹호자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는 현실 등을 지적하며, 페미니스트 사회계약과 공공성에 기반한 디지털 거버넌스 수립, 민주주의적이고 분배적인 온전성(integrity)에 기반한 디지털 경제체제, 지속가능한 생산과 동등한 배분을 위한 정보 네트워크와 기술의 활용, 여성에게 권한을 주고 돌봄·상호관계성·연대에 기반한 대안적 플랫폼 모델의 구축 등을 원칙으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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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CSW67차 NGO 포럼 "For a gender-transformative digital new deal" (뉴욕, 유엔 처치센터) (2023.3)

 

이번 회의의 주목할 만한 성과로는, CSW회의 최초로 청년 대표단들과의 상호대화 세션이 공식회의 일정으로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2020년 세대평등포럼(generational equality forum)을 전후로 국제사회는 다양한 연령의 여성들이 정책결정 과정에 의미 있게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유엔 등 국제기구 회의에서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늘리고 있다. 디지털기술의 막대한 영향력을 가장 다양하고 깊게 실감하고 있으며 현실에 기반한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는 연령층이 바로 청년 세대이기도 하기에, 디지털화와 여성인권을 논하는 이번 CSW회의에서 청년의 참여 기회가 확장된 것은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또한 CSW회의에 참여하는 정부대표단 구성에 시민사회대표를 함께 포함하는 국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부간 기구(inter-governmental organization)라는 유엔의 특성 상 CSW회의의 합의결론 협상 과정은 정부대표단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시민사회가 직접적으로 합의결론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다. 그러나 여성인권 정책의 수립과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해 온 시민사회의 참여가 더욱 확장될 수 있도록, 유엔여성은 각 회원국에게 정부대표단 구성 시 시민사회대표를 포함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번 CSW67차 회의에 상당수 국가들이 정부대표단 구성 시 시민사회대표를 함께 포함했고, 특히, 덴마크와 영국, 짐바브웨 등 몇몇 국가들은 정부대표단에 청년그룹 대표단도 포함하였다. 정부대표단에 포함된 시민사회 대표들은 합의결론 협상 과정에 참여하여, 국제 여성시민사회의 정책요구안이 합의결론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브릿지 역할을 하였다. 

한편, 이번 회의는 최근 몇 년간 급속히 조직화되고 세력화된 반(反)여성인권세력이 국제여성인권 규범과 기준이 논의되는 장을 어떻게 활용하고 영향력을 미치는가를 목도하는 현장이기도 했다. UN Family Rights Caucus, C-FAM, CitizenGo, WOOMB 등 반(反)여성인권 국제조직들은 탄탄한 재정 자원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과테말라, 나이지리아, 벨라루스, 헝가리 등 보수 정부와 결탁하여 유엔 내 시민사회에게 허용된 참여와 개입 기회를 매우 적극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였다. 특히, 임신중단에 관한 권리를 포함한 여성의 성과 재생산 권리, 포괄적 성교육, 젠더다양성의 가치를 부정하는 논리를 확산하고, 합의결론 협상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수많은 영역에서 현장의 끊임없는 투쟁으로 국제인권 규범을 견인해 온 시민사회의 기여를 인정하고 이들이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엔 내 논의에서의 시민사회 참여 기회’를, ‘NGO'라는 표피를 쓴 반(反)여여성인권세력들이 적극적이고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현실이 모순이다. 이들의 주장이 ‘다양한 국제여성시민사회의 하나의 관점과 의견’으로 포장되는 결과를 이어지지 않도록 현명한 대응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CSW67차 회의 전 과정 동안 정부대표단, 국제기구 관계자,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지적했던 내용은 ‘디지털 기술이 영역과 의제를 넘나들며 전방위적으로 여성의 삶을 파고들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화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젠더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관련 정책 또한 총괄적 여성인권 정책 추진체계의 틀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작년부터 ‘여성가족부 폐지’ 추진 시도로 국제사회의 큰 우려를 낳았던 한국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CSW67차 회의 합의결론에서는 1) 정부가 디지털 기술과 관련하여 여성 인권 증진과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여성 시민사회단체들의 중요한 기여를 인정하고 관련 법·정책의 기획과 실행에서 이들과의 협의를 거칠 것, 2) 여성시민사회단체들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장할 것, 3) 여성인권옹호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와 차별, 괴롭힘, 폭력 등의 공격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고, 이들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수립할 것을 여러 차례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다. 합의결론이 각국 정부 간 외교 협상으로 도출되는 국제정책문서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면, ‘여성인권과 성평등 진전에 있어서의 시민사회활동의 중요성에 대한 인정과 이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이미 대륙과 지역, 정치적 관점의 차이를 넘어서서 이견의 여지가 없이 국제사회가 합의한 내용이라는 뜻이다. 최근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규제와 통제를 강화하며 시민사회의 공간을 급속히 축소하고 있는 한국정부의 정책 방향이 ‘국제기준’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CSW67차 회의에 참여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디지털 시대 한국 정부의 여성 경제역량 강화 정책과 디지털 성범죄 근절 정책을 알리고 왔다’는 점을 수차례 적극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여성 시민들과 여성단체들의 힘겨운 투쟁의 결과로’ 조금씩 진전되어 온 디지털 관련 법·제도 성과를 ‘좋은 사례’로 국제사회에 공유하기에 앞서, 여성시민사회 활동의 역할과 기여를 중요하게 인지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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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CSW67차 공식 홈페이지

https://www.unwomen.org/en/csw/csw67-2023

CSW67차 NGO포럼 홈페이지

https://ngocsw.org/ngocsw67/

 

CSW67차 회의 합의결론 (한국어 번역본: 추후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참고)

https://www.unwomen.org/sites/default/files/2023-03/CSW67_Agreed%20Conclusions_Advance%20Unedited%20Version_20%20March%202023.pdf

 

67차 CSW회의 준비를 위한 아시아태평양 대륙별 회의 관련 자료

https://apwld.org/asia-pacific-regional-consultation-on-the-sixty-seventh-session-of-the-commission-on-the-status-of-women-csw67-interventions/?fbclid=IwAR25Qrvn50c2Zb6bjf13_9d4HC-W9QolRaK7ZQ4MVQ5jC5lDpJQC03bjq54

 

‘페미니스트 디지털 정의에 관한 선언문(Declaration of Feminist Digital Justice), 2023년 3월,

Development Alternatives with Women for a New Era(DAWN), IT for Change

https://feministdigitaljustice.net/wp-content/uploads/2023/03/JNC-WG-Declaration-of-Feminist-Digital-Justice_2023.pdf?mibextid=ykz3hl

 

CSW67차 합의결론 초안에 대한 요구안, 2022년 12월, NGO CSW Global Advocacy & Research Group

https://ngocsw.org/wp-content/uploads/2022/12/NGO_CSW_NY_5_Key_Recommendations_for_CSW67_Zero_Draft_1_.pdf

 

온라인 상 그리고 정보통신기술로 촉진되는 여성·여아에 대한 폭력을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기(Stepping Up Action to Prevent and Respond to Online and ICT-Facilitated Violence against Women and Girls), UN Women, 2022년 10월

https://www.unwomen.org/sites/default/files/2022-12/OP.6_UN%20Women.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