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만드는여성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을 비롯한 10여개 여성단체 회원들은 7월24일 오전11시,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정전을 평화로> 여성평화퍼레이드를 개최하였다.
이곳에 모인 여성단체 회원들은 "정전, 50년은 충분하다, 이제는 평화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그동안 준전시상태에서 반백년을 살아온 남북의 현실을 안타까와하면서 한반도에 살고 있는 국민으로서 휴전상태를 평화로 바꾸려는 노력이 부족한 현실을 반성하였다. 이대로 가면 <영원한 분쟁지역 한반도>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면서 그러면 한반도의 사람들은 지구상에 평화를 만들 능력이 없는 국민으로 영원히 이름을 떨치게 될 거라며 이러한 부끄러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전 50주년을 기하여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새로운 출발점으로 만들자며 의지를 다졌다.
또한 이들은 역사의 변방에서 전쟁의 피해자로 살아온 여성의 현실을 얘기하며 더 이상 이중삼중의 고통이 중첩되는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높였으며 정전 50년을 맞아 전쟁종결을 촉구하고 올해를 한반도 평화체제가 새롭게 시작되는 원년으로 바꾸어내자며 정부와 국회 또한 그러한 청사진을 국민 앞에 제시해줄 것을 촉구하였다.
이 행사는 서울과 부산지역에서 함께 진행되며 서울 명동성당 앞에는 참가자들이 흰색 무명옷과 꽃관을 머리에 쓴 평화를 노래하는 여신이 되어 행사에 참가하였으며 행사진행은 정전 50년을 맞는 취지문(한국여성민우회 구자진 부장)과 <정전을 평화로> 여성평화선언문(한국여성의전화연합 박인혜 상임대표)을 낭독하였다. 또한 정부와 국회에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지속가능한 정책을 국민에게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남과 북, 세계여성들과도 함께 연대하여 한반도에서의 전쟁 체제의 종식과 아울러 평화로운 세계를 향해 희망을 만들어갈 것을 다짐하며 한반도 여성들의 현실을 호소하였다.
이후 모든 참가자들이 평화의 염원을 담아 준비한 나무에 평화염원리본을 달며 종전을 촉구했으며 마지막에는 평화의 여신들이 먼저 앞장서며 명동성당 들머리 일대를 돌며 평화퍼레이드를 진행하였다.
이들은 <정전, 50년은 충분하다, 이제는 평화다>라는 해바라기꽃 피켓구호를 개개인이 들고서 조용히 평화의 걸음명상을 하였다. 이 평화걸음명상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김숙임 대표가 진행을 맡으며 종전을 위한 평화의 울림을 전하였다. 이들은 명상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조용한 발걸음을 옮겨놓았으나 여성들의 소리 없는 발걸음이 평화를 향한 더 없이 큰 외침으로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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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전을 평화로> 여성평화선언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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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전, 50년은 충분하다. 이제는 평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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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그동안 우리는 분단현실과 냉전구도 속에 반백년을 살아오면서 전쟁으로 인한 공포와 불안, 분단이데올로기로 인한 갈등과 반목으로 늘 시달려왔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생명이 무참히 짖밟혀졌던 잔인한 전쟁을 경험한 우리 여성은 또다시 그런 고통과 오욕의 역사를 되풀이할 수 없다.
전쟁의 포성은 멎었지만 지금도 전쟁을 대비한 군사훈련과 냉전의식은 여전하며 일촉즉발의 위험의 순간을 경험하는 서해교전사태와 같은 심각한 상황이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언제든지 무시무시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곳곳에 상존해있는 것은 바로 정전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한반도의 현실 때문이다. 이러한 잠재적인 위협들은 이 땅에 살고 있는 국민들을 전쟁에 대한 두려움 속에 지내게 하며 전쟁에 대비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현실을 끝내야 한다.
정전, 50년이면 너무나 부끄러운 세월이다. 이제는 평화를 애기해야 할 때다.
우리는 최근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쟁에서도 너무나 생생히 보았지만 전쟁으로 인한 파괴력은 가히 가공할 만하다. 결국 전쟁의 피해자는 아무런 대항조차 할 수 없이 숨져간 무고한 민간인이며, 섬광을 뿜으며 폭탄세례를 퍼부었던 땅에 남은 흔적이라고는 여기저기 흩어진 포탄찌꺼기와 무너진 건물잔해, 그리고 잃어버린 가족에 대한 슬픔과 남은 생명을 이어가기가 막막한 비참함, 희망을 잃어버린 미래뿐이다.
우리는 굳이 이 전쟁의 현실을 외국의 사례를 보지 않아도 머지않은 과거에 우리가 겪었던 경험이며 우리 부모님이 직접 겪은 고통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남북전쟁으로 인한 망인으로서의 생활을 책임지는 자로서, 군사주의에 이중삼중의 희생자로, 전쟁의 폐허 속에서 지난 날 여성들이 겪은 고통은 이루말 할 수 없었다. 비록 50년이 지난 과거의 경험이긴 하지만 우리가 잊을 수 없는 것은 그 전쟁의 상흔이 여전히 존재하고, 그로 인한 고통이 아직 아물지 않고 여전히 전쟁의 피해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너무나 위태롭다. 또다시 전쟁위기설이 나돌고 있으며 제2의 이라크가 될 수도 있다는 전쟁의 위협 속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미국은 최첨단 군사시설과 가공할만한 파괴력을 앞세워 순식간에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군사패권국가로서의 위력을 과시하며 핵문제를 빌미로 북에 대한 제재와 봉쇄, 전쟁위협으로 한반도 정세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북미간에 초긴장 상태의 대립은 북미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주민의 운명이 걸린 문제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일어난다면 민족전체의 공멸을 불러올 것이며 주변국의 개입과 함께 동북아의 군사적 대결과 긴장상태를 고조시키며 이는 결국 인류의 대재앙으로 이어지고 말 것이다.
지금 우리는 50년이 되도록 휴전상태를 평화상태로 바꾸지 못한 채 또다시 휴전상태로 또 다른 50년을 향해 진입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아마도 우리는 100년을 준 전시상태로 살지도 모르며 급기야 영원한 분쟁지역 한반도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은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의 부끄러움이다. 정전 50년으로 충분하며 이를 극복할 의지마저 상실하게 만들만큼 과도했다. 전쟁은 이제 끝나야 한다. 전쟁의 기운마저도 이 땅에서 몰아내어야 한다.
이제 우리 여성들은 <정전을 평화로> 기치아래 한반도에서의 평화실현과 평화체제의 희망을 그리며 군사적 패권주의로 온 인류를 장악하려는 강권과 폭력을 단호히 배격한다. 그리고 정부와 국회에게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지속가능한 정책을 국민에게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 여성들은 남과 북, 세계여성들과 함께 연대하여 한반도에서의 전쟁 체제의 종식과 아울러 평화로운 세계를 향해 희망을 만들어갈 것이다.
2003년 7월 24일
<정전을 평화로> 여성평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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