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빨래 좀 걷어 놔!”

by 여성연합 posted Jul 2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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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슥한 밤, 네 여자가 모여 있습니다. 아니, 네 여자와 한 남자가 함께 있습니다. 안개 깔린 공원에 옹기종기 앉아 있습니다. 손에 든 캔 맥주를 한 모금씩 마시고 있습니다. 맥주를 들이켠 뒤 감자 칩을 먹는 이도 있고, 두어 명은 사발 면을 건져 먹습니다.

“볼일이 있어 밖에 나갈 일이 있었거든. 그래서 빈둥거리고 있는 남편한테 ‘여보, 빨래 좀 걷어 놔!’라고 말한 뒤 외출을 했어. 저녁 늦게야 일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나 참, 기가 막혀서!”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음 말을 기대합니다. 말을 꺼낸 여자가 캔 맥주를 쭈욱 들이켠 뒤 다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 인간이 빨래를 걷기는 걷었더라고. 그런데 걷은 빨래를 거실 한 켠에 둘둘 말아놓은 거야 글쎄. 아니, 빨래를 걷었으면 개켜놓는 건 상식 아냐?”

세 여자와 한 남자가 박수를 치면서 웃습니다. 배꼽을 잡고 눈물이 나도록 웃습니다. 그 중 웃음을 먼저 그친 여자가 말을 합니다.

“나도, 나도. 나도 그런 적 있어. 나도 외출하면서 경민씨한테 빨래 걷어서 개켜놓으라고 했거든. 그리고 집에 돌아왔더니 빨래를 개켜놓기는 했는데 그냥 안방에 있는 거야. 바로 앞에 서랍장이 있는데도 말이야! 그래서 물어봤지. ‘경민씨, 빨래 앞에 서랍장 안 보여?’라고 물었더니 뭐래는지 알아요? 빨래를 개켜놓으라고 했지 언제 서랍장에 넣어놓으라고 했느냐는 거예요. 휴우- 속이 터지지.”

말을 마친 여자가 길게 담배연기를 빨아들였다가 내어 뿜습니다. 한 여자가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작년 오월인가 유월쯤에 있었던 일인데.... 몸이 아파서 한 달 가량 친정에 가 있게 되었어요. 그때 베란다에 상추를 키우고 있을 때라 얘기를 했죠. ‘민주아빠, 상추가 물을 많이 먹거든! 그러니까 아침저녁으로 꼭 물 좀 줘!’라고.

그리고 한 달 뒤에 돌아왔는데 상추 키가 이만해 가지고 다 세어있는 거예요. 화가 나서 상추 밑동을 싹둑싹둑 잘라버리고 있으니까 옆에서 뭐라는 줄 알아요?”

이번에는 또 어떤 말이 나올까 싶어 모두 경청을 합니다.

“‘그렇게 잘라 버릴걸 물은 뭐하러주라고 했어?’라는 거예요. 내가 아주 미친다니까요.”

무리 중에 제일 어른인 여자가 말을 합니다.

“자기들이 잘못 했네! 그러니까 남자들한테 집안일을 시킬 때는 조목조목 시켜야지. 그 인간들은 일을 하나 시키면 꼭 그 일밖에 할 줄을 모른다니까! 도대체가 창의력이나 융통성은 눈을 씻고 찾아볼래도 찾아 볼 수가 없어.”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면서 캔 맥주를 쭈욱 들이켭니다. 그때 한 남자가 조심스럽게 끼어듭니다.

“남자들이 집안일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그렇죠!”

“맞아, 맞아! 그러니까 다향이 아빠를 이 자리에 끼워주지.”

제일 어른인 여자가 선심이라도 쓴 듯 말을 받습니다.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전화 벨 소리가 울립니다. 한 여자가 전화를 받습니다.

“어, 여보! 아직 안 잤어? 한시쯤에 오한숙희씨 강의 끝나고 몇몇이서 8단지 농협 앞 공원에서 캔 맥주 한 잔 하고 있어. 금방 들어갈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자. 알았지?”

네 여자와 한 남자가 캔 맥주로 건배를 하고, 주섬주섬 일어나 새벽이슬을 밟으면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새벽 4시 즈음에

2003년 7월 19일, 과천에서 오한숙희님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오후 7시에 시작한 강의는 9시 30분이 넘어 끝났고, 강사의 제의로 뒤풀이가 있었지요. 새벽 1시, 오한숙희님이 자리를 뜬 뒤에도 아쉬움이 남는 듯 했습니다. 아쉬움을 접어둔 채 대부분이 귀가를 했고, 다섯 명의 주부가 모여 고단한 삶에 대해 토로를 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