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항상 내게 얘기하고 있다.

by 여성연합 posted Jul 3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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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이들마다 내가 해주는 말이다. 어떤 병이든 증세가 심각해지기 전, 우리 몸은 반드시 신호를 보내주기 때문이다. 당뇨병을 예로 들어보자. 이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입이 마르는 것이다.

평소에 기름진 것을 너무 많이 먹고 몸 움직이는 걸 싫어해 노폐물이 축적되어 생기는 병이 바로 당뇨병인데 대사시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보니 몸 안에 수분은 늘 모자라고 당연히 입이 마를 수밖에. 여성들인 경우엔 병을 눈치 채기 훨씬 수월하다. 매달 찾아오는 생리의 상태와 분비물의 상태를 건강의 지표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리주기가 이상해지거나 생리혈이 검어진 경우, 혹은 분비물에서 악취를 풍길 때엔 곧바로 그 원인을 찾아보면 심각한 질병에 걸릴 확률이 훨씬 적어진다. 이렇게 모든 병은 미리 알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준다면 최소한 심각한 상태는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서 하는 말은 한결같다.

"얼마 전까지 괜찮았는데…." "갑자기 왜 그럴까요?"

자신의 몸에 대해, 자꾸만 신호를 보내는 우리 몸에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과일로 치면 익을 만큼 익은 뒤 땅에 떨어지는 것처럼, 병이 깊이들만큼 들어 바깥으로 나타나는 것을 '갑자기, 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내 몸의 이야기를 들어주라는 것 이외에 내가 강조하는 말은 한 가지 더 있다. 마음의 병이 육체의 병으로 이어지고, 육체의 병이 마음의 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최근 늘어나고 있는 심신증(건강염려증) 환자들이 결국엔 병에 걸리고 만다는 것 역시 같은 이치다.

얼마 전 한 주부가 찾아왔다. "특별한 일이 없었는데, 이번 달에 생리를 두 번이나 했어요. 왜 그럴까요?" 진찰결과 자궁이나 소화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건강상 병적인 증세가 없을 때 짚이는 것은 단 한 가지.

"혹시 요즘 신경을 많이 쓰는 일 있으세요?" 이렇게 물어보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얼마 안 있으면 아이가 유학을 가는데, 그게 생리랑 무슨 상관이 있어요?" 역시 마음 따로 몸 따로 라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현대인이다. 신경을 많이 쓰면 간의 기운이 울결(鬱結: 막히고 엉킴)된다. 그로 인해 간과 신장의 기운이 제대로 순환을 못하게 되고 금방 생리 불순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신경을 많이 써서 생리 불순이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절대로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는 것이다.

다행히 그녀는 한재의 약을 먹고 정상으로 돌아왔다. 워낙 건강체질이라 "약발이 잘 받아" 쉽게 고친 것일 수도 있지만 마음을 편안히 갖도록 하라는 조언에 잘 따랐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인체를 작은 우주로 본다. 인체의 모든 기능과 구조가 우주의 음양이론과 오행 즉, 목(生: 나고)·화(長: 자라고)·토(化: 변화하고)·금(收: 거두어 들이고)·수(藏: 저장하는)의 운행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하늘에 해와 달이 있듯 사람에는 남자와 여자가 있고, 우주가 오행(목성, 화성, 토성, 금성, 수성)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듯 인체는 오장(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의 운용에 따라 움직이며, 일년에 열 두 달이 있듯이 인체에는 12경락이 있고, 일 년에 365일이 있듯이 인체에는 365혈이 있다는 건 인간을 소우주로 보는 원리의 기본이다.

그 12경락과 365혈을 순환하는 '기(氣)'와 '혈(血)'이 막힘없이 순조롭게 순환할 때, 우리 몸은 건강해진다. 반대로 어느 곳이라도 막혀 순환하지 못하면 병이 생기는 것이다. 우주와 내 몸의 생명현상이 함께 움직인다는 것. 거기에 늘 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안다면 나와 가족의 건강지수는 90%는 확보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