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제3회 시민운동가대회 중 "시민운동의 미래, 시민운동가 "시민운동,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플래너리 세션에서 발표된 조희연 교수의 발표문이다.
조희연 성공회대 NGO대학원 교수
두 번째 기조발제에 나선 조희연 성공회대 NGO대학원 교수는 먼저 민주주의의 발전과 시민운동과 관계 정립을 짚어나갔다. 그에 따르면 시민운동은 '자유주의적' 사회운동의 성격이 강하지만 스펙트럼이 다양하게 편제돼 있고 '시민적·정치적 권리가 일정하게 보장되는 민주주의의 조건에서 이를 활용하며 전개하는 운동'이라고 성격을 정리했다.
또한 현 시기 시민운동의 정치적 이념 수준을 중도 자유주의에서 온건 진보주의로 확장돼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운동과 정치사회의 관계를 둘러싼 도전'으로 이름붙인 시민사회 쟁점 설명에서는 "2000년 총선연대 활동과 같은 내용을 최고치로 하는 '중립적 감시운동', 당선운동, 적극적 정치세력화론으로 시민운동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이어 "정치적 중립성의 진정성은 계승하되 허구성을 극복해야 하며 정치사회의 개혁적 인적 풀로서의 시민사회운동은 불가피하고 긍정적"이라며 "다만 정치적 중립성의 진정성을 계승하는 운동이 단체와는 명확하게 분리 존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운동이 동질성의 신화를 벗어야 한다는 논리도 주목받았다. 내적 분화를 촉진한다는 의미에서 신자유주의를 둘러싼 다양하고 건설적인 분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개혁적 시장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 급진주의, 공동체주의, 자율적 맑스주의 등을 손꼽았다.
그럼에도 시민운동에 있어 중요한 담론과 활동의 이념적 근거는 민주주의며 이는 형식적으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삶의 성격을 규정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민주주의는 사회경제적·문화적·생태적·글로벌한 차원까지 적용하는 범주가 되고 있으며 민주주의가 내포하는 급진성과 평등성을 전 생활세계영역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시민사회는 풀뿌리 수준에서의 다양한 공동체운동과 부문운동을 활성화시키고 약자와 소수자의 눈으로 사회를 보기 위한 노력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내부적으로 서울중심주의·반공주의·권위주의·성장주의와 같은 시민사회의 내재화된 보수성의 극복을 넘지않고서는 시민사회운동의 발전을 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제제기형 운동에서 전문성을 기초한 운동을 시대는 요구한다는 입장도 나왔다. 불완전한 국가와 제도정치, 시장에 대한 문제제기형 감시운동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고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지만 보다 전문화된 감시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사이익에 의존하는 단계의 문제제기와 비정파적 순수성만으로 인정받는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이야기다.
시민사회운동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인프라 구축도 변화속의 한국 시민운동의 과제라는 견해도 나왔다. '임박한 혁명'을 전제로 한 '결단형' 운동에서 '직업으로서의 운동'으로 가기 위한 사회적 인프라 확충이라는 표현을 쓰며 조 교수는 "미혼 남성·여성 활동가 운동에서 평생활동가 운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NGO선진국의 새로운 모형 검토를 통한 한국 NGO 발전 방향 모색도 이뤄졌다. 제도정치 주도형의 유럽형 모델, 다원적 이익집단이 중요하고 NGO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제도정치에 반영하는 '로비형' 조직으로 존재하는 미국형 모델이 제시됐다. 조 교수는 제도정치가 권위주의적 국가로부터 충분히 독자화돼 있지 않고 시민사회의 정치적 의사와 요구를 반영하는 데 있어 NGO의 역할 역시 크게 발전되지 않은 후진국의 유형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경우 NGO의 강력한 주도권과 영향력, 상대적으로 지체된 제도정치, 세계화가 가져오는 국내적 제도정치의 독점적 지위 약화 등의 영향으로 유럽형이나 미국형과는 다른 새로운 유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이번 발제에서 특히 '비정상성'에 대한 저항에서 '정상성'에 대한 저항을 강조했다. 비정상성(비민주·천민성)이 지배적인 국가 앞에서 이에 대결하는 투쟁은 벗어났으나 정상성의 문제점을 주목하고 그에 대항하는 운동으로 변화돼야 한다는 논지다. 민주주의의 실현에도 불구하고 제도화된 민주주의 자체의 한계, 시장의 힘에 의한 민주주의의 허구화, 자본적 민주주의 자체의 한계성을 넘기위한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국가의 '자유민주주의적' 정상화에 상응하는 사회운동의 '급진화'를 촉구했다. 민주주의를 급진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민주주의에 대한 구체적 관심을 확장해야 하며 그중에서도 아시아와 후진국을 향한 한국시민운동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한국NGO의 역량 20%는 아시아와 나눠야 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 노선을 저지하기 위해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저지하는 전 세계적 운동조류에 동참할 것"을 제안했다. 현 단계 지구촌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진 못하는 한계가 있고 낙선운동이 성공하지 않더라도 반 부시운동 과정에서 평화를 위한 지구적 연대의 수준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리 = 이재환 기자 y2kljh@ngo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