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의 비어, 속어, 외국어 사용실태에 대하여

by 여성연합 posted Nov 0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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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축약어와 신종언어들이 난무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인터넷 언어의 이해정도에 따라 세대를 구분하기도 하는데요. 이를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고 있지요. 언어는 소통의 가장 핵심이니까요. 그런데 인터넷언어의 문제만큼이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방송언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언어는 그 시대 문화의 소산입니다. 문화를 대변하기도 하지만 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요. 따라서 방송의 언어사용은 비단 언어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문화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언데 요즘 방송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섬찟할 정도로 과격하거나 폭력적이고, 이를 넘어 비어, 속어, 외국어가 남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지난 3월 17일 시청자 단체인 ‘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이 펴낸 ’지상파 방송3사 방송언어 실태 모니터 보고서'를 토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연예오락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야!한밤에’, ‘해피투게더’에서 “부킹, 나이트, 버전, 토크, 소개팅, 휠, 어필, 캔슬, 터프가이, 취중토크, 싸이코틱, 포토토크, FM대로, 터치당하다, 럭셔리한 눈빛” 등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에 외국어와 우리말을 접속시킨 조어를 사용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근래 오락프로그램은 온통 연예인으로 구성되고 진행되는데요. 진행자나 출연자들이 선후배 관계의 편안함을 앞세워 반말을 한다거나, 심지어 비어, 은어, 속어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해피투게더’와 ‘슈퍼TV일요일은 즐거워’등에서는 “주책바가지란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다.”, “아줌마 바지는 안입어요”, “이몸매는 신이만든 몸매예요, 자연이 만든 몸매예요”, “지나치게 눈을 까뒤집어요”, “눈 깔아 자식아” 등 선정적이거나, 인격모독적, 인신공격적 발언들이 지적을 받았습니다.

연예인의 신변잡담을 위한 토크쇼, 게임, 짝짓기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사회자로, 패널로, 손님으로 출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방송언어의 중요성에 대한 의식없이 방송을 대하는 경우 이들의 독특한 어투나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 남의 인격을 모독하는 등의 언어들은 그것을 주로 시청하는 청소년층에게 영향을 미쳐 모방하게 하고 그 결과 우리 사회 일상언어의 왜곡현상을 가져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예오락프로그램의 경우 이전에도 많이 지적받았던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어떤가요?

드라마의 경우는 ‘저푸른 초원위에’가 많은 지적을 받았습니다. 드라마안의 가족사이에 갈등이 생기면서 서로 거친 언어를 함부로 쓴다거나 부부간에도 상대방을 무시하는 말을 사용하는 등 극단적 단어와 비속어의 남발, 그리고 상대방의 인격을 무시하는 인신공격적인 말이나 모욕감을 주는 언어의 사용이 지적되었습니다. 그 예로는 “싹수가 노래”, “존심 상하게하면”, “삐끼”, “당신 하나쯤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부셔버릴 수 있어”등이 있습니다.

사실 드라마는 극의 설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사용되어지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역시 방송이라는 매체의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 같군요. 그런데 어린이 프로그램에서도 이런 부적절한 언어가 사용된다는 것은 잘 납득이 안되는데요. 어떤 내용인가요?

어린이 프로에서는 만화가 문제였는데요. 국적불명의 로봇이 나와 서로 싸우는 장면이 많고, 그 때 웃음소리, 비명소리, 고성을 지르는 장면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 속에서 극단적인 언어, 전문용어, 지나친 외국어 사용들이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정의의 용사 카봇’에서는 로봇이 변신할 때마다 “공포의---”가 반드시 들어간다든지, “최강에너지합체, 최강 울트라 레이져” 등 강한 언어와 외국어 사용, 그리고 “검색바이러스”, “매트릭스”, “시그마”, “기간토론” 등 전문용어를 빈번히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크러시기어’에서는 “스코어”, “피닉스”, “아이언샤크”, “가루다피닉스”등 외국어가 남용되고, “불의 분노”, “암흑마왕”, “필살기”, “최악의 상황”, “얼마든지 널 무너뜨릴 수 있어” 등 극단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미키마우스’에서는 “그짓말 하지마, 이 쌔빨간 그짓말쟁이야” 와 같은 부정확한 발음과 경음화 현상, 그리고 “징징 짜지마, 이 곰퉁아, 이그 정말 재수 없어” 같은 언어들이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요즘처럼 방송의 영향을 많이 받는 아이들은 듣는대로, 보는대로 배우고 흡수할텐데 정말 어린이 프로는 국내에서 제작하는 작품이 많아져야 할 것 같아요. 수입해 오는 만화의 경우도 그 번역이나 소리입힐 때 신경을 많이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프로그램안에서의 언어의 문제점들을 살펴봤는데요. 오늘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사실 외국어의 무분별한 사용의 문제입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이나 참여하는 사람 모두 방송언어에 대해 많이 고민해야 할 것 같구요. 그보다 기본적으로 방송사에서 신경써야 할 부분은 프로그램 제목의 문제입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방송사별로 전체 프로그램수에 대한 외국어 프로그램수가 KBS1 27.5%, KBS2 34.5%, MBC 27.5%, SBS 34.8%로 나타났습니다. 3개 방송사의 4채널을 모두 평균내면 30.9%가 외국어 제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조사는 “TV, 비디오, 데임, 쇼, 뉴스, 스포츠, 드라마, 다큐멘터리, VJ, 칼럼, 채널, 고유명사인 이름이나 지명”같은 일상화된 외래어나 우리말로 대체하기 힘든 외국어를 제외한 목록입니다. 더구나 프로그램 안에 있는 세부제목까지 포함한다면 더 많겠죠. 이번 봄 개편시에는 프로그램 제목에서의 지나친 외국어 사용이 자제되어지고 좋은 우리말 제목으로 바뀌어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