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허타입, 그녀의 기미

by 여성연합 posted May 0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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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얼굴에 유난히 광대뼈 부위가 거뭇거뭇한 그녀가 우리 한의원에 온 것은 작년 봄의 일이다.

“기미 때문에 화장을 진하게 하고 다닌 지 오래됐어요. 그런데 진한 화장이 피부를 더 나빠지게 하는 것 같아서 왔습니다. 기미도 치료가 되나요?”

몹시 걱정스러워하는 그녀에게 나는 우선 ‘노력하면 뭐든 좋아 진다’는 말부터 꺼냈다. 한방에서 쓰는 약재나 치료는 모두 자연에 순응하는 원리를 따르기 때문에 적어도 부작용은 없기 때문이다.

그녀를 진료해보니 맥이 유난히 약했다. 진찰 결과 신장 기능이 매우 약해져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신장의 기운이 많이 약해졌군요. 그래서 소변을 봐도 시원찮고, 또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는 거예요. 그런 상태라면 몸의 저항력이 떨어져 있어서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되죠.“

이제 나이 서른에 접어든 그녀에게 기미는 치명적이었다. 요즘은 아이 낳은 주부들도 ‘미시족’이라고 처녀처럼 꾸미고 다니는데, 아직 결혼도 안 한 처녀가 기미 때문에 나이 들어 보이니 속이 상할 만했다.

그녀에게 기미가 생긴 원인은 일단 ‘선천적인 기운 부족’이었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느라 혈(血)이 손실된 경우도 아니고, 또 간 기능이 급격히 저하된 경우도 아니며, 자외선을 많이 받고 다니는 직업도 아닌 바에야 선천적 기운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일 수밖에 없었다.

타고난 기운이 부족하면 신장의 기운(腎氣) 또한 약해지게 된다. 한마디로 신허(腎虛) 증상이 오게 된다. 신장은 해부학적인 신장(kidney)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신장을 포함하여 생식기능, 배뇨기능, 뼈, 골수, 뇌수 등 비뇨 생식 기능의 의미를 포괄하는 용어다. 허(虛)는 실(實)의 상대가 되는 말인데 정기(正氣)가 부족하다는 의미를 가진다.

신기(腎氣)가 약해지면 특히 우리 몸의 수분(피를 포함한 우리 몸의 진액)이 제대로 생성되지 못할뿐더러, 있는 수분마저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진액이 피부에까지 도달하지 못해 거칠하게 잡티가 생기고 기미가 돋아나는 것이다.

“우리 몸의 70퍼센트 이상이 물로 이루어져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지요? 그 물은 혈액과 골수, 뇌수, 침 등 모든 종류의 수분을 말합니다. 그것을 한의학에서는 ‘진액(津液)’이라고 불러요. 피부에 진액이 마르지 않아야 피부 트러블이 생기지 않는답니다. 진액에는 영양과 수분이 함께 들어있다고 이해하시면 되요. 영양과 수분이 모자라서 생기는 피부의 영양 부족, 그것이 바로 기미로 나타난 거랍니다.”

TIP▶ 따라하자 셀프 피부 건강법
‘신허 타입 기미를 예방하는 자가진단법’
-허리와 무릎이 시큰거리고 무기력하다.
-생리가 늦어지고 양이 줄었다.
-아랫배가 차고 성욕이 저하된다.
-소변이 맑고 많아졌다.
-설사를 자주 한다.
-깨어있는데도 잠을 자는 것처럼 몽롱하다.
-생리가 늦어질 때가 종종 있다.


☞ 3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기미를 예방하기 위하여 미리 신장의 기운을 보강하여야 한다.
한의학적으로 봤을 때 신허(腎虛) 증상은 원래 허약한 체질을 타고났거나, 오랜 병을 앓고 나서 기력이 급격히 떨어졌을 때, 또는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 찾아온다. 그녀의 경우는 나이도 젊고 큰 병을 앓은 적도 없으니 그저 허약한 체질을 타고났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그녀에게 기미 회복의 지름길이 과연 있을까?

우선은 허약한 신장의 기운을 도와주는 약, 즉 신장의 기운을 보기보혈(補氣補血:기와 혈을 보강시켜줌)하는 한약을 처방하고, 2차적인 치료로 그녀의 기를 살려줄 수 있도록 침과 뜸 치료를 해주면서, 한방에스테틱 12주 기미프로그램을 받게 했다. 이렇게 몸속으로는 좋은 약을 투입하고 피부의 진액을 보강하면서 색소 침착을 완화시키는 화장품을 처방하며 기공과 운동요법까지 병행한 결과, 12주 후 그녀의 피부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약은 약대로 먹되 평소에 조금씩 운동을 해서 몸의 기운을 모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이 허약한 사람은 헬스처럼 ‘노동’에 가까운 운동을 하는 것보다는 기공처럼 정적(靜的)이면서도 호흡을 깊게 하는 운동이 좋다.

“요즘은 화장을 짙게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기미가 없어졌어요. 선 블록 크림만 살짝 바르고 다닌다니까요. 기미도 기미지만 전보다 피로감이 훨씬 덜해져서 좋은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처음 왔을 때보다 그녀의 목소리는 훨씬 생기가 흘렀다. 예전에는 허약 체질이 흔히 그렇듯 목소리가 작고 착 가라앉았었는데 말이다.

그녀의 삶이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활기차고 생기에 넘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