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에 조카애한테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
"보자 보자 하니까, 보자기인줄 알고, 가만히 있으니까 가마니인줄 안다"
여자들의 경우, '집에서 논다, 논다' 하니까 가족은 물론 세상 사람 모두 다 여자는 집에서 노는 줄 아는 것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
여성 여러분! 정말 집에서 노십니까. 자, 그럼 지금부터 '집에서 논다고 알려져 있는' 여자들의 삶의 실체를 세 아줌마와 한번 캐들어가 보겠습니다.
Q. 출근시간이 정해진 바 없으니 여자들은 좋겠다.
"아침에 눈뜨는 순간이 출근, 차라리 출근 시간이 있는 게 나아!"
대략 주부의 출근 시간은 새벽 6시부터 8시 사이.
Q. 요즘 여자 아침밥 하냐?
"밥이 아니더라도 뭐라도 줘야한다. 전날 한 밥을 주더라도 차려야 한다. 물이라도 한사발 떠줘야 한다. 눈 떠서부터는 계속 움직인다."
"일단 깨면 계속 바쁘다. 애들 깨워서 씻으라고 잔소리해서 밥을 차려서 먹여서 학교에 보내야 한다. 남편은 안 먹어도 애들은 먹여한다는 사명감으로 산다."
"준비물 챙겼는지, 못챙긴 것은 옆집으로 문방구로 뛰어야 한다."
"온 신경을 애들한테 써서 씩씩거리고 보낸 뒤 고개 돌리면 폭탄 맞은 현장"
폭탄이란?
"신문, 애들 옷 벗은 대로, 남편 옷 벗은 대로, 이불 안 갠 것, 식탁 위는 위대로 늘어져 있음." (이상해! 전날 싹 치우고 자도 아침되면 지저분한 건 정말 이상해!)
Q. 그 많은 아침드라마는 집에 있는 여자들을 위한 것이 아닌가
"아침 드라마는 정말 재미없다. 다만 아침마다 치루는 전쟁에 정신 쏙 뺏기고 난 다음에 잠시 퍼지는 시간일 뿐. 이거 오래 보면 오전 시간 다 날라가서 밤까지 허둥대야 하는 걸."
"편하게 누워서 티비 보는 여자는 몇 안 된다. 애들이 남긴 밥상을 처리하는 차원에서 밥한 술 뜰 때 벗삼거나 모두 나간 뒤의 공허함을 메꾸기 위해 습관처럼 켜놓을 뿐."
오전 중에 약속이 있거나 운동을 다니면 티비는 안 본다. 아니 못본다.
청소, 빨래 돌리고 널고 정리하다보면 금방 12시 된다. 어쩌다 냉장고 청소나 베란다 청소 등 굵은 것 하나 잡아서 터뜨리면 더 금방이라고 한다.
Q. 애들은 학교에서 급식먹고 오후에는 학원가니 엄마는 만고강산 아닌가
"간식 먹여서 학원에 챙겨 보내야 간다."
초등 저학년 애가 있으면 오후 1시까지는 집에 들어가야 한다. 중고등학교 엄마라도 3시까지는 들어가야 한다. 적어도 이 삼일에 한번은 장을 봐야 하고 못하면 수퍼라도 가야 한다.
보통 6시에서 8시 사이에 저녁을 먹이는데 그러자면 적어도 5시에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남편이 함께 저녁 먹는 날은 국이나 찌개 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생선이라도 한 마리 올려야한다. (어느 날은 '신랑이 밥 먹고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Q. 재미있는 드라마가 가정집 수돗물 사용량을 줄인다고 할만큼 여자들은 드라마에 미친다는데
"애들 공부에 신경 쓸 시간이 저녁 먹고 난 다음밖에는 없어요. 초등저학년은 뭐해달라 뭐해달라 엄마가 해줘야할 게 많아요. 만들기 같은 거 있거나 받아쓰기 시험 있으면 설거지도 못해요(애한테 신경쓰기로 들면 엄마 숙제가 정말 많다)."
"중고등학교 다니면 애 시험때 눈치보여서 티비도 못 켜."
보통 8시부터 9시 반까지는 애들하고 씨름하는 시간(설거지하거나 빨래 개면서 애들하고 했냐 말았냐, 가지고 와 봐라, 같이 해보자 등이 대화)
Q. 남편은?
빨리 오면 8시, 늦으면 11시 반에서 새벽 1시
"회사가 바로 집 옆이면 모를까 퇴근이 늦어. 빈속에 술 먹고 와서 그냥 자는 날도 있고, 남자들도 안 됐어. 사는 게 다 그런거 같애."
"남편이 일찍 온 날은 완전히 삼각패스야. 거실로 남편 과일 갖다주고 부엌에서 설거지하다 방에 가서 애들 숙제 독촉하고, 남편 있는 날은 더 바쁘고 신경 쓰이지. 남편이 애들 봐 주면 되는데 그게 안돼. 밖에서 힘든 것 아니까 요구도 못하고, 그런 날은 너무 힘들어 더 힘들어."
"애들 초등 때에는 부부가 단둘이 오붓하게는 시간 못 가진다."
Q. 주말이면 가족끼리 외식을 많이 하는게 요즘의 풍속도인데
"주말, 휴일에는 시댁, 친정, 생일, 결혼식 행사가 많아. 종일 시달리니까 돌아오면 정말 밥하기가 귀찮으니까 저녁은 사먹게 되지."
"근데 그것도 한 달에 한 두 번이지. 돈 생각나서 못하고 나가도 먹는 게 뻔하니까. 아예 돈 많아서 아주 좋은 데 가면 몰라도."
"환경이나 건강을 생각하는 엄마들은 쉽게 햄버거 피자 물려주지 못하니까 더 피곤하지."
"방학 때는 하루 세끼 밥에 종일 애들 신경 써야지, 애들끼리 싸우지, 심심하다고 조르지, 저녁때 되면 정말 지쳐 방학이 지옥이야. 정규리듬이 좋아, 일단 보내니까."
아직 하고 싶은 말 다 못하신 분?
"식구들이 들어와서 다 잠자리에 들어야 퇴근이다. 남편 늦는 날은 자도 편히 자는 게 아니고 중간에 다시 깨면 그때부터 잠 놓쳐."
"애들이 어리면 육체적으로 힘들고, 나이 들면 경제적, 정서적으로 힘들어. 사춘기 애들과 밀고 당기는 신경전이 피곤해. 빗나갈까봐 야단도 못쳐. 내 친구는 애만 보면 소화가 안 돼. 하고 싶은 말 참느라고."
"크면 큰대로 공부는 잘하나, 친구 문제, 정보에 뒤지면 안된다. 다른 엄마들 만나서 수다떠는 게 아니라 다 정보수집이야. 입시제도가 불안정하니까 엄마부담이 더 커. 목동, 강남 이런 동네 엄마들은 대단하단다."
."남편 휴가 때는 뒤치닥거리 하다가 볼일 다 본다. 애들 셋 보내고 내가 집에서 쉬니까 너무 좋더라. 밥도 안 해 먹었어. 그래도 배 안고파. 안 피곤하니까."
"그 집 남편이 민주적이다. 우리 신랑은 안 돼. 사람들 이목을 신경쓰니까 같이 안가면 짜증 내요. 토요일, 일요일 남편 있을 때는 내가 내가 아냐."
"맞벌이는 미칠 것 같아. 너무 힘들어. 아침에 정신없어. 전업주부 하는 일 똑같이 한 다음 나도 챙겨야 되잖아. 화장해야지, 아이들 간식까지 챙겨야지, 낮에 내가 없으니까. 잠을 줄이게 된다. 살인적이야."
"그러니까 여자들이 남자처럼 일하는 직장 못 다니지. 그렇다고 남편 혼자 벌어서는 못사는 세상이니 여자들이 대형 마켓에 판매원으로 시간제 일이라도 하게되는 거구. 성취감을 위해서 일한다구. 웃기는 얘기지. 먹구 살려구 하는 거야."
"맞벌이하면 다른 여자가 희생당하지.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 육아와 교육이 개인부담인 한은 여자들만 힘들어. 사회가 여자들 골 파먹고 사는 거야."
"여자들이 정서적으로 기여하는 게 얼마나 큰가 생각해봐. 집에 여자 없어봐, 전쟁보다 더 삭막해. 파출부가 생기면서 빨래와 청소는 돈으로 환산이 돼. 돈으로 환산 안 되면서 여자들에게 부담이 큰 노동이 정서적 노동이야. 이것을 세상이 인정해주지도 않는 거야. 그러면서 여자들에게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이와 가정에 목숨걸도록 분위기 조성하잖아. 거기 못 따라가면 죄책감들도 잘 따라가는 여자들한테 열등감 느끼고...."
"맞벌이하는 여자들에게 토요일하고 일요일은 엄마로, 아내로, 풀로 봉사하는 날이야."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내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산다는 생각."
"정말 시간 죽이기 같애. 나 자신에게는 신경 쓰지 못하면서 온갖 정신을 애들한테, 가장에 쏟으며 사는 인생이 시간죽이기 같애. 인생은 곧 가는거 아냐? 그걸 생각하면 너무 억울해."
"정서적 노동 하느라고 정작 우리의 정서는 메말라 가는 거지."
그런데도 왜 논다고 하세요?
얼마 전 여성부가 한국여성개발원에 부탁해서 전국의 20세 이상 남녀 1500여명을 대상으로 '한국여성의 삶과 일에 대한 국민체감 의식'을 조사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성 삶의 걸림돌로는 1위가 가정과 직장의 이중 부담이었습니다. 응답자의 절반 가량이 맞벌이였는데 여성의 가사부담률이 81%가 넘었습니다. 물론 전업주부의 경우는 90%가 넘었구요.
직장이 있든 없든 집안 일은 여전히 여자의 몫인데 기혼여성 중 80% 가까이가 맞벌이를 희망했다니 이게 웬일입니까. 기혼남성도 66%가 맞벌이를 원했답니다. "집에 있는 여자는 노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이 여기 끼친 영향은 없을까요.
여성 삶의 걸림돌 2위는 육아와 교육이었습니다. 빨래와 설거지는 미뤘다 하거나 대체 노동력을 쓸 수 있지만 사람 키우는 일이야 사랑으로 해야되니 그 욕구를 미룰 수도 돈으로 해결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정서적 노동'이지요.
집안살림, 애 키우기, 둘 다 고스란히 살리는 일 아닙니까. 이런 살리는 일을 '논다'고 해왔으니 얼마나 기가 막힙니까. 자기 삶을 갈아서 이런 살리는 일을 하는 여자들이 '노는 존재'로 공허감과 무력감에 젖어 있다는 건 더 기막힌 일 아닙니까.
앞으로는 절대로 논다는 표현 쓰지 맙시다. '살리는 일을 한다'고 합시다. 일백 이만 육천원
(전업주부 가사노동가치)은 살리는 일에 대한 최소한의 값일 뿐입니다.
"보자 보자 하니까, 보자기인줄 알고, 가만히 있으니까 가마니인줄 안다"
여자들의 경우, '집에서 논다, 논다' 하니까 가족은 물론 세상 사람 모두 다 여자는 집에서 노는 줄 아는 것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
여성 여러분! 정말 집에서 노십니까. 자, 그럼 지금부터 '집에서 논다고 알려져 있는' 여자들의 삶의 실체를 세 아줌마와 한번 캐들어가 보겠습니다.
Q. 출근시간이 정해진 바 없으니 여자들은 좋겠다.
"아침에 눈뜨는 순간이 출근, 차라리 출근 시간이 있는 게 나아!"
대략 주부의 출근 시간은 새벽 6시부터 8시 사이.
Q. 요즘 여자 아침밥 하냐?
"밥이 아니더라도 뭐라도 줘야한다. 전날 한 밥을 주더라도 차려야 한다. 물이라도 한사발 떠줘야 한다. 눈 떠서부터는 계속 움직인다."
"일단 깨면 계속 바쁘다. 애들 깨워서 씻으라고 잔소리해서 밥을 차려서 먹여서 학교에 보내야 한다. 남편은 안 먹어도 애들은 먹여한다는 사명감으로 산다."
"준비물 챙겼는지, 못챙긴 것은 옆집으로 문방구로 뛰어야 한다."
"온 신경을 애들한테 써서 씩씩거리고 보낸 뒤 고개 돌리면 폭탄 맞은 현장"
폭탄이란?
"신문, 애들 옷 벗은 대로, 남편 옷 벗은 대로, 이불 안 갠 것, 식탁 위는 위대로 늘어져 있음." (이상해! 전날 싹 치우고 자도 아침되면 지저분한 건 정말 이상해!)
Q. 그 많은 아침드라마는 집에 있는 여자들을 위한 것이 아닌가
"아침 드라마는 정말 재미없다. 다만 아침마다 치루는 전쟁에 정신 쏙 뺏기고 난 다음에 잠시 퍼지는 시간일 뿐. 이거 오래 보면 오전 시간 다 날라가서 밤까지 허둥대야 하는 걸."
"편하게 누워서 티비 보는 여자는 몇 안 된다. 애들이 남긴 밥상을 처리하는 차원에서 밥한 술 뜰 때 벗삼거나 모두 나간 뒤의 공허함을 메꾸기 위해 습관처럼 켜놓을 뿐."
오전 중에 약속이 있거나 운동을 다니면 티비는 안 본다. 아니 못본다.
청소, 빨래 돌리고 널고 정리하다보면 금방 12시 된다. 어쩌다 냉장고 청소나 베란다 청소 등 굵은 것 하나 잡아서 터뜨리면 더 금방이라고 한다.
Q. 애들은 학교에서 급식먹고 오후에는 학원가니 엄마는 만고강산 아닌가
"간식 먹여서 학원에 챙겨 보내야 간다."
초등 저학년 애가 있으면 오후 1시까지는 집에 들어가야 한다. 중고등학교 엄마라도 3시까지는 들어가야 한다. 적어도 이 삼일에 한번은 장을 봐야 하고 못하면 수퍼라도 가야 한다.
보통 6시에서 8시 사이에 저녁을 먹이는데 그러자면 적어도 5시에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남편이 함께 저녁 먹는 날은 국이나 찌개 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생선이라도 한 마리 올려야한다. (어느 날은 '신랑이 밥 먹고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Q. 재미있는 드라마가 가정집 수돗물 사용량을 줄인다고 할만큼 여자들은 드라마에 미친다는데
"애들 공부에 신경 쓸 시간이 저녁 먹고 난 다음밖에는 없어요. 초등저학년은 뭐해달라 뭐해달라 엄마가 해줘야할 게 많아요. 만들기 같은 거 있거나 받아쓰기 시험 있으면 설거지도 못해요(애한테 신경쓰기로 들면 엄마 숙제가 정말 많다)."
"중고등학교 다니면 애 시험때 눈치보여서 티비도 못 켜."
보통 8시부터 9시 반까지는 애들하고 씨름하는 시간(설거지하거나 빨래 개면서 애들하고 했냐 말았냐, 가지고 와 봐라, 같이 해보자 등이 대화)
Q. 남편은?
빨리 오면 8시, 늦으면 11시 반에서 새벽 1시
"회사가 바로 집 옆이면 모를까 퇴근이 늦어. 빈속에 술 먹고 와서 그냥 자는 날도 있고, 남자들도 안 됐어. 사는 게 다 그런거 같애."
"남편이 일찍 온 날은 완전히 삼각패스야. 거실로 남편 과일 갖다주고 부엌에서 설거지하다 방에 가서 애들 숙제 독촉하고, 남편 있는 날은 더 바쁘고 신경 쓰이지. 남편이 애들 봐 주면 되는데 그게 안돼. 밖에서 힘든 것 아니까 요구도 못하고, 그런 날은 너무 힘들어 더 힘들어."
"애들 초등 때에는 부부가 단둘이 오붓하게는 시간 못 가진다."
Q. 주말이면 가족끼리 외식을 많이 하는게 요즘의 풍속도인데
"주말, 휴일에는 시댁, 친정, 생일, 결혼식 행사가 많아. 종일 시달리니까 돌아오면 정말 밥하기가 귀찮으니까 저녁은 사먹게 되지."
"근데 그것도 한 달에 한 두 번이지. 돈 생각나서 못하고 나가도 먹는 게 뻔하니까. 아예 돈 많아서 아주 좋은 데 가면 몰라도."
"환경이나 건강을 생각하는 엄마들은 쉽게 햄버거 피자 물려주지 못하니까 더 피곤하지."
"방학 때는 하루 세끼 밥에 종일 애들 신경 써야지, 애들끼리 싸우지, 심심하다고 조르지, 저녁때 되면 정말 지쳐 방학이 지옥이야. 정규리듬이 좋아, 일단 보내니까."
아직 하고 싶은 말 다 못하신 분?
"식구들이 들어와서 다 잠자리에 들어야 퇴근이다. 남편 늦는 날은 자도 편히 자는 게 아니고 중간에 다시 깨면 그때부터 잠 놓쳐."
"애들이 어리면 육체적으로 힘들고, 나이 들면 경제적, 정서적으로 힘들어. 사춘기 애들과 밀고 당기는 신경전이 피곤해. 빗나갈까봐 야단도 못쳐. 내 친구는 애만 보면 소화가 안 돼. 하고 싶은 말 참느라고."
"크면 큰대로 공부는 잘하나, 친구 문제, 정보에 뒤지면 안된다. 다른 엄마들 만나서 수다떠는 게 아니라 다 정보수집이야. 입시제도가 불안정하니까 엄마부담이 더 커. 목동, 강남 이런 동네 엄마들은 대단하단다."
."남편 휴가 때는 뒤치닥거리 하다가 볼일 다 본다. 애들 셋 보내고 내가 집에서 쉬니까 너무 좋더라. 밥도 안 해 먹었어. 그래도 배 안고파. 안 피곤하니까."
"그 집 남편이 민주적이다. 우리 신랑은 안 돼. 사람들 이목을 신경쓰니까 같이 안가면 짜증 내요. 토요일, 일요일 남편 있을 때는 내가 내가 아냐."
"맞벌이는 미칠 것 같아. 너무 힘들어. 아침에 정신없어. 전업주부 하는 일 똑같이 한 다음 나도 챙겨야 되잖아. 화장해야지, 아이들 간식까지 챙겨야지, 낮에 내가 없으니까. 잠을 줄이게 된다. 살인적이야."
"그러니까 여자들이 남자처럼 일하는 직장 못 다니지. 그렇다고 남편 혼자 벌어서는 못사는 세상이니 여자들이 대형 마켓에 판매원으로 시간제 일이라도 하게되는 거구. 성취감을 위해서 일한다구. 웃기는 얘기지. 먹구 살려구 하는 거야."
"맞벌이하면 다른 여자가 희생당하지.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 육아와 교육이 개인부담인 한은 여자들만 힘들어. 사회가 여자들 골 파먹고 사는 거야."
"여자들이 정서적으로 기여하는 게 얼마나 큰가 생각해봐. 집에 여자 없어봐, 전쟁보다 더 삭막해. 파출부가 생기면서 빨래와 청소는 돈으로 환산이 돼. 돈으로 환산 안 되면서 여자들에게 부담이 큰 노동이 정서적 노동이야. 이것을 세상이 인정해주지도 않는 거야. 그러면서 여자들에게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이와 가정에 목숨걸도록 분위기 조성하잖아. 거기 못 따라가면 죄책감들도 잘 따라가는 여자들한테 열등감 느끼고...."
"맞벌이하는 여자들에게 토요일하고 일요일은 엄마로, 아내로, 풀로 봉사하는 날이야."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내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산다는 생각."
"정말 시간 죽이기 같애. 나 자신에게는 신경 쓰지 못하면서 온갖 정신을 애들한테, 가장에 쏟으며 사는 인생이 시간죽이기 같애. 인생은 곧 가는거 아냐? 그걸 생각하면 너무 억울해."
"정서적 노동 하느라고 정작 우리의 정서는 메말라 가는 거지."
그런데도 왜 논다고 하세요?
얼마 전 여성부가 한국여성개발원에 부탁해서 전국의 20세 이상 남녀 1500여명을 대상으로 '한국여성의 삶과 일에 대한 국민체감 의식'을 조사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성 삶의 걸림돌로는 1위가 가정과 직장의 이중 부담이었습니다. 응답자의 절반 가량이 맞벌이였는데 여성의 가사부담률이 81%가 넘었습니다. 물론 전업주부의 경우는 90%가 넘었구요.
직장이 있든 없든 집안 일은 여전히 여자의 몫인데 기혼여성 중 80% 가까이가 맞벌이를 희망했다니 이게 웬일입니까. 기혼남성도 66%가 맞벌이를 원했답니다. "집에 있는 여자는 노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이 여기 끼친 영향은 없을까요.
여성 삶의 걸림돌 2위는 육아와 교육이었습니다. 빨래와 설거지는 미뤘다 하거나 대체 노동력을 쓸 수 있지만 사람 키우는 일이야 사랑으로 해야되니 그 욕구를 미룰 수도 돈으로 해결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정서적 노동'이지요.
집안살림, 애 키우기, 둘 다 고스란히 살리는 일 아닙니까. 이런 살리는 일을 '논다'고 해왔으니 얼마나 기가 막힙니까. 자기 삶을 갈아서 이런 살리는 일을 하는 여자들이 '노는 존재'로 공허감과 무력감에 젖어 있다는 건 더 기막힌 일 아닙니까.
앞으로는 절대로 논다는 표현 쓰지 맙시다. '살리는 일을 한다'고 합시다. 일백 이만 육천원
(전업주부 가사노동가치)은 살리는 일에 대한 최소한의 값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