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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평등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여성가족부 확대·강화를 제안해왔습니다. 현장 활동가, 정책 전문가, 연구자들의 입장을 담은 언론기고 및 좌담참여를 통해 성평등 정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성평등 부처로서의 여성가족부가 어떻게 강화·확장되어야 하는지를 제안하였습니다. 성평등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여성계의 목소리에 많은 관심과 공유 부탁드립니다. 

‘광장의 소리’ 귀담아 성평등가족부 바로세워야

이경숙 전 여성가족부 정책보좌관
이재명 대통령이 내건 여성가족부의 ‘성평등가족부 확대 개편’ 공약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지 지켜보고 있다. 민주 정부의 전 여성가족부 장관들이 부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조직 개편 방향을 제안한 만큼, 새 정부의 성평등가족부는 국가 성평등 정책을 전체적으로 총괄하고 실질적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부처로 조직해야 할 것이다.

성평등가족부는 입체적 추진체계가 필요하다. 집행 업무 확대, 전 부처를 아우르는 성평등 총괄·조정 기능 강화, 성차별·성희롱 조사와 시정 권한 신설 등 세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도록 설계해야 한다.

집행 업무 확대는 부처의 소관 법률, 인력, 예산 확대를 의미한다. 이는 부처 간 균형 행정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2023년 기준 부처별 공무원 평균 인원은 약 5800명인데 여가부는 겨우 300여명이고, 예산은 정부 전체의 0.27%에 불과하다. 이로 인한 인력 활용의 어려움과 업무 분산 때문에 통합 행정이 힘들다. 따라서 여성 노동 정책처럼 중요도에 비해 비중이 적은 업무를 대폭 확대하거나, 각 부처에 흩어져 주변화돼 있는 업무를 가져와 일원화하는 방안이 있다. 또한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젠더폭력 범죄 대응, 성평등 문화 혁신, ‘남성과 함께하는 성평등 정책’과 같이 새롭게 대두되는 정책 수요를 발굴하는 것도 업무 확대 방안이다.

이렇게 성평등가족부로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많은 부처에서 고유의 성평등 정책을 집행하고 있어 이를 견인·조정할 수 있는 성평등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현행 양성평등위원회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부처 간 사전 협의를 통해 ‘사실상 결정된’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형식적 역할을 해왔고, 대면 회의조차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국가의 성평등 정책을 실질적으로 총괄·조정하기 위해서는 타 부처 정책에 대한 성인지적 개선 요구나 사회적 합의 부족으로 조정이 지연되고 있는 갈등 사안을 더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 바쁜 총리나 장관을 대신해 깊이 있는 논의를 이끌어갈 민간 전문가를 공동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전담 사무국을 설치한다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성차별과 성희롱 사건에 대한 능동적 대응도 필요하다. 현행 여가부 체계로는 사건의 실체에 개입할 권한이 없어 억울한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 한계가 크다. 성평등가족부에 진정 사건 조사 및 시정 권한을 부여해 부처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신속하고 통합적인 피해자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남성 성평등 정책’을 강조한 배경에 대해서는 어느 행사에서 열린 다섯 남성의 토크쇼 내용을 빌려오고자 한다. 이들은 남성으로서 겪는 좌절에 대해 이야기하며 연애, 돌봄 등의 관계 속에서 기존의 성 역할을 따르는 것 외에 대안적 관계 모델이 거의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한다. 또한 인생의 여러 단계에서 성평등과 관련한 도전에 직면하지만 해법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예컨대 남성의 높은 자살률이나 낮은 육아휴직 이용률은 남성 중심적 사회 구조가 남성에게 부과한 것이지, 여성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역으로 남성을 차별하는 ‘역차별’의 결과가 아니다. 그 원인은 기존의 이분법적 성 역할 구조에 있다. 또 사회 통념으로 인해 비전통적인(여성 다수인) 진로를 선택하는 비율이 낮아 직업 선택의 자유에서도 제한을 받는다. 따라서 남성 성평등 정책은 역차별의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젠더 규범의 급격한 변화에서 비롯된 도전에 대해 함께 대안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남성의 좌절감, 박탈감, 불안감에 대해 진지하게 논할 필요는 있지만 일부 남성의 근거 없는 주장이나 용어 자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 자칫 혐오를 정당화하는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3년간 대한민국 여성가족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컸다. 부처 폐지 시도와 장관 미임명, 예산 삭감을 통해 부처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해온 시간이었다. 그런 만큼 새 정부에 대한 여성들의 기대가 높았지만, 지금 그 기대는 우려로 바뀌고 있다. 이제 막 출범한 정부인 만큼 방향타를 선회할 기회가 있다. 광장의 목소리를 잘 수렴해 국민주권정부에 걸맞은 성평등 철학과 대안을 제시하고, 성평등가족부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바란다. 지금 여성들은, 대한민국이 30년간 성별 임금격차 세계 1위라는 굴욕을 벗고 ‘K성평등 민주주의’의 리더 국가가 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기사원문보기 : https://www.khan.co.kr/article/202507212106015#c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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