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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평등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여성가족부 확대·강화를 제안해왔습니다. 현장 활동가, 정책 전문가, 연구자들의 입장을 담은 언론기고 및 좌담참여를 통해 성평등 정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성평등 부처로서의 여성가족부가 어떻게 강화·확장되어야 하는지를 제안하였습니다. 성평등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여성계의 목소리에 많은 관심과 공유 부탁드립니다. 

[기획연재] 빛의 혁명, 그 이후 : 여성가족부 확대와 국가 성평등정책의 전환  |  2화 

정책 하나 잘못 쓰면 3대가 고생, 장기적인 성평등 노동 관점의 정책 필요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지난 11일, 2026년 최저임금이 결정되었다. 2.9% 인상된 1만 320원. 탄식이 절로 나왔다. 최저임금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평균 3.1%의 인상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지체된 최저임금 인상에 여성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게다가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범위가 넓어지면서 2024년부터는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중 식대, 숙박비, 교통비까지도 최저임금에 포함되고 있다. 최저임금이 올랐어도 오히려 임금이 낮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 첫 최저임금 인상률 2.9%라는 현실은 정말 절망스럽다.

최저임금은 많은 노동자들의 기준임금이다. 성별로 보면 여성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비중이 훨씬 높다. 2024년 기준 남성노동자 중 저임금 노동자는 11.1%이지만 여성은 23.8%로 두 배가 넘는다. 여성노동자 두 명 중에 한 명은 비정규직인데 이들의 월평균 임금은 169만 원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은 여성노동자들의 임금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모든 문제는 다각도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최저임금을 노동자 삶의 질 문제로 접근할 수도 있고, 양극화 축소의 사회적 관점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여성노동자 생존의 문제이자 성별임금격차를 개선할 성평등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다. 낮은 최저임금을 성평등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여성노동자의 생존권으로 인식한다면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는 달라질 수 있다. 적어도 업종별 차등지급이 논의 의제로 올라오지는 않을 것이다. 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자는 업종은 여성이 집중되어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평등 관점으로 노동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지금껏 정부가 여성노동을 바라보는 관점은 성평등 실현, 여성노동자 삶의 질 향상 보다 '여성인력 활용'이 우선이었다. 여성을 주체가 아닌 도구로 보는 관점 탓에 왜곡된 정책과 결과가 무수히 많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부터 시작된 여성노동자 대상의 시간제 노동자 확산 정책을 살펴보자. 이 정책은 여성의 돌봄 전담을 당연하게 상정하고 돌봄과 노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시간제 노동자를 늘리는 것이었다.

이 뒤에는 '여성노동자 고용률 높이기'라는 앙상한 경제논리가 자리잡고 있었다. 심지어 시간제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에게 지원금까지 지급하였다. 이 지원금은 2022년까지 계속되었다. 그 결과 2008년 13.5%였던 여성노동자 중 시간제 노동자 비중은 2024년 29.5%로 증가하였다. 단, 시간제 노동자 중 여성노동자가 70% 내외외인 수치는 변함이 없다. 여성노동자 열 명 중 3명은 시간제 노동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시간제 노동은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을 상징한다. 정부는 아이돌봄을 해야 하는 경력단절 여성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시간제 일자리 확산 정책을 채택하였다. 하지만 시간제 일자리는 20대와 60대 이상을 중심으로 증가하였다. 2024년 20대 노동자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으로 집계되었다. 시간제 비중이 지난 10년 새 두 배가 늘면서 비정규직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반면 20대 정규직 노동자의 숫자는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만약 정부가 성평등 관점으로 시간제 여성노동자 확산이 아니라 여성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적정 임금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을 채택하였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지금처럼 저임금의 불안정한 시간제 노동자들이 이처럼 급격히 증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성평등 관점의 정책을 고민하고 기획하기 위해서는 관점을 갖고 일을 하는 사람과 일을 기획하고 실행할 예산이 필요하다. 현실은 어떨까? 성평등 노동을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부서는 고용노동부의 여성고용정책과 20명,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을 비롯한 7명, 여성가족부 여성인력개발과 9명, 경력단절여성지원과 14명이 전부다. 천만 명이 넘는 여성노동자를 위한 중앙정부의 인력이 고작 50명이 전부다.
 

담당자들의 역할은 육아휴직 지원제도, 직장어린이집 설치 지원, 고용·노동정책에 대한 성별영향평가, 여성 고용동향 분석 등으로 대부분 행정집행에 치중되어 있다. 노동시장 전반을 살펴 성평등 노동 실현을 위한 새로운 정책을 기획하고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역할과 책임을 만들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여성가족부는 경력단절여성법만을 고용노동부와 함께 관장하면서 인력배치를 해 왔다. 하지만 경력단절여성법은 2022년 여성경제활동법으로 전부 개정되어 시행되었다. 기존의 협소한 경력단절 여성을 지원하는 법에서 전체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으로 법의 목적 자체가 달라졌다. 여성가족부는 기존의 경력단절여성법의 기반에서 하던 역할보다 더 폭넓은 역할과 책임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 이에 상응하는 새로운 정책이나 인력 재배치, 예산 확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법이 전부 개정된 상태에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행정 구조 확대 개편은 반드시 필요하다.

여성가족부가 가져가야 할 성평등 노동 실현을 위한 역할은 국가적 차원의 성평등 노동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짜고 단계적 목표를 설정, 이를 각 부처별로 배분하여 역할과 책임을 요구하고 추동하는 기능이다. 여성경제활동촉진법 안에 여성의 경제활동촉진과 경력단절 예방을 위한 종합적 시책 마련이 명기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중앙부처부터 지자체까지 성평등 노동 실현을 통괄하는 계획을 작성하고 이를 각 조직에 요구, 추동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보수적인 지역의 지자체들은 성평등 노동과 관련한 고민이 전혀 없고, 고민은 있으나 방향을 잡지 못한 지자체들도 많다. 여성가족부에 이들을 조직하고 지자체 내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추동하는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역시도 중앙부처를 비롯한 지방노동관서의 인력과 예산 충원이 절실하다. 고용노동부 산하 지방노동관서에 있던 고용평등과는 지역 안에서의 노동시장 성차별 시정과 모성권, 일생활 균형 등의 정책을 관장하였다. 허나 이명박 정부 시기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며 구조조정이 단행되었고, 고용평등과는 근로기준과 등으로 흡수되어 버렸다.

지방노동관서의 고용평등과는 중앙부처의 성평등 노동 정책 집행의의 손발이 되고 지역 내의 성평등 노동을 고민하는 단위로서 역할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고용평등과의 부재로 지역 내의 고용평등 기능은 공백상태가 되어 버렸다. 여성노동자회는 그 이후 현재까지도 고용평등과의 재설치를 요구해오고 있지만 어떤 정부도 이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다. 그 누구도 돌보지 않는 지역 고용평등을 위한 행정구조를 이재명 정부에서는 만들어야만 한다. 한편으로는 윤석열 정부에서 삭제해 버린 민관 거버넌스를 복원해야 한다.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 직장 내 괴롭힘 상담센터 등 전액 예산 삭감으로 사라져 버린 노동자 지원 인프라의 복원이 시급하다.

대한민국의 여성노동자들은 평등하고 안전한 노동 환경에서 일할 권리가 있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는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국가가 쓰는 노동 정책은 전체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그 파장은 개인의 삶을 크게 요동치게 한다.

우리는 정부의 시간제 여성노동자 확산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한순간의 그릇된 판단으로 추진한 정책은 오래도록 노동자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이렇게 뒤틀린 노동시장은 바로잡기가 몹시 어렵다. 부디 이재명 정부의 관료들은 여성노동자를 도구나 수단이 아닌 주체로, 동료 시민으로 존중하는 성평등 노동정책을 펼쳐나가기를 바란다.
 

기사원문보기 : https://omn.kr/2ej8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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