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합 2001.12.27 조회 수 32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늘 아침, 편지 한통을 받았다.
첫 눈에 반해서 오랜 세월 품어 온 절절한 사랑을 마침내 포기하기로 했다는 가슴아픈 사연과 함께 그녀의 사랑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편지였다.

첫 눈에 반하는 사랑. 프랑스인들은 이것을 '벼락의 화살(le coup de foudre)'이라고 한다. 벼락에 맞는 사람이 얼마나 드물겠는가.

하지만 여자와 남자가 만났을 때, 이상하게 처음부터 끌리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그냥 눈빛만 오갔을 뿐인데도 좋은 느낌이 들거나, 첫 만남인데도 말이 아주 잘 통하는 경우 말이다.

그것은 여자가 발산하는 기(氣)의 파장과 남자가 발산하는 기의 파장이 서로 잘 맞기 때문이다. 첫 눈에 반하는 사랑은 바로 이 '기'의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

기란 대체 뭘까? 기는 생명의 원천이다.
사람 하나를 놓고 보면 그것은 '기의 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코로 하늘의 기를 마시고(호흡의 기) 입으로 땅의 기(음식물의 기)를 먹기 때문이다.

몸 속으로 들어간 기 중에서 탁한 것은 가라앉아 몸 내부를 관장하는 영기(營氣)가 되고, 맑은 것은 몸 바깥을 감싸는 위기(衛氣)가 되어 우리 몸의 안팎을 돌면서 생명력을 유지하게 한다.

맑은 기, 즉 위기가 충만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기운을 쉽게 느낀다. 무협영화에서 무사들이 눈을 감고 돌아앉아서도 자객에게 비수를 꽂을 수 있는 것은 이 위기가 살의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맑은 기를 가진 사람은 사랑에 쉽게 빠진다. 물론 아무하고나 사랑에 빠진다는 건 아니다. 자신의 기가 전달되었을 때 긍정적인 기운으로 반응하는 사람에 한해서다. 그리고 나의 기가 발산하는 파장과 상대의 기가 발산하는 파장이 서로 딱 맞을 때, 그 때 비로소 '첫 눈에 반하는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파장이 잘 맞는다는 것은 태극 무늬를 들여다보면 답이 나온다. 빨간색이 늘어날 땐 파란색이 줄어들고 파란색이 늘어날 땐 빨간색이 줄어든다. 음의 곡선과 양의 곡선이 서로 자연스럽게 물고 물리는 태극무늬. 나의 파장이 들어갈 땐 상대의 파장이 나오고, 상대의 파장이 들어올 때 나의 파장이 나가는 것이 바로 '서로 잘 맞는' 파장이다.

파장의 곡선이 함께 올라가거나 함께 내려가면 서로 충돌을 일으키기 쉽다. 설사 처음에 호감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티격태격 갈등을 일으킨다. 자석도 N극과 N극을 마주 보게 하면 서로 밀어내고, N극과 S극을 마주 보게 하면 딱 달라붙는 것처럼 말이다.

전기가 통하는 짜릿한 사랑에 빠지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내 몸의 기를 맑게 하는 작업이다. 내 몸의 기가 맑고 투명할수록 상대방과의 교감이 잘 되기 때문에 단번에 전기가 통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매일 아침 30분씩 명상이나 기공 체조를 하고, 음식을 먹을 때는 몸에 독이 되지 않는 것으로 골라 섭취한다.

우리가 음식물을 먹으면 그것이 체내에서 대사가 이루어져 뼈가 되거나 살이 되거나 피가 되거나 기가 되고 쓸모 없는 것은 배설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몸에 이롭지도 않으면서 배설도 안 되는 것이 있다. 방부제나 화학 약품 같은 것이 대표적인 독. 몸에 이로운 것을 찾아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단, 기를 콘트롤하는 것은 마음(心)이다.
"마음이 기를 움직이는 것이 9/10이고, 기가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1/10이다. 고로 마음과 기는 장수와 졸병과 같은 관계다."

맹자의 '호연지기' 편에 나오는 말이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 맑은 기를 기를 수 있다는 뜻이다. 한데, 스트레스가 많으면 마음이 어지러워 기가 제대로 순환될 턱이 없다. 평소 자기에게 맞는 '스트레스 안 받는 방법', '스트레스 푸는 방법'을 연구하고 계발할 것.

이렇게 기를 맑게 하는 훈련을 통해 '기감(氣感; 기의 감응)을 높일 수 있다. 기감이 높아지면 상대방이 나를 향해 뿜어내는 기운을 쉽게 알아채게 된다. 그야말로 벼락의 화살이 나에게로 맹렬하게 달려올 때, 똑바로 그 화살을 쳐다볼 수가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스런 눈길로 쳐다보는데도 둔감한 사람들. 그 사람들은 기가 맑지 못해서 그렇다. 정말 단 하나의 소중한 사랑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세월이 한참 지나서야 깨닫는다면 그것만큼 비극적인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 그게 사랑이었을까? 그 땐 왜 몰랐을까?"
때늦은 후회는 절망만 안겨줄 뿐이다.

항상 온 몸이 맑은 기운으로 충만해지도록 노력하라. 긍정적인 사고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주위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가지도록 하라. 그렇게 살다보면 사람에 대한 애정이 충만해지면서 어떤 사람이 내게 좋은 느낌을 주는지, 나는 어떤 사람에게 좋은 느낌을 갖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정도 마음을 갈고 닦아야 벼락의 화살을 맞느냐구? 그건 당신 자신밖에 모른다. 활시위는 바로 당신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26 인간적 사회를 위한 투자 2001.12.27
25 문정왕후, 명성황후 2001.12.27
24 너희가 성기(性器)를 아느냐 2001.12.27
23 결혼적령기 2001.12.27
» 벼락의 화살 2001.12.27
21 물에서 온 여자 불에서 온 남자 2001.12.27
20 다이어트와 무월경 2001.12.27
19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아세요? 2001.12.27
18 다한증 2001.12.27
17 대체 제가 왜 아플까요? 2001.12.27
Board Pagination 1 ... 87 88 89 90 91
/ 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