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인 쌀 미국에 내줄 겁니까?"

by 여성연합 posted Aug 2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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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쌀에 비해 우리 쌀이 비싼 건 사실입니다. 땅값, 농기계 값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우리 쌀을 포기하고 미국과 다국적기업에게 넘길 겁니까? 다국적기업이 언제까지 싼 쌀을 공급할 것 같습니까? 우리가 쌀 농사 안 지으면 1000원이 나중엔 2000원, 3000원, 만원이 될 것입니다. 그때 다시 쌀 농사짓자고 해봤자 더 이상 농민이 없습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YMCA, 녹색소비자연대,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민주노총, 전농 등 6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우리쌀지키기 식량주권수호 국민운동본부(준)(이하 '식량주권수호 국본')은 18일 오전 명동에서 우리쌀을 지키기 위한 범국민서명운동 발대식을 열었다.

이종화 식량주권수호 국본 상황실장은 "쌀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전체 먹거리의 문제"라며 "그런데 정부는 지금 밀실에서 쌀관세화유예협상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쌀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5%. 95%는 사다먹는다는 얘기다. 쌀을 포함시켜도 자급률은 26.9%밖에 안된다. 식량위기가 이제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닌 것이다.



쌀은 국가안보, 식량주권의 문제

식량수호 국본은 곡물의 경우 생산이 1%만 줄어도 가격은 47%이상 폭등할 정도로 민감한 품목이라고 설명한다. 80년 우리나라가 냉해를 입어 평소가격의 3배 이상의 쌀을 울며 겨자먹기로 수입할 수밖에 없었던 지난 경험이 이를 경험적으로 뒷받침한다.
이종화 실장은 "쌀은 식량안보, 식량주권의 문제이고 헌법에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일 경우 국민 의사에 따라 하도록 돼있다"며 "정부는 당장 밀실협상을 중단하고 국민의 의사를 물어 그에 따라 협상을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강병기 민주노동당 농민위원장은 "쌀을 빼곤 우리 농산물이 모두 개방됐고 그 결과는 갚을 길 없는 농가부채였다"며 "그래도 농민들이 고향을 지켜내고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었던 근간의 힘은 쌀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절규했다. "쌀이 협상의 도마에 올라있는 지금 여당과 한나라당은 이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다"고 비판한 그는 "민주노동당이 반드시 우리쌀을 지켜내겠다"고 공언했다.
우리나라는 전체농가의 75%가 쌀농사를 짓고 있다. 농업소득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쌀은 농민들에게, 그리고 민족농업에 있어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강대국 식량무기화에 맞서자"

식량수호 국본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전세계 곡물 유통량의 80%를 거대 곡물메이저가 장악하고 있고 세계질서의 통치자를 자처하는 미국은 미국방성 비밀문서를 통해 식량으로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식량은 더 이상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무기가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화의 가면을 쓰고 쌀개방을 강요하는 강대국들의 식량무기화에 당당히 맞서 우리쌀을 지키고 식량주권을 수호하여 민족농업과 국가주권을 지켜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발대식에 참가한 이명순 민주언론운동연합 이사장은 "예전에 어떤 고위관리로부터 '농민들은 그 넓은 땅을 골프장으로 만들면 소득이 클 텐데 왜 농사를 짓는지 모르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며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관료층의 무지를 꼬집었다.

기자회견 직후 '떡치기 행사'가 진행됐다. 식량주권수호 국본은 쌀을 천 안에 넣고 떡메로 여러 번 내리쳐 떡을 만든 다음 고물을 묻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쌀 문제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시민들은 떡을 먹으며 쌀문제에 대한 얘기를 듣고 유인물을 읽어본 뒤 깊이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기자회견 중 한때 비가 쏟아지기도 했지만 이내 날이 개자 시민들은 서명운동에 적극 호응하는 분위기였다.
이종화 실장은 "개방화가 대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다"면서 "국민이 나서면, 국민들의 힘으로 안될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식량주권수호 국본은 앞으로 매주 수요일 명동, 청량리, 영등포역 등지서 우리쌀지키기 범국민서명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은성 기자 missing@ngotimes.net
사진=이정민 기자 jmlee@ngo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