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발표된 함께하는시민행동의 스팸관련조사에서 약 6,500명의 응답자 중 82.6%의 사람이 수신동의하지 않은 광고메일은 무조건, 혹은 대부분 읽지 않고 삭제한다고 답했다. 또한 4월 30일 한겨레신문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이메일 사용자 한사람이 스팸메일을 지우는데 소비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5월 30일 대한주부클럽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네티즌 3명중 1명의 사람은 스팸메일로 인해 시간낭비, 개인정보유출 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팸메일을 읽지도 않고 지운다는 것은 스팸메일에 대한 사람들의 피로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나타낸다.

스팸메일이 급증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그러니까 7월 1일부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이 시행되면서부터이다. 개정전에는 "②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또는 이용하는 수신자의 의사에 반하여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를 전송하여서는 아니된다(19조)"고 하여 모든 사전동의없는 광고성 메일 전송이 불법이었다. 그러나 개정안에서 이 조항은 아래와 같이 바뀌었다.

50조(광고성 정보전송의 제한)

① 누구든지 수신자의 명시적인 수신거부의사에 반하는 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를 전송하여서는 아니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를 전자우편으로 전송하고자 하는 자는 정보통신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다음 각호의 사항을 전자우편에 명시하여야 한다. 1. 전송목적 및 주요 내용 2. 전송자의 명칭 및 연락처 등 3. 수신거부의 의사표시에 관한 사항


50조 1항은 마치 수신자의 권리를 보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예전과 달리 수신자에게 수신거부의사를 밝혀야 할 의무가 새로이 부과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수신거부의사를 밝히기 위해서 수신자는 적어도 한번은 광고성 메일을 받아야 하는 구조이다. 이 개정으로 인하여, 법안에 명시된 2항 1, 2, 3호의 내용만 포함되어 있으면 어떠한 광고성 메일 전송도 합법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 개정은 스팸메일에 대한 부담과 비용을 발신자에게서 수신자로 떠넘겨 발신자인 사업자들의 이해에 맞춘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메일을 보내는 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광고메일은 전체 발송건수가 일반 광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수십만건 단위로 보낸 스팸메일에서 1%에게만 광고가 먹히더라도 무려 수백명에게 뭔가를 팔 수 있는 것이다. 법개정이후 업체들은 하나둘 메일마케팅에 뛰어들게 되었고, 인터넷게시판 등에서 메일주소를 긁어모으는 메일주소추출프로그램, 대량메일발송프로그램이 등장하고 메일주소 수십만개를 묶은 리스트가 팔리고 있다. 스팸메일이 증가하는 것은 어쨌거나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장사가 되니까 기존에 스팸메일을 보내지 않던 업체들도 메일마케팅에 뛰어들고, 메일마케팅을 주요 영업방식으로 삼는 소호사업도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스팸메일중에는 소호사업을 광고하는 스팸메일도 있다.

스팸메일의 폐해로 스팸메일을 지우는데 들이는 시간, 메일사업자의 부담 등 비용의 문제를 들 수도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스팸메일이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점이다. 스팸메일은 이용자의 양해를 구하지 않고, 이용자가 통제할 수 없는 방식과 양으로 이용자의 메일계정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또한 개인정보인 이메일이 수십만개 단위로 팔리고 있는데 정보주체인 이용자에게는 아무런 통제권이 없다. 이 때문에 이용자에게 자기가 받는 메일에 대한 통제권을 준다는 의미로 옵트인이 제안되고 있다. 옵트인이랑 이용자가 보내라고 허락을 했을 때만 광고메일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지금처럼 이요자가 명시적인 수신거부의사를 밝히기 전에는 메일을 보낼 수 있는 제도를 옵트아웃이라고 한다.

스팸메일을 규제하는 것이 인터넷의 특성인 쌍방향성과 공개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는 이메일을 통해 모르는 사람과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인터넷의 특성이 스팸메일을 규제하는 것으로 인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프라이버시 활동가들은 지금과 같이 개인이 게시판등을 통해 이메일을 공개하는 것은,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어도 자신의 게시물이나 활동에 대해 의견을 받고 소통하기 위한 것이지 광고메일을 받는 것에 동의한 것은 아니라는 점과, 이용자는 게시물을 올릴 때 이메일을 기입하는 정도지만 이메일수집프로그램으로 무작위로 메일주소를 추출하는 스팸마케팅에는 대적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공정하나는 것, 그리고 스팸메일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 이용자들이 점점 자신의 이메일주소 공개를 꺼리기 때문에 오히려 개인간의 소통이 방해받고 있고, 특히 이메이로가 같은 개인정보가 정보주체에게 통보되지 않은 채로 수집되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는 점을 들어, 스팸메일의 규제는 정보주체인 개인이용자에게 더 권한을 주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스팸메일에 대한 싸움은 지금까지완느 다른 모습의 싸움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인터넷에서의 싸움은 주로 인터넷에 대한 국가규제에 대해 항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을 자유롭게 하라!"가 구호였다. 하지만 이제 시장이 인터넷을 잠식하고 있다. 인터넷에 자유롭게 들어논 시장과 개인이용자는 개개인대 시장이라는 불공정한 싸움을 하고 있다. 그래서 프라이버시 활동가들이 이제 인터넷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지켜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이 시장에 대해 자유롭기 때문에 인터넷은 지금과 같이 발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현실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어야 하고-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시장의 자유보다 개인의 자유와 개인의 권리이다. 그리고 이제 인터넷에서의 싸움은 많은 부분에서 자본과의 싸움으로 변하고 있다. 자본은 차단소프트웨어 시장에 뛰어들어 '검열'조차 민영화하고 상품화했지만 동시에 그 차단의 대상인 유해 정보들도 이윤 추구의 수단으로 유통시키고 있다. 검열당하는 것은 개인들의 출판이다. 자본은 저작권을 내세워 개인이용자의 공정 이용도 차단하고 있다. 또한 개인정보시장은 생체정보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면서 넓히고 있다. 이런 싸움들은 개인의 권리가 자본 내지는 자유로운 시장에 의해 침해되고 있는 것을 잘 보여준다. '자유'로운 곳에서 시장과 개인의 싸움이 아주 불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따라서 이제 노골적으로 인터넷에서 개인의 권리를 위협하기 시작한 자본에대항하여 최소한의 원칙을 마련하고 지켜내는 것이 우리의 싸움이 되어야 한다. 인터넷에서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그래서 계속되어야 한다.

이은희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slee5129@jin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