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다. 무조건 여자는 남자를 하늘처럼 모시라는 뜻으로 하는 말이리라.
하지만 이 말은 그런 의미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남자가 높고 여자가 낮다는 높낮이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남자는 하늘의 속성을 갖고 있고 여자는 땅의 속성을 갖고 있다는 뜻일 뿐인 것이다.
음양오행설로 볼 때 하늘은 양(陽)이고, 땅은 음(陰)이며, 남자는 양(陽)이고 여자는 음(陰)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 속성에 관한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참 많은 남자들이 여자 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남자가 아플 때 여자가 몇날 며칠 간호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고, 여자가 아플 때 남자가 간호하는 것은 굉장히 송구스런 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런 얘기를 할 때마다 꼭 떠오르는 남자가 있다. 중풍에 걸린 아내를 우리 한의원까지 데리고 통원 치료를 받게 하던 그 남자.
그는 원체 무능력한 사람인지, 아니면 놀고 먹는 걸 좋아하는지 수입이 전혀 없는 남편이다. 대신 그의 부인이 온갖 잡일을 다해 식구를 부양해왔다. 건물 청소부나 공사장의 잡역부 같은 막노동으로 몸이 안 좋았던 그 부인은 돈을 더 벌기 위해 파출부 일까지 하다가 그 지경이 되었다. 남편이 한가로이 놀고 있을 때 남의 집 방을 열심히 닦다가 쓰러져 반신 불수가 된 것이다.
처음에는 종합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퇴원한 후, 나한테 통원 치료를 받았다.
그가 아내를 데리고 두 번째 왔던 날.
그 부인에게 침을 놓고 원장실에 앉아있는데, 바깥에서 누군가 크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아휴~. 제가 이 사람 태운 휠체어를 들고 여기까지 올라오려면 얼마나 힘든 줄 아세요? 정말 어깨가 결려서 밤에는 잠을 못 잘 정도라니까요."
대기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진찰실 문을 빼꼼하게 열고 내다보니, 그 남자가 대기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 자신의 노고에 대해 일장 연설을 벌이고 있는 참이었다.
한의원이 2층이기 때문에 부인을 휠체어에 태운 채로 올라오려면 아무래도 힘이 들 수 밖에 없을 것이었다.
"네에~. 정말 힘드시겠어요."
"그래도 바깥 분이 참 용하시네요."
얘기를 듣던 다른 환자들이 한마디씩 칭찬을 하자, 그가 '정말 용하죠'라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푸념.
"정말 힘들어 죽겠어요."
"어깨가 너무 아파요."
그런데 그 남자는 보아 하니 한의원에 올 때마다 사람들을 붙들고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올 때마다 그 불평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한테 자기가 아내 병 수발에 너무 힘든다는 류의 얘기를 끝도 없이 하고 있었다. 평소에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동정을 구하고, 사람들이 '용하다'고 하면 위안을 삼는 것이었다.
중풍이 있으면 치매기가 약간 오기 때문에 그의 부인도 정신이 좀 오락가락했지만, 정신이 멀쩡할 때 남편이 하는 소리가 귀에 들리면 두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해졌다.
말은 할 수 없고 귀에 들리는 소리는 자신을 짐짝처럼 여기는 듯한 푸념 뿐이고……. 그 부인이 얼마나 가슴이 아플 것인가. 그 동안 고생한 대가가 겨우 이런 것인지, 속사정을 아는 내가 더 마음이 상했다. 자신은 놀다시피한 세월도 있었을 텐데, 그 동안 고생한 부인에게 이 정도도 못 해주나?
"이 사람 약값 대느라고 집도 팔아 전세로 옮겼어요. 정말 힘들어 죽겠어요."
그 날도 대기실에서 여지없이 이어지는 그의 푸념. 그 집도 아내가 벌어 산 것일텐데, 그렇게 아까워하는 것이었다.
듣다듣다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한 마디 했다.
"지금 바깥 분이 이렇게 열심히 간호를 해 주시는데, 부인이 나중에 회복되시면 얼마나 고마워하겠어요. 그리고 나이 들다 보면 다들 병이 들기 마련인데, 만약 바깥 분이 병이 날 수도 있는 일 아니예요? 그 때 부인이 지금을 생각하며 얼마나 더 정성껏 간호를 해 주시겠어요. 그러니까 너무 힘들게 생각하지 마세요."
웃으면서 한 말이었지만 그 속에는 뼈가 있었다. 그가 내 말을 잘 새겨들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처음엔 이틀에 한 번씩 아주 열심히 아내를 데려오던 그는 두 달만에 손을 들었다. 그 이후로는 통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 광경을 겪고 보니 참 비교가 되는 것이었다. 보통 남편이 중풍에 걸려 오는 경우, 부인들은 아주 헌신적이다. 제발 남편 좀 살려달라고 우는 아내들이 대부분이다. 보통의 아내들은 다들 이렇게 하는데, 왜 보통 남편들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일까? 자랄 때부터 남자는 '하늘'처럼 떠받들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교육받아서일까?
아내 병간호 두 달만에 남편이기를 포기한 그 남자. '힘이 들어 도저히 못 오겠다'고 하던 그의 얼굴과 멍한 표정으로 휠체어에 앉아 있던 그 아내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가슴이 저릿하다. 겨우 두 달만에 그만 둘 것을 그렇게 공치사를 하다니.
남편들이여, 아내를 섬겨라. 땅이 하늘을 섬기듯, 하늘도 땅을 섬겨야 그 사이에 진정한 사랑이 싹틀 수 있다.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다. 무조건 여자는 남자를 하늘처럼 모시라는 뜻으로 하는 말이리라.
하지만 이 말은 그런 의미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남자가 높고 여자가 낮다는 높낮이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남자는 하늘의 속성을 갖고 있고 여자는 땅의 속성을 갖고 있다는 뜻일 뿐인 것이다.
음양오행설로 볼 때 하늘은 양(陽)이고, 땅은 음(陰)이며, 남자는 양(陽)이고 여자는 음(陰)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 속성에 관한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참 많은 남자들이 여자 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남자가 아플 때 여자가 몇날 며칠 간호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고, 여자가 아플 때 남자가 간호하는 것은 굉장히 송구스런 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런 얘기를 할 때마다 꼭 떠오르는 남자가 있다. 중풍에 걸린 아내를 우리 한의원까지 데리고 통원 치료를 받게 하던 그 남자.
그는 원체 무능력한 사람인지, 아니면 놀고 먹는 걸 좋아하는지 수입이 전혀 없는 남편이다. 대신 그의 부인이 온갖 잡일을 다해 식구를 부양해왔다. 건물 청소부나 공사장의 잡역부 같은 막노동으로 몸이 안 좋았던 그 부인은 돈을 더 벌기 위해 파출부 일까지 하다가 그 지경이 되었다. 남편이 한가로이 놀고 있을 때 남의 집 방을 열심히 닦다가 쓰러져 반신 불수가 된 것이다.
처음에는 종합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퇴원한 후, 나한테 통원 치료를 받았다.
그가 아내를 데리고 두 번째 왔던 날.
그 부인에게 침을 놓고 원장실에 앉아있는데, 바깥에서 누군가 크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아휴~. 제가 이 사람 태운 휠체어를 들고 여기까지 올라오려면 얼마나 힘든 줄 아세요? 정말 어깨가 결려서 밤에는 잠을 못 잘 정도라니까요."
대기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진찰실 문을 빼꼼하게 열고 내다보니, 그 남자가 대기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 자신의 노고에 대해 일장 연설을 벌이고 있는 참이었다.
한의원이 2층이기 때문에 부인을 휠체어에 태운 채로 올라오려면 아무래도 힘이 들 수 밖에 없을 것이었다.
"네에~. 정말 힘드시겠어요."
"그래도 바깥 분이 참 용하시네요."
얘기를 듣던 다른 환자들이 한마디씩 칭찬을 하자, 그가 '정말 용하죠'라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푸념.
"정말 힘들어 죽겠어요."
"어깨가 너무 아파요."
그런데 그 남자는 보아 하니 한의원에 올 때마다 사람들을 붙들고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올 때마다 그 불평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한테 자기가 아내 병 수발에 너무 힘든다는 류의 얘기를 끝도 없이 하고 있었다. 평소에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동정을 구하고, 사람들이 '용하다'고 하면 위안을 삼는 것이었다.
중풍이 있으면 치매기가 약간 오기 때문에 그의 부인도 정신이 좀 오락가락했지만, 정신이 멀쩡할 때 남편이 하는 소리가 귀에 들리면 두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해졌다.
말은 할 수 없고 귀에 들리는 소리는 자신을 짐짝처럼 여기는 듯한 푸념 뿐이고……. 그 부인이 얼마나 가슴이 아플 것인가. 그 동안 고생한 대가가 겨우 이런 것인지, 속사정을 아는 내가 더 마음이 상했다. 자신은 놀다시피한 세월도 있었을 텐데, 그 동안 고생한 부인에게 이 정도도 못 해주나?
"이 사람 약값 대느라고 집도 팔아 전세로 옮겼어요. 정말 힘들어 죽겠어요."
그 날도 대기실에서 여지없이 이어지는 그의 푸념. 그 집도 아내가 벌어 산 것일텐데, 그렇게 아까워하는 것이었다.
듣다듣다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한 마디 했다.
"지금 바깥 분이 이렇게 열심히 간호를 해 주시는데, 부인이 나중에 회복되시면 얼마나 고마워하겠어요. 그리고 나이 들다 보면 다들 병이 들기 마련인데, 만약 바깥 분이 병이 날 수도 있는 일 아니예요? 그 때 부인이 지금을 생각하며 얼마나 더 정성껏 간호를 해 주시겠어요. 그러니까 너무 힘들게 생각하지 마세요."
웃으면서 한 말이었지만 그 속에는 뼈가 있었다. 그가 내 말을 잘 새겨들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처음엔 이틀에 한 번씩 아주 열심히 아내를 데려오던 그는 두 달만에 손을 들었다. 그 이후로는 통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 광경을 겪고 보니 참 비교가 되는 것이었다. 보통 남편이 중풍에 걸려 오는 경우, 부인들은 아주 헌신적이다. 제발 남편 좀 살려달라고 우는 아내들이 대부분이다. 보통의 아내들은 다들 이렇게 하는데, 왜 보통 남편들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일까? 자랄 때부터 남자는 '하늘'처럼 떠받들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교육받아서일까?
아내 병간호 두 달만에 남편이기를 포기한 그 남자. '힘이 들어 도저히 못 오겠다'고 하던 그의 얼굴과 멍한 표정으로 휠체어에 앉아 있던 그 아내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가슴이 저릿하다. 겨우 두 달만에 그만 둘 것을 그렇게 공치사를 하다니.
남편들이여, 아내를 섬겨라. 땅이 하늘을 섬기듯, 하늘도 땅을 섬겨야 그 사이에 진정한 사랑이 싹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