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합 2001.12.27 조회 수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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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씬한 바비 인형이 초등학교 문방구에서도 팔리고 있고 TV나 영화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배우들이 눈에 띄는 전광판마다 보이는 것은 예쁜 것을 만지며 놀고 눈을 즐겁게 한다는 점도 있지만, 피치 못하게 그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한 다이어트 열풍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어디에서 보니 우리 나라 여성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참여한 대다수가 자신의 몸에 대해 다이어트가 필요할 만큼 살이 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실제로 다이어트를 한번쯤 해본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의사의 입장에서 날씬한 몸매를 가진 혹은 날씬하다 못해 비쩍 마른 여성들을 볼 때면 먼저 그 몸이 실속이 있을지 어떨지 걱정이 앞선다. '무늬만 나무 아냐?'라는 유행어가 있었다.

속 빈 강정이라는 말이었을 텐데, 무늬가 아무리 좋은 나무라도 속이 비어 있으면 쓸모가 없는 것처럼 아무리 겉보기에 늘씬한 몸매라도 몸 안의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 결코 좋은 건강한 몸이 아닐 것이다.

내가 열고 있는 홈페이지 상담실에는 다이어트를 하다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상담이 종종 올라온다. 다이어트가 지속되면서 생리가 사라졌고, 병원에서 호르몬 약을 권유받아 먹었지만 그 때 뿐이었다는.

그리고 이런 고민은 대개 다른 병이 있어서 이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면서 끝을 맺는데, 여성의 건강을 점쳐 볼 수 있는 생리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기관에 대해서도 의심을 해보기 때문에 생긴 당연한 걱정일 것이다.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상담의 원인으로는 대부분이 무리한 다이어트와 호르몬 치료로 몸의 전체적인 상태가 아주 불안정해진 것을 꼽을 수 있다.

생리, 곧 월경이란 성숙한 여성의 경우에 반드시 주기적으로 계속 되어야 한다.
"생리, 까짓 거 안 하면 어때?" 매달 반복되는 귀찮은 행사, 안 하면 더 홀가분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성의 생명력은 바로 자궁에서 시작된다.

처음부터 새 생명을 잉태하라고 만들어진 기관이 자궁이기 때문에, 자궁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하지 않게 되면 전체적인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여성으로 태어난 이상, 생리는 정상적으로 치러야만 하는 필수 행사인 것이다.

월경은 새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준비 과정 중에 수정란이 착상하지 않았을 때, 자궁의 부풀어올랐던 내막이 여러 가지 물질들과 함께 떨어져 나오는 현상이다. 건강한 여성에게 이 과정이 규칙적으로 반복되지 않는다면 건강에 적신호가 왔다는 얘기기도 하다.

한의학에서는 모든 질병의 원인을 '인체가 외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함으로써 초래되는 인체 내부 음양(陰陽)의 불균형 상태'라고 말한다. 몸의 전체적인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말은 바로 몸의 균형이 깨졌다는 것이다.

생리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호르몬제를 먹는다?
한의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이런 방법은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다. 생리혈이 몸밖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은 우리 몸에서 그렇게 하도록 스스로 호르몬을 분비해서다. 그런데 억지로 외부에서 투입하는 호르몬제라면 몸이 스스로 제 기능을 되찾는데 어떤 힘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일시적인 효과는 나타날 테지만 말이다.

치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아 생리가 사라졌다면, 생리에 관여하는 호르몬이 저절로 분비될 수 있도록 우리 몸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일 것이다.

내 몸에서 스스로 호르몬을 분비해 피가 저절로 자궁 속에 고였다가 생리혈로 배출될 수 있도록, 결국 자궁의 기능부터 다시 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자궁의 기능이 되살아나도록 몸의 흐트러진 균형을 잡아주어야 한다.

이것은 어느 것이 먼저가 아니라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의학에서는 임신과 월경을 주관하는 임맥과 충맥의 기능을 원래대로 되돌려놓기 위해 한약과 약침으로 꾸준히 치료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무월경 상태로 몸을 방치해 두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나중에 불임뿐만 아니라 자궁에 여러 가지 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여성 건강의 기본은 '정상적인 생리'다. 몇 달 동안 생리를 하지 않거나 양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면, 지금 내 몸이 무리를 해서 균형이 깨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살 빼는 데 좋은 음식, 운동보다 먼저 생각할 것은 바로 '내 몸의 균형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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