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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아기 나오는 구멍이랑 소변 나오는 구멍이랑 따로 따로였니?"

얼마 전 친구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아이를 둘씩이나 낳은 여인이 이렇게 기초적인 질문을 할 줄이야.

"당연히 다르지. 여태 그것도 몰랐어?"
"아휴~, 어머니 모임에서 괜한 소리했다가 창피만 당했지 뭐야?"

친구는 그 날 아이네 학교 어머니 모임에 갔다가 창피스러웠던 일에 대해 늘어놓기 시작했다.
어머니들끼리 차를 마시다 누군가 여성의 성기에 대해 화두를 던졌단다. '결혼 전엔 클리토리스가 오줌 나오는 덴 줄 알았다', '난 생리하는 데랑 소변 나오는 데랑 같은 구명인 줄 알았다'는 등의 얘기가 나오자, 이 친구도 한 마디 거든답시고 이렇게 말했단다.

"어머, 생리도 나오는 데서 소변 나오는 거 아니었어요?"
친구의 말이 끝나는 순간 주위가 조용해지더니, 잠시 후에는 여기저기서 박장대소를 하더라나?
그 얘기에 나 역시 실소(失笑)를 금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몸에 대해 이토록 무지한 여자가 아기는 대체 어떻게 낳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하긴 이렇게 자신의 몸에 대해 무지한 채로 사는 게 비단 내 친구뿐이랴. 여성은 몸, 특히 성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무관심해야 한다고 은근히 강요받는 게 우리 사회 아니던가.

음부(陰部).
여성의 성기를 가리키는 이 말은 왠지 축축하고 은밀하고 부끄러운 냄새를 풍긴다. 많은 여성들이 성기에 대해 별로 알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런 느낌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이 여성일 수 있는, 즉 남성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이 성기의 위치와 모양과 기능에서 비롯되는 고유성이다. 14세가 넘은 여성이라면 한 번 쯤 자신의 성기에 대해 탐구해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무 살이 넘도록 무관심하게 방치해 둔 내 몸의 성기. 나의 소중한 성기를 언제까지 그늘 속에만 감춰둘 셈인가? 지금 당장 이 책을 읽으며 손거울로 아래를 비춰보자.

여성의 성기는 크게 외성기(外性器)와 내성기(性器器)로 나눠져 있다. 외성기는 눈에 보이는 부분이고 내성기는 몸 안에 숨어있는 부분이다.

외성기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치구(恥丘). 살집이 두둑하고 까만 음모로 덮혀 있는 이 부분은 보통 성교할 때 범퍼 역할을 한다. 이 치구가 없다면 성교가 아랫도리 대 아랫도리의 정면 충돌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부끄러운 언덕'이라고 이름 붙여 놨을까? 남에게 보이기도 부끄럽고 입에 담는 것조차 부끄러워서?

순우리말로는 '불두덩'이라 하고 라틴어로는 'mons pubis, mons veneris(비너스의 언덕)'이라고 하니, 차라리 이 쪽이 어감상 듣기가 더 좋은 것 같다.

치구 아래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대음순(大陰脣)과 소음순(小陰脣)이 보인다. 라틴어의 '커다란 바깥 입술(labia majora)', '작은 안쪽 입술(labia minora)'를 그대로 옮겨놓은 용어이다.

대음순은 외성기의 바깥 주변을 이루고 있는 두툼한 피부조직으로 둥근 언덕이 양쪽으로 갈라져 있는 모양이다. 그 대음순 안쪽에 있는 양갈래 얇은 주름이 소음순. 아주 예민한 곳이라서 자극을 받으면 조금 부풀어 오르고 색깔도 더 짙어진다. 그 소음순이 위쪽으로 만나는 지점에 음핵(陰核, 클리토리스)이 있다.

음핵이라고 하면 좀 낯설어할 수도 있겠지만, '클리토리스'라고 하면 '아!'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여성의 성적 쾌감을 얘기할 때 항상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이 클리토리스니까.

음핵은 완두콩만한 크기의 작은 돌기인데 원래 남성의 페니스와 같은 조직으로부터 생겨난 것이다. 남성의 쾌감이 페니스에 몰려있는 것처럼, 여성의 음핵도 쾌락을 느끼기 위해 만들어진 부위다. 음핵에는 아주 많은 신경 세포가 모여있어, 성욕을 느끼거나 흥분하면 조금 커진다. 음핵은 아주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저 혼자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모자를 쓰고 있다. 이 부위를 음핵 덮개, 혹은 포피(prepuse)라고 한다.

이 음핵 아래에 요도구(오줌이 나오는 구멍)가 있고, 그 아래 쪽에 질구(膣口)가 있다. 혹시 어렸을 때 돌출되어있는 음핵 포피를 잡아당기며 논 적이 있는지? 아마 그 곳에서 오줌이 나온다고 생각하기도 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딱히 자기 몸에 관한 공부를 하지 않는 이상 성인이 된 이후에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분명 음핵 포피가 있고, 그 아래로 음핵이 있고, 그 아래로 소변 구멍이 있으며, 그 아래로 질구가 있다.

질구 다음에는? 물론 항문이 있다. 질구와 항문 사이를 회음부(會陰部)라고 한다. 그리고 이 외성기의 모양은 자동차 찍어내듯 다 똑같은 게 아니라,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걸 기억할 것.

자, 이제 바깥에서 볼 수 있는 건 다 봤다.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 볼 차례. 질구에 흔히 '처녀막'이라고 불리우는 얇은 근육조직이 있는데, 그에 관한 얘기는 다음 장에서 자세히 하기로 하자.

질구 너머에는 내성기 즉, 질과 자궁, 두 개의 난관과 난소가 있다.
질은 성기 바깥 쪽에서부터 자궁까지를 이어주는 간선도로 같은 곳이다. 그 자체는 속이 텅 빈 근육의 관인데, 성인 여성의 질은 약 3, 4인치 정도의 길이를 갖고 있다. 물론 이 곳은 탄력성이 좋아서 성교하는 동안 남성이 삽입한 페니스의 길이에 맞게 늘어난다. 길이 뿐만 아니라, 여성이 출산할 때는 그 폭까지 엄청나게 늘어나는 요술 풍선 같은 곳이다.

성적으로 흥분하게 되면 질 내벽에서 체액이 흘러나와 촉촉히 젖게 된다. 이 체액은 페니스가 질 안으로 잘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질 안으로 들어온 정자에게 좀 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질 내부에 알칼리성을 증가시키고 산성을 감소시킨다.

질과 연결된 곳에 아기집(자궁)이 있다. 질에서 자궁으로 들어가는 문을 자궁경부, 자궁 몸체를 자궁체부라고 부른다. 자궁이 숨어 있는 곳은 방광과 장 사이. 내 주먹만한 크기의 알전구 모양이 아랫배 중심에 있다고 상상해보라. 앞으로 소중히 다뤄야겠다는 마음가짐이 마구 솟아나지 않는가?

자궁의 양쪽 끝에 난소가 달려있고, 그 위로 역시 나팔관이 각각 양쪽에 달려있다.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난소에 약 30~40만 개의 난자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그 중에서 400개 정도가 자라나 일생동안 배출된다.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한 길고 긴 작업을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쉬지 않고 해내는 자궁을 생각하면, 기특하다는 생각마저 들곤 한다.

예전에 어른들이 '여자는 찬 데 앉으면 안 된다', '여자는 잠자리를 가려야 한다'고 하시면, 하필 '여자'라는 단서가 붙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곤 했다. 여자라서 유독 잔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한의과대학에 들어가 여성의 몸에 대해 공부하면서 '아, 이래서 여자는 더 조심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여자가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어른들 말씀은 단순한 남녀 차별적 발상이 아니라, 순전히 여성의 몸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나온 것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됐다.

여하튼, 공부도 다 때가 있다.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살아감에 있어서 몸에 대한 공부는 때가 되면 반드시 해야 한다. 그 때가 초경이 시작되는 14세 전후라고 생각하는데, 그 시기를 그냥 뛰어넘은 성인 여성들은 결국 공부를 게을리해서 성적이 나쁜 학생들이나 다름없다.

내 몸의 성기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아주 기초적인 공부이다. 그 공부, 이제부터라도 게을리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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