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탄핵무효 범국민행동, 숨가빴던 3박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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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돈 셉니다, 지문이 닳도록!"
'탄핵무효 부패정치 청산을 위한 범국민행동'(이하 범국민행동 www.anti312.net) 상근 활동가의 즐거운 비명이다. 범국민행동에서 재정을 담당하고 있는 간사 A씨는 요즘 매일 밤 돈 세느라 밤 새는 줄 모른다.
13~15일 범국민행동 간사들의 손을 거친 돈은 무려 8200만원. '차떼기', '가방떼기', '책떼기'와는 차원이 다른 돈이다. 이것은 바로 탄핵무효 촛불집회 때마다 국민들이 직접 건넨 쌈짓돈이다. '탄핵무효·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며 말이다.
여의도에서 처음 지펴졌던 탄핵반대 촛불이 광화문으로 옮겨진 지난 13일. 거리 모금은 최고액에 달했다. 광화문 네거리에 8만여개의 촛불이 켜진 이날, 시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주머니를 털었다.
집회가 끝난 뒤 범국민행동 활동가 10여명은 이튿날인 14일 새벽 3시까지 돈을 세야했다. 이날 하루 모인 금액은 무려 5800여 만원.
모금함에서 나온 교보문고 영수증의 의미
돈만 나온 것이 아니었다. 모금함 속에서는 지하철 정액권, 상품권, 주유권 등 돈으로 대체되는 모든 종이가 쏟아져 나왔다. 달러·프랑·엔화 등 외국 지폐도 다수 포함됐다.
가장 의외의 '종이'는 교보문고 영수증. 모금함 속에서 교보문고 영수증이 다수 나온 것은 무엇 때문일까.
범국민행동의 한 관계자는 "이는 보통 지폐 뭉치 속에 영수증이 포함된 경우"라며 "미루어 짐작해 보건데, 시민들이 지갑에 있는 돈을 통째로 넣다보니 영수증까지 끼어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집회장소가 광화문 교보문고 주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 영수증이 나올 때마다 돈을 세든 범국민행동 활동가들의 마음이 찡해졌음은 당연지사.
이 관계자는 "새벽까지 돈을 새다보면 손이 까맣게 되지만 이만큼 깨끗한 돈이 어디 있겠느냐"며 "광화문 집회 첫날 6천만원에 달하는 돈이 모였을 때 가장 감동했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성금은 주말과 평일에 열리는 탄핵무효 촛불 문화행사 개최와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근조 16대국회' 리본, 촛불행사에 사용되는 양초와 컵 등을 준비하는 데 쓰인다.
열의와 공분으로 똘똘 뭉쳤다... 범국민행동 구성되기까지
오늘(16일)로 연속 나흘째. 하지만 범국민행동 활동가들은 피곤한 줄을 모른다. 요즘만큼 '국민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때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12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조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날부터 숨가쁜 3박4일을 보냈다. 범국민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열 일을 제치고 탄핵 무효 운동에 뛰어들고 있다.
단체들이 조직적인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지난 12일이 처음이다.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16대국회 장례식'을 치르면서 부터다. 장례식 퍼포먼스를 주도했던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참여연대·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함께하는시민행동 등 15개 시민단체는 이에 앞서 지난 10일 '대통령 탄핵 발의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나라와 국민을 도외시한 두 야당의 탄핵 발의를 즉각 철회하라"고 나선 상태였다.
장례식 퍼포먼스를 치르던 중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고,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단체 관계자 100여명은 긴급 현장 회의에 들어갔다.
이후 이날 현장에 없던 단체들도 속속 합류했다. 핵폐기장 관련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북 부안으로 향하던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김혜애 녹색연합 정책실장은 탄핵안 가결 소식을 듣자마자 그길로 차를 갈아타고 상경했다.
지방에서 수련회를 진행하고 있던 한국여성단체연합도 마찬가지. 여연은 남윤인순 공동대표부터 간사들까지 상근자 15명 모두가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시민단체들의 대응에 합류했다.
일은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이튿날인 13일에는 300여개 단체의 대표자들이 모여 비상시국회의를 열었다. 전날인 12일 600여개 단체들에 긴급 제안서를 발송한 홍석인 참여연대 시민감시국 간사는 "일일이 전화도 못하고 이메일 주소가 확보된 600여개의 단체에 이메일만 돌렸는데도 이튿날 회의에 2분의 1이 넘는 단체들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단체들은 지난 13일 처음으로 광화문 네거리에서 탄핵무효 촛불집회를 열었다. 시민들의 공분은 이날 8만여개의 촛불이 돼 광화문 일대를 밝혔다. 이튿날도 약 7만 여명의 시민이 거리를 메웠다. 평일인 15일에도 1만 여명에 달하는 시민이 또다시 촛불을 들었다.
단체들은 15일 서대문구 충정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에서 1차 준비위를 갖고 범국민행동의 발족을 확정했다. 현재까지 범국민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는 총 550여개. 지역단체들까지 결합될 것을 예상하면 규모는 대폭 불어날 전망이다.
숨가빴던 3박4일, 시민에게서 힘을 얻는다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과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그간의 숨가빴던 일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길거리에서 만나도 즉석에서 회의하고, 단체들도 되는대로 돌아가면서 상근자를 투입하고 참여 단체들이 그때그때 최대한 협력해 운영하고 있다." (김제남 사무처장)
"근래에 이렇게 대규모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적이 없었다. 지난 87년 6월 항쟁 이후로 처음이다. 전국민적 공분이 형성됐고, 단체들은 국민과 함께 연대해야겠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하고 있다. 이(탄핵안 가결)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고 억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국민과 시민단체들의 열의와 공분이 똘똘 뭉쳤다." (조영숙 사무총장)
현재 범국민행동은 급한대로 안국동 참여연대 2층 강당을 빌려 임시 사무처로 쓰고 있다. 이곳에서는 30여명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파견돼 밤낮없는 일정을 보내고 있다.
범국민행동의 공동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김혜애 녹색연합 정책실장은 "지난 13일부터 오전 9시에 출근해 새벽 1시가 넘어서 퇴근하는 피곤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서도 "흥이 난다"고 했다. 김 실장은 "전국민적 의지가 보이고 호응이 있다, 그만큼 이 운동이 대의 명분을 가진 것이라는 뜻"이라며 "3박4일째 몇시간 밖에 못자는 나날을 보내면서도 버티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석인 참여연대 간사도 마찬가지다. 지난 12일부터 여의도와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을 지켰던 홍 간사는 "우리 시민들이 정말 훌륭하고 멋지다"라며 "우리 민주주의의 성숙도가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모습 속에서 나타난다"고 평가했다. 이어 홍 간사는 "시민의식은 이렇게 높아졌는데도 정치권의 시각은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현재의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시대정신에 역행한 자들이 누군지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범국민행동이 숨 고를 새 없는 3박4일을 보내면서도 웃을 수 있는 이유. 그것은 바로 '국민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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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들의 쌈짓돈이 8천200여만원을 넘어 섰다.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광화문 탄핵무효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지갑을 털어 모금에 동참했다. 모금함 속에서는 원화 외에도 달러, 프랑, 엔화같은 외화와 상품권, 지하철 정액권 등이 쏟아져 나왔다. ⓒ ⓒ 오마이뉴스 김지은 | ||
"열심히 돈 셉니다, 지문이 닳도록!"
'탄핵무효 부패정치 청산을 위한 범국민행동'(이하 범국민행동 www.anti312.net) 상근 활동가의 즐거운 비명이다. 범국민행동에서 재정을 담당하고 있는 간사 A씨는 요즘 매일 밤 돈 세느라 밤 새는 줄 모른다.
13~15일 범국민행동 간사들의 손을 거친 돈은 무려 8200만원. '차떼기', '가방떼기', '책떼기'와는 차원이 다른 돈이다. 이것은 바로 탄핵무효 촛불집회 때마다 국민들이 직접 건넨 쌈짓돈이다. '탄핵무효·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며 말이다.
여의도에서 처음 지펴졌던 탄핵반대 촛불이 광화문으로 옮겨진 지난 13일. 거리 모금은 최고액에 달했다. 광화문 네거리에 8만여개의 촛불이 켜진 이날, 시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주머니를 털었다.
집회가 끝난 뒤 범국민행동 활동가 10여명은 이튿날인 14일 새벽 3시까지 돈을 세야했다. 이날 하루 모인 금액은 무려 5800여 만원.
모금함에서 나온 교보문고 영수증의 의미
돈만 나온 것이 아니었다. 모금함 속에서는 지하철 정액권, 상품권, 주유권 등 돈으로 대체되는 모든 종이가 쏟아져 나왔다. 달러·프랑·엔화 등 외국 지폐도 다수 포함됐다.
가장 의외의 '종이'는 교보문고 영수증. 모금함 속에서 교보문고 영수증이 다수 나온 것은 무엇 때문일까.
범국민행동의 한 관계자는 "이는 보통 지폐 뭉치 속에 영수증이 포함된 경우"라며 "미루어 짐작해 보건데, 시민들이 지갑에 있는 돈을 통째로 넣다보니 영수증까지 끼어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집회장소가 광화문 교보문고 주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 영수증이 나올 때마다 돈을 세든 범국민행동 활동가들의 마음이 찡해졌음은 당연지사.
이 관계자는 "새벽까지 돈을 새다보면 손이 까맣게 되지만 이만큼 깨끗한 돈이 어디 있겠느냐"며 "광화문 집회 첫날 6천만원에 달하는 돈이 모였을 때 가장 감동했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성금은 주말과 평일에 열리는 탄핵무효 촛불 문화행사 개최와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근조 16대국회' 리본, 촛불행사에 사용되는 양초와 컵 등을 준비하는 데 쓰인다.
열의와 공분으로 똘똘 뭉쳤다... 범국민행동 구성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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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5일 광화문 네거리 일대에서 열린 '탄핵무효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지난 13일과 14일 각각 8만여명, 6만여명의 시민이 참여한 데 이어 이날도 1만여명의 시민이 촛불을 들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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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6일)로 연속 나흘째. 하지만 범국민행동 활동가들은 피곤한 줄을 모른다. 요즘만큼 '국민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때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12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조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날부터 숨가쁜 3박4일을 보냈다. 범국민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열 일을 제치고 탄핵 무효 운동에 뛰어들고 있다.
단체들이 조직적인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지난 12일이 처음이다.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16대국회 장례식'을 치르면서 부터다. 장례식 퍼포먼스를 주도했던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참여연대·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함께하는시민행동 등 15개 시민단체는 이에 앞서 지난 10일 '대통령 탄핵 발의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나라와 국민을 도외시한 두 야당의 탄핵 발의를 즉각 철회하라"고 나선 상태였다.
장례식 퍼포먼스를 치르던 중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고,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단체 관계자 100여명은 긴급 현장 회의에 들어갔다.
이후 이날 현장에 없던 단체들도 속속 합류했다. 핵폐기장 관련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북 부안으로 향하던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김혜애 녹색연합 정책실장은 탄핵안 가결 소식을 듣자마자 그길로 차를 갈아타고 상경했다.
지방에서 수련회를 진행하고 있던 한국여성단체연합도 마찬가지. 여연은 남윤인순 공동대표부터 간사들까지 상근자 15명 모두가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시민단체들의 대응에 합류했다.
일은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이튿날인 13일에는 300여개 단체의 대표자들이 모여 비상시국회의를 열었다. 전날인 12일 600여개 단체들에 긴급 제안서를 발송한 홍석인 참여연대 시민감시국 간사는 "일일이 전화도 못하고 이메일 주소가 확보된 600여개의 단체에 이메일만 돌렸는데도 이튿날 회의에 2분의 1이 넘는 단체들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단체들은 지난 13일 처음으로 광화문 네거리에서 탄핵무효 촛불집회를 열었다. 시민들의 공분은 이날 8만여개의 촛불이 돼 광화문 일대를 밝혔다. 이튿날도 약 7만 여명의 시민이 거리를 메웠다. 평일인 15일에도 1만 여명에 달하는 시민이 또다시 촛불을 들었다.
단체들은 15일 서대문구 충정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에서 1차 준비위를 갖고 범국민행동의 발족을 확정했다. 현재까지 범국민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는 총 550여개. 지역단체들까지 결합될 것을 예상하면 규모는 대폭 불어날 전망이다.
숨가빴던 3박4일, 시민에게서 힘을 얻는다
![]() | ||
| ▲ 현재 범국민행동은 급한대로 안국동 참여연대 2층 강당을 빌려 임시 사무처로 쓰고 있다. 이곳에서는 30여명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파견돼 밤낮없는 일정을 보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 ||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과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그간의 숨가빴던 일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길거리에서 만나도 즉석에서 회의하고, 단체들도 되는대로 돌아가면서 상근자를 투입하고 참여 단체들이 그때그때 최대한 협력해 운영하고 있다." (김제남 사무처장)
"근래에 이렇게 대규모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적이 없었다. 지난 87년 6월 항쟁 이후로 처음이다. 전국민적 공분이 형성됐고, 단체들은 국민과 함께 연대해야겠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하고 있다. 이(탄핵안 가결)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고 억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국민과 시민단체들의 열의와 공분이 똘똘 뭉쳤다." (조영숙 사무총장)
현재 범국민행동은 급한대로 안국동 참여연대 2층 강당을 빌려 임시 사무처로 쓰고 있다. 이곳에서는 30여명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파견돼 밤낮없는 일정을 보내고 있다.
범국민행동의 공동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김혜애 녹색연합 정책실장은 "지난 13일부터 오전 9시에 출근해 새벽 1시가 넘어서 퇴근하는 피곤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서도 "흥이 난다"고 했다. 김 실장은 "전국민적 의지가 보이고 호응이 있다, 그만큼 이 운동이 대의 명분을 가진 것이라는 뜻"이라며 "3박4일째 몇시간 밖에 못자는 나날을 보내면서도 버티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석인 참여연대 간사도 마찬가지다. 지난 12일부터 여의도와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을 지켰던 홍 간사는 "우리 시민들이 정말 훌륭하고 멋지다"라며 "우리 민주주의의 성숙도가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모습 속에서 나타난다"고 평가했다. 이어 홍 간사는 "시민의식은 이렇게 높아졌는데도 정치권의 시각은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현재의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시대정신에 역행한 자들이 누군지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범국민행동이 숨 고를 새 없는 3박4일을 보내면서도 웃을 수 있는 이유. 그것은 바로 '국민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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