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세계 136개국 중 대한민국은 111위로 최하위권.
1위는 아이슬란드, 2위 핀란드, 3위 노르웨이, 4위 스웨덴, 5위는 아일랜드.
뉴스도 많고 댓글도 많은 요즘 그야말로 폭풍 댓글이 달린 기사가 있었으니, ‘한국 성 평등 바닥권... 136개국 중 11위 3단계 하락↓’이다. 댓글의 내용이야 두말하면 입 아플 이야기니 궁금하면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되겠다.
유사 이래 최초로 탄생한 여성대통령의 패션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이러한 데이터는 세계경제포럼(WEF)이라는 공신력 있는 집단에 의해 발표되었다. 세계경제포럼이 매년 발표하고 있는 성 평등 순위는 ‘여성 경제참여 정도와 기회’, ‘교육정도’, ‘정치권력 분산’, ‘보건’ 등 크게 4분야로 구분하고, 이를 또 다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초등 및 고등교육기관 등록비율’, ‘여성각료와 의원 숫자’, ‘기대 수명’ 등 14개 세부지표로 나눠 유엔(반기문 총장이 있다는 그 유엔이다)이나 국제기구 등의 자료를 종합 분석해 각국별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도대체 대한민국이 왜? 여전히 의문스러운 가운데,
대한민국의 순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덧붙여졌으니 이러하다. ‘교육’과 ‘보건’ 분야는 높은 평가가 나왔으나, ‘국회의원과 장ㆍ차관 및 기업 고위간부 중 여성비율’이 현저히 낮고, ‘경제적 참여와 기회 및 정치권력 분산’ 등에서 점수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111위로, 109위인 아랍에미레이트, 112위인 바레인, 115위인 카타르 등 아랍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순위만 보면, 당장 ‘히잡’이라도 쓰고 다녀야 하는 것 아닌지 씁쓸하다. 오랜 시간 준비를 통해 탄생한 여성대통령 시대가 무색하기만 하다.
대한민국이 성 평등 분야에서 이렇게 형편없는 성적을 기록한 데에는 두 가지 요인이 긴요하게 작용했는데, 하나는 노동시장에 있어서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과 남녀간 임금격차’가 그 첫번째 원인이다. 수십년째 50%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개선되지 않고 있고, 남성 정규직 노동자가 100만원 받을 때,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가 40만원 받는 현실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또 하나의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국회의원과 장ㆍ차관 및 기업 고위간부 중 여성비율’이 현저히 낮고, ‘정치권력이 분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300명 중 여성의원은 45명으로 15%. 16개 부처 중 단 2개 부처인 해양수산부와 여성가족부만이 여성장관이다. 할당제 등 AA 조치가 통하는 공적 영역의 사정이 이러할진대 기업과 같은 사적영역이라 오죽하랴.
80년생인 내가 초등학교 2학년이던 시절, 우리 반에는 반장으로는 남자애를 부반장으로는 여자애를 뽑았어야 했다. 중간에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4학년 때부터는 남자반장과 여자반장, 남자부반장과 여자부반장을 하나씩 뽑았었다. 학급을 대표하는 임원을 뽑는 것과 대통령, 국회의원, 자치단체장이나 시구의원 등을 선출하는 것도 달라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남녀가 절반씩 어울려 살고 있는 세상이 아닌가. 때문에 남녀의 다른 이해관계가 고르게 반영되기 위해서는 어느 영역에서나 대표집단은 남녀가 고르게 구성되어야 한다. 국민의 세금이 예산이 되고, 그 예산이 사업이 되어 집행되고 감사해야하는 정치영역의 대표성은 더더욱 그러하다.
2014년은 민선6기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해이다. 국민의 관심은 대선이나 총선보다 덜하겠지만, 지방선거야말로 국가의 예산이 국민의 실생활 속에서 구체화되어 삶의 변화로 나타나는 생활정치의 영역이다. 2014년 6월 2일 자정이 되면, 임기 4년의 3,991명(2010년 선거기준)의 정치인들이 탄생하게 된다. 이들은 모두 다름 아닌 나를 포함한 우리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지난 2010년 민선 5기 지방선거 전까지 지방의회의 여성대표성은 2%대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2010년 민선 5기 지방선거에 여성의무공천제가 도입되면서 현재는 20%대까지 여성의 지방의회 대표성이 끌어올려진 상태다. 내년 6월 2일의 선거결과를 계기로 2014년 대한민국의 성 평등 순위가 100위권 안으로 진입할 수 있을까.
올해 여성연합은 서울시 여성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참’좋은 지방정치학교 ‘여성이 간다!’를 수행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 직접 출마하여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높이겠다는 야심찬 여성들을 대상으로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들을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보는 눈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성 평등한 지방정치를 구현해내기 위해 기획되었다. 다양한 동기를 가지고 본 사업에 함께한 참가자들과 지난 6개월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유권자’가 ‘참모’가 되고, ‘참모’가 ‘후보’가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참가자 모두가 ‘고민’이 ‘결심’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2014년 6월 2일의 선거결과를 기대해 본다.
글 : 배네(한국여성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