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5.31 지방선거는 정책공약도, 후보의 능력도, 균형적인 권력배분도 아무런 기준이 되지 못한 채 오로지 중앙정치의 회오리바람만이 휩쓸고 지나간 선거였다. 지방자치를 실천할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가 아닌 중앙정치를 평가하는 심판대로 변질되어, 생활정치와 풀뿌리 주민자치가 오히려 후퇴하고 말았다.

<생활자치 맑은정치 여성행동(이하 여성행동)>은 지난 선거과정동안 비리와 부패로 얼룩진 구태정치를 비판하며, 돈과 조직에서 소외된 여성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요구해온 바 있다. 그러나 주요 4당의 여성공천 6.04%라는 수치에서 이미 예견되었듯이 최종 선거결과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5.3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여성은 광역단체장 0%(0/16명), 기초단체장 1.3%(3/230명), 광역의원 11.6%(85/733명), 기초의원 15.1%(437/2,888명)로 13.6%(525/3,867명)에 그치고 말았으며, 새롭게 도입된 기초의회 비례대표를 제외하면 여성당선자의 비율이 5.7% 수준으로 지난 2002년 지방선거 당시의 3.4%에 비해 크게 진전되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지역 살림을 책임지는 단체장의 경우, 2002년 지방선거에 비해 여성후보가 3배 이상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송파, 대구 중구, 인천 중구 세 지역에서만 당선된 것은 한국 여성정치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다. 생활정치의 장인 지방선거에서 ‘여성’이라는 이슈가 투표결정 요인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정당의 지역적 대표성이 여성후보자의 경우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단체장은 물론, 의원까지 지역적으로 우세한 정당의 공천을 받은 경우에만 당선권에 들었다.

이번 선거에서 크게 아쉬운 점은 그동안 지역에 기반한 풀뿌리 의정활동으로 모범이 되었던 여성의원들이 재선의 벽을 넘지 못하고 대거 탈락했다는 점이다. 의정활동 기간 동안 모든 분야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던 경기도 박미진 의원, 서울 관악구 유정희 의원, 양천구 이현주 의원 등이 모두 고배를 마셔야했다. 이들은 이번 선거결과에서 한나라당, 열린우리당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비율을 얻었음에도 ‘중앙정치 심판’이라는 잘못된 선거구도와 함께 거대양당의 담합으로 중선거구제의 취지를 훼손한 2인 중심 선거구 재편에 또 한번 좌절하고 만 것이라고 밖에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나마, 지방자치 여성참여 두 자리 수 실현은 광역 비례대표 67.9%, 기초 비례대표 87.2%가 여성으로 당선됨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 따라서 비례대표제도 도입의 취지를 십분 살려 비례대표 50% 여성할당을 강제규정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요구되며, 각 정당 역시 비례대표의 제도적 특성을 확실히 인지하고 역량 있는 여성후보자들이 정당의 경쟁력을 제고시킨다는 점에서 후보 선정결과를 보다 투명하게 하는 등의 체계적인 제도적 방안의 마련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여성행동>은 이번 5.31 지방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제도적 문제점을 보완하여 평등하고 민주적인, 지역의 이슈가 살아있는 진정한 생활정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치관계법 개정 논의를 제안하는 바이다.

각 당은 4년 후 실시될 2010년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2007년 대선 및 2008년 총선을 대비하여 여성의 정치참여가 확대될 수 있는 모든 적극적 조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2005년 정치관계법 개정 논의 시 제외되었던 ‘기초의회 비례대표 50% 여성할당 강제 조항’과 ‘지역구 여성공천 30% 할당 강제 조항’ 추가 등은 다음번 정치관계법 개정시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 또한 ‘여성추천보조금제’가 여성후보 및 여성후보자를 많이 공천한 정당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 갈 수 있도록 재논의 되어야 한다.

<여성행동>은 앞으로 민선4기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의회가 지역에서조차 팽배해있는 부패정치, 무능정치를 청산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 중심에 여성당선인이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06년 6월 1일

생활자치 맑은정치 여성행동
권미혁 남윤인순 오유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