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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9일 열린 제 1011차 수요시위에 다녀왔습니다. 2009년 6월 869차 수요시위 때 이후니 거의 3년 만에 다시 찾은 것이네요. 그 땐 여성인권을 위한 일을 하길 꿈꾸는 대학생으로서였고, 이번엔 여성연합의 신입 활동가로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3년의 세월이 지나고 제가 꿈을 이루는 동안에도 수요시위는 끊이지 않고 계속 되고 있습니다. 무려 1000번째라는 세계 비공식 기네스에도 오르면서 말이죠.

 처음으로 수요시위가 시작된 1992년 1월 이후로는 20년이 흘렀고 1000차 시위 이후로도 벌써 10주가 지났습니다. 10주, 3년, 2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안타깝게도 일본군 전쟁 피해-생존 할머니분들의 수도 많이 줄어 이제 63분만이 생존해 계십니다.

 강산도 수십 번 바뀐 그 시간동안 단 하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일본 정부의 침묵하는 태도입니다. 일본 정부는 세월이 더 흘러 모두가 ‘위안부’문제를 잊을 때를 기다리려고 침묵을 지키는 것일까요.

 오늘 자유발언을 한 시민이 지난 시위에 나왔을 때 할머니께서 ‘우리가 다 가고나면 모두가 이 일을 잊을 것 같아 두렵다’고 말씀하셨다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할머니들께서도 걱정하듯이 일본 정부가 노리는 것이 정말 그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수요시위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공식적으로 사죄하고 법적으로 배상할 때까지 끊이지 않을 것임을 오늘 전 온 몸으로 느끼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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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중·고등학교 방학의 끝자락이라 오늘은 많은 학생들이 수요시위에 나와 주었습니다. 단체티를 맞춰 입은 고등학교 동아리 친구들,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어린 아이들의 손에는 저마다 한글로, 영어로, 일본어로 일본 정부의 사죄를 요구하는 피켓이 들려있었습니다. 봄이 다와가 날씨가 많이 따뜻해지긴 했어도 여전히 맨 손을 드러내면 바람에 손끝이 차가워지는데도 그들은 피켓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되찾는 일을 생각만 해도 마음이 뜨거워져 찬바람 따위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 아닐까요. 제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올해 들어선 오늘 처음으로 수요시위에 참가한다며 할머니들께 세배인사를 올리는 청년과 할머니들께 드리는 같은 반 친구들의 편지를 모아온 여중생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 수요시위 참가자 일동을 대표로 성명서 낭독을 해야 했는데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해서 참느라 조금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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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뜨거운 마음은 일본인들에게서도 모아졌습니다. 문제의식을 가진 일본인들이 직접 한국에 찾아와 수요시위에 참가한 것입니다.

 그 중에는 전직 국회의원이었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국회의원 재직 당시, ‘위안부’문제를 비롯한 과거 일본군의 범죄 행위들에 대한 법률을 제정하기 위해 힘썼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더군요. 민족의 문제만으로 보면 가해자 국가인 일본의 국민은 한국 사람들에게 ‘쪽바리(수요시위 현장에 가기 위해 탄 택시기사분이 그렇게 표현하시더군요)' 라고 불리지만, 그 중에도 분명 오늘 수요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처럼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 위안소가 설치되어 있어 주민들도 비슷한 피해를 당한 역사를 가진 오키나와 현의 사람들도 직접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일본 정부에서 그런 오키나와 현의 역사마저 기록에서 지우려 한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이것을 한국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겠다며 찾아오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들이 부르는 일본어 노래는 비록 알아들을 수는 없었고, 그 외에도 다양한 국가들에서 온 취재진과 일반 참가자들과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함께 공유하고 있는 마음만은 잘 통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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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로”에 모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것이 일본군 전쟁 피해-생존 할머니들만이 아닌, 한국의 젊은 세대들과 각국 사람들, 그리고 자국의 국민들이기도 하다는 것을 일본 정부가 하루빨리 제대로 인식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해야 할 말과 해야 할 일들을 하길 바랍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봄처럼, 일본 정부를 제외한 모두가 원하는 진짜 ‘평화’ 또한 가까이 다가와 있기를 기다립니다.


글 : 김수진 여성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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