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첫 날. 12시 30분부터 1시까지. 딱 30분 동안 난생 처음 1인 시위라는 것을 해 보았다. 함께 1인 시위를 하러 간 분이 12시부터 12시 30분까지, 내가 12시 30분부터 1시까지 교대로 서 있었다. 처음엔 두 명이 함께 서 있었지만 의경들이 수군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30분씩 나누어서 서 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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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소규모 집회는 몇 번 가 본 적이 있지만 혼자 피켓을 들고 서 있는 1인 시위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국회의사당에 이렇게까지 가까이 가본 적도 처음이었다. 피켓을 들고 국회의사당 앞에 도착하니, 이미 몇몇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대략 10명 정도였던 것 같다. 각자 다른 주제들이 표현된 피켓들을 들고 사람들은 묵묵히 혼자 서 있었다. 아니다, 민주당이 김대중 정권 때 살인, 범죄를 저질렀다며 몇 분 간격으로 말을 하는 분도 계셨지만. 아무튼. 한 쪽에서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은 피켓을 들고 서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역시나 의경들이 서 있었고 몇몇 의경들은 국회의사당 주변을 순찰하고 있었다. 난 의경 무리들 바로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그쪽에 횡단보도가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다녔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지나다녔다. 눈길 한 번 스윽 주고 혹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제 갈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딱 한 명이 내가 든 피켓을 보고 ‘아! 나 저 성폭행~ %^&%^&’ 이라고 얘기하며 지나갔을 뿐이었다.


앞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무관심한 표정으로 지나다니고, 뒤에선 의경들이 자기네끼리 농담 따먹기 하는 이야기나, 의경 상관이 의경들에게 어느 쪽을 보고 서 있으라든지, 현재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를 체크하라고 지시하는 등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이 자체가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까? 얼마나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하고 체념적인 생각들. 그러나 1인 시위마저 하지 않는다면 이 사건은 묻혀버리겠지. 그리고 정치인들은 성추행, 성폭력을 쉽게 여기게 되겠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생각의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의 행동을 하는 것. 이것이 1인 시위를 하는,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글쓴이 제주에서 온 희돌이는 현재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인턴으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