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안)」에 대한 한국여성단체연합 의견서
- 성인지 관점에서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 재설계 필요
이재명 정부가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건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출범한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위원장 이재명 대통령, 이하 ‘위원회’)는 출범 100일을 맞은 지난해 12월 15일 ‘대한민국 인공지능행동계획(안)’(이하 ‘행동계획(안)’)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국가 AI 전략을 수립하는 중대한 정책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의견수렴 기간이 단 20일간(’25.12.16~’26.1.4)에 그쳐 중장기 정책방향을 심도 있게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각 계의 의견을 거처 수정·보완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어, 향후 시민, 여성단체, 전문가 등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야 한다.
이번 행동계획(안)은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AI 혁신 생태계 조성 ▲범국가 AI기반 대전환 ▲글로벌 AI기본사회 기여라는 3대 정책축과 12대 전략분야, 98개 액션플랜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공지능 기술의 성장 가능성과 국가 경쟁력 강화에 중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본 행동계획(안)은 AI의 긍정적 효과만을 중심에 두고 개발과 활용에만 치중해 계획을 설계하여, AI 기술이 초래할 수 있는 사회적 위험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이미 현실에서 드러나고 있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젠더 편향성 문제와 그로 인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더불어 성별고정관념을 강화하는 AI 비서·로봇의 여성형 설계, AI 이용자가 차별적 발화를 학습시키는 사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젠더 편향은 노동·고용 영역에서도 작동해, AI 기반 채용·평가·업무 배치 과정에서 여성의 경력 공백을 불리하게 해석하고 남성 중심의 경력 패턴을 ‘우수 인재’ 기준으로 재생산함으로써 채용상 성차별과 성불평등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 특히 고용 안정성이 낮은 비정규 여성 노동자는 AI 전환 과정에서 이러한 젠더 편향의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크다.
AI의 젠더 편향성은 한 지점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기획·설계 단계, 데이터 수집·가공·관리 단계, 알고리즘 생성 및 학습 단계, 그리고 실제 활용 단계 전반에서 중층적·교차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AI가 학습하는 데이터는 기존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와 권력관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를 활용할 경우 특정 성별, 연령, 인종이 과소 혹은 과대 대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데이터 편향은 곧 AI 판단과 결과의 왜곡으로 이어지며,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재생산하거나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본 행동계획(안) 전체적으로 AI를 성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기술로 전제하고 있어, 데이터 수집·가공, 알고리즘 설계, 활용 과정 전반에서 현존하는 성차별과 폭력,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거나 강화할 위험에 대해 제대로 다루고 있지 않다. 또한 대규모 데이터 통합 및 활용을 전제로 한 정책방향은 과잉 정보 집적을 초래해 개인정보와 민감정보의 침해 또는 오남용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여성의 임신‧출산‧돌봄‧건강‧성폭력 피해 등에 대한 민감한 정보가 감시나 차별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결 방안이 결여된 상태에서 추진되는 AI정책은 위원회의 슬로건인 「진짜 성장, 국민 보편적 삶의 질 개선, 인류와 글로벌 사회 기여」라는 비전과 달리, 오히려 현존하는 구조적 성차별을 고착화,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특히 행동계획 전반에서 성인지 관점이 사실상 전무하여 현존하는 성차별과 폭력을 AI가 그대로 답습할 경우, 이러한 위험에 대한 해결 및 대응 방안이 전혀 없다. 그 결과 AI인프라 구축 과정에서의 데이터의 젠더 편향 문제, 산업 전환(AX)에 따른 성별 격차 확대 가능성, 돌봄·복지·서비스 영역에서의 성별 불균형, 여성에게 집중되는 경력단절과 생애 소득 격차 문제, AI 기술을 매개로한 성폭력 등 인공지능(AI)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집단과 개인의 문제를 젠더 관점에서 충분히 검토되지 못하였다. 특히 돌봄 영역에서 AI 활용이 확대될 경우, 돌봄노동자의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현실을 고려한 여성 일자리 보호 및 전환 대책 마련이 필수적이나, 이에 대한 정책적 고려 역시 매우 부족하다.
이러한 점에서 행동계획(안)은 포용적 AI, ‘모두의 AI’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성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실행 전략이 부재한 상태로 추진될 우려가 크다. 따라서 본 행동계획(안)의 설계 및 이행 전 과정에 성인지 관점이 반영되어야 하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젠더 관점을 가진 여성과 전문가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공공·산업·복지·교육 등 AI 활용 전반에 성인지감수성 및 성평등 교육이 체계적으로 포함하고, 성인지 통계와 성별영향평가를 기반으로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젠더 편향성을 사전·사후적으로 검증하는 제도적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는 이미 AI의 잠재력과 동시에 위험을 명확히 인식하며 대응하고 있다. OECD, 유럽연합(EU), UNESCO 등은 AI 윤리와 인권 원칙을 강조하며, AI 생애주기 전반에서 차별과 편향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EU 「인공지능법(AI Act)」은 고용, 교육, 직업훈련 등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AI를 ‘고위험 영역’으로 분류하고, 데이터의 대표성 확보, 영향 평가, 투명성 및 책임성을 엄격히 요구하고 있다. 미국 역시 AI 정책의 핵심 원칙으로 ‘평등과 시민권 증진’을 명시하며, 차별 방지에 대한 개발자와 이용자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현행 행동계획(안)은 부분적 보완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AI 대전환은 기술적 측면뿐만 아니라 성평등 실현과 인권 보호를 핵심 기준으로 삼아 전면 재구성되어야 한다. AI 기술의 각 단계에서 젠더 편향을 점검·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법·제도 차원의 영향평가, 윤리 교육과 사회문화적 인식 개선, 여성 인재 확대 전략 등이 통합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AI는 사회를 혁신할 잠재력을 지닌 기술인 동시에, 기존의 불평등을 고착화하거나 심화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 정책은 기술의 개발 및 활용 중심의 접근을 넘어 성평등과 인권을 핵심 기준으로 사회 각 집단의 권리와 삶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여 설계해야 한다.
*액션플랜별 상세 의견서는 첨부 파일에서 확인
[의견서 전문보기] 여성연합_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안) 의견서_20260104.pdf
* 본 문서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이 대통령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에 제출(2026년 1월 4일)한 의견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