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집게손' 규탄에 대한 악의적 고발 사건 항소심 선고 기자회견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2023년 11월 28일 넥슨 본사앞에서 진행된 〈넥슨은 일부 유저의 집단적 착각에 굴복한 ‘집게 손’ 억지 논란을 멈춰라〉기자회견 후, 미신고 옥외집회로 고발당했으며, 한국여성민우회 전 상임대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벌금형 1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는 페미니스트뿐아니라 시민사회운동 전반의 공적 발언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선례를 만든 것입니다.
지난 2026년 2월 26일,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으며, 항소심 법원은 6/12(금)에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에 대한 기자회견을 아래와 같이 진행하였고, 임선희 여성연합 사무처장은 연대발언으로 참여했습니다.



■ 일시: 2026년 6월 12일 (금) 오후 3시
■ 장소: 수원고등법원 정문 앞(수원시 영통구 법조로 105)
■ 주최: 한국여성민우회
■ 프로그램 (사회: 최희연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 발언 1. 사건 경과와 한국여성민우회 입장 / 이민주 (한국여성민우회)
- 발언 2.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에 있어 판결의 의미 / 김두나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 발언 3. 페미니즘 사상검증에 맞선 페미니스트의 대응 / 김유리 (페미니즘사상검증공동대책위원회/전국여성노동조합) (대독: 신혜정 (한국여성민우회))
- 발언 4. 페미니즘 집회에 대한 악의적 방해의 지속과 대응 / 임선희 (한국여성단체연합)
- 기자회견문 낭독
■ 기자회견문
[넥슨 ‘집게손’ 규탄에 대한 악의적 고발사건 항소심 선고 기자회견문]
반(反)페미니스트의 방해에 굴하지 않고
더 힘차게 페미니즘을 말할 것이다!
2026년 6월 12일, 오늘 수원고등법원은 넥슨 ‘집게손’ 규탄에 대한 악의적 고발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2023년 11월 28일, 게임업계 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규탄하고, 여성과 페미니스트의 표현을 억압하는 ‘집게 손’ 억지 논란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넥슨코리아 본사 앞에서 〈넥슨은 일부 유저의 집단적 착각에 굴복한 ‘집게 손’ 억지 논란을 멈춰라〉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당시 기자회견은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는 자리로서 사전 신고 의무가 없었으며 공공질서에 어떠한 위해도 발생시키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 남성에게 미신고 옥외집회로 고발당했으며, 한국여성민우회 전 상임대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다. 1심 판결은 평화적 기자회견에 대해 벌금형 100만원을 선고함으로써, 페미니스트뿐아니라 시민사회운동 전반의 공적 발언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선례를 만들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겪게 되는 부당한 공격과 탄압에 대한 저항을 문제적 법조항을 악용해 억누르려는 저열한 시도에 재판부가 정당성을 부여해준 것이다. 이 결정은 여성과 소수자를 침묵시키고 사회 정의를 향한 활동을 무력화하는 백래시를 심화시켰을뿐만 아니라 기자회견에서 규탄하고자 했던 대상인 반페미니즘 기업의 이익에 복무하기도 했다.
한국여성민우회를 비롯한 1,417명의 개인과 88개의 단체들은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반페미니즘 음모론과 페미니스트에 대한 악의적 공격에 힘을 싣는 판결에 문제 제기하며 항소심 재판에 대응해왔다. 또한 미신고 옥외집회를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도록 한 집시법 제22조 제2항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그리고 2026년 2월 26일,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타인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지 않은 집회까지 신고 의무 위반만을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의 결정은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가 민주사회에서 보장되어야 할 기본권임을 다시 확인한 의미있는 판단이다. 특히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이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신념을 공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마땅히 보장되어야 할 권리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한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성평등을 후퇴시키려는 반사회적 행태에 단호히 선긋는 당연하고 합당한 판단이었다. 우리는 이번 판결이 반페미니즘을 정당화하는 시도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반페미니스트들의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앞으로 더 가열차게 페미니즘을 말할 것이다. ‘페미니즘’을 이유로 여성과 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 성평등 세상을 위해 힘차게 나아갈 것이다.
2026년 6월 12일
한국여성민우회
■ [발언문 1] 한국여성민우회 이민주 활동가
2023년 11월 28일, 그날의 기자회견에서 전하고자 했던 뜻을 되새겨봅니다. 누군가 여성이라서, 페미니스트라서 표적이 되어 괴롭힘을 당하거나 일자리를 잃어선 안 된다는 사실, 일부 집단의 반페미니즘적 착각에 따른 부당한 요구를 기업이, 사회가 받아주어선 안 된다는 사실. 성평등과 사회 정의를 지향하는 상식적인 주장입니다. 이를 전달한 방식도 그 내용과 목적에 걸맞았습니다. 탄압받은 노동자를 고용한 원청이자 반페미니즘 주장을 수용한 책임 주체인 ㈜넥슨의 사옥 앞에서, 발언을 통해 언론을 대상으로 시민의 뜻을 알린 것이었습니다.
그날 타인의 권익을 침해하고 사회 질서를 어지럽힌 이들이 있다면 오히려 기자회견 개최를 막으려고 흉기 사진과 함께 살해 협박 글을 온라인상에 올리고, 민우회 사무실에 방해 전화를 하고, 기자회견 현장을 배회하며 위협했던 반페미니스트들입니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이 집회의 자유를 제약하는 한계적 법 조항을 이용하여 민우회를 집시법 위반으로 고발했고, 1심의 벌금형 선고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우리 사회의 법이, 그리고 사법부의 기소와 판결이 고작 흉기 사진이나 방해 전화 따위와 같은 입막음 수단으로 이용되었음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는 보호법익과 사건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한 사법부의 게으름의 소치이기도 합니다. 이제라도 이러한 문제가 바로잡힌 것은 합당한 일입니다.
그날의 기자회견문 일부를 여기서 다시 나누고 싶습니다. “기업이 일부 여성혐오적 소비자의 ‘기분 나쁨’에 따른 억지 주장을 받아주는 것은, 이들의 비이성적 불만과 폭력성의 표적을 구조적 약자인 여성 노동자 개인에게 돌리는 행위다. 이는 여성의 안전을 팔아 자기 보신과 이익을 챙기려는 비굴한 행태이다.” “이러한 반사회적 여성 공격 ‘놀이’가 반복되는 이유는 오직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주체인 기업이 이들을 소비자로서 승인하고 힘을 키워주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업을 사법부로, 소비자를 시민으로 바꾸면 바로 이번 악의적 고발 행위와 같은 페미니즘 백래시에 대하여 사법부가 갖는 책임을 드러내는 말이 되겠습니다. 우리 사회는 단지 집시법 조항의 세부적 의미나 효력만을 다툴 것이 아니라, 말할 권력이 어떻게 불균등하게 분배되고 있는지, 누가 누구의 말을 가로막고 있는지, 어떤 의견은 사회적으로 승인되어서는 안 되는지와 같은 문제를 논의해야 합니다. 사법부는 이러한 사회적 논의를 받아들이거나 촉발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날부터 오늘까지 민우회는 수많은 페미니스트 시민과 함께 말하고 싸워왔습니다. 페미니스트의 존재와 표현을 폭력으로 억압하려는 백래시에 맞서고자 넥슨 앞 기자회견에 함께한 120여 개 시민단체와 25,511명의 시민들. 살해 협박이 있을 때 기자회견이 안전하게 열리기를 바라며 밤새 경찰에 신고해주신 시민들. 민우회와 만나는 수많은 자리에서 페미니즘 백래시에 맞서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쳐 주신 참여자들. 1심 판결에서 사법부가 페미니스트 혐오에 편승하지 않고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정의로운 결정을 내리길 바라며 탄원서를 쓴 88개의 시민단체와 1,417명의 시민들. 민우회에 벌금형이 선고되자 그 벌금을 대신 낼테니 굴하지 말고 활동하라며 나서주신 후원자들. 그리고 오늘 함께하는 여러분. 이렇듯 함께 연결되어 더 힘차게, 끊이지 않고 페미니즘을 말하는 연대 앞에서 페미니스트를 침묵시키려는 반페미니스트들의 행태는 점점 더 초라해질 겁니다. 그 초라한 발악을 뒤에 두고, 우리는 누구나 혐오나 차별 없이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더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나아갈 것입니다.
■ [발언문 2]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김두나 변호사
안녕하십니까. 이번 사건 대리인단으로 참여한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김두나 입니다.
지난 2023년 11월, 일부 게임 이용자들이 한 여성 노동자가 게임 이미지에 ‘집게손가락’ 장면을 의도적으로 삽입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제기하며 퇴출을 요구하는 사이버불링을 자행했습니다. 그럼에도 원청 기업인 게임 제작사는 피해 노동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이러한 악성 민원에 동조하여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한국여성민우회를 비롯한 여성,노동,인권단체들은 기업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이 기자회견은 약 40분간 20여 명이 참여하여 몇 명의 활동가들이 순서대로 발언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된 평화적인 집회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여성민우회는 집회신고를 하지 않고 해당 기자회견을 개최했다는 이유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되었고, 2025년 6월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이를 사전 신고 없는 집회로 보아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하여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이는 여성 노동자의 노동권과 안전, 인격권 보장을 촉구한 활동가들의 절실한 목소리에 유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이에 민우회는 모든 집회에 사전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예외 없이 형사처벌하도록 한 집시법 조항이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그 결과, 2026년 2월 26일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타인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할 위험이 없는 평화적 집회까지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결정으로 해당 조항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고, 오늘 항소심 법원은 이러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무엇보다도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만으로 집회·시위의 자유가 부당하게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평화적으로 이루어진 집회는 헌법에 따라 보호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많은 시민들이 사전 신고없이 집회를 개최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이제 그러한 부당한 제한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울러 이번 판결은 여성 노동자의 인격권과 노동권 침해 현실을 알리고 기업의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하는 활동가들의 기자회견과 집회가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의 행사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에 대한 의사를 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온라인상 혐오와 괴롭힘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는 채용 과정에서의 사상 검증, 업무 배제, 계약 종료 등으로까지 이어져 인격권과 노동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법부의 역할은 정당한 문제 제기와 연대의 목소리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바로잡고 노동권과 인격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는 것입니다.
항소심에서 뒤늦게나마 위법한 판단이 바로잡혀 무죄가 선고된 것을 환영합니다. 앞으로도 성평등한 사회, 사법 정의, 그리고 집회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되는 날까지 희망법은 계속해서 함께하겠습니다.
■ [발언문 3] 페미니즘사상검증공동대응위원회/전국여성노동조합 김유리 조직국장
(한국여성민우회 신혜정 활동가 대독)
안녕하십니까. 페미니즘사상검증공동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국여성노동조합 김유리 조직국장입니다.
2016년 넥슨 성우 해고 사건 이후, 여성이라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라는 의심만으로 여성노동자들의 일과 삶을 공격하는 일들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게임업계를 넘어 공공기관, 일상적인 일터에서까지 여성들은 끊임없이 검열당하며 조직적인 혐오와 괴롭힘 범죄의 표적이 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페미니스트들은 침묵하지 않았고, 차별과 혐오에 맞서 목소리를 내며 싸워왔습니다.
2023년 넥슨 앞 기자회견 역시 그런 현실에 맞서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그날 우리는 살해 협박과 모욕, 조직적인 공격 속에서도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두려움보다 더 큰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서로를 지키고 이 부당함에 함께 맞서고자 하는 마음들이 모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침묵하지 않고 굴복하지 않자 그들은 법과 제도를 악용해 우리의 목소리를 막으려 했습니다. 우리가 오늘 이 법원 앞에 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백래시로 우리를 고립시키려 했던 이들에게 분명히 말합니다. 여러분은 우리의 목소리를 막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더 큰 연대로 우리를 연결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싸울 용기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누구도 혼자 두지 않기 위해 페미니즘 사상검증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공대위는 더 이상 여성들이 혼자 괴롭힘을 감당하지 않도록 함께 대응하고, 기록하며, 싸워왔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여성들이 스스로를 지키고 함께 맞설 수 있도록 “페미니즘 차별에 맞서는 일터 대응 가이드”를 제작, 배포했습니다. 공대위는 그 어떤 백래시에도 굴하지 않고 더 많은 여성들과 연결되며 사상검증과 혐오에 단호히 맞설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오늘 항소심의 결과가 어떠하든 우리의 싸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것입니다. 누군가는 우리의 목소리를 막고 침묵하게 만들려 하겠지만, 우리는 연대가 두려움을 용기로 바꾼다는 것을 이미 경험해왔습니다.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여성들이 자신의 신념 때문에 배제되지 않는 세상, 누구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세상,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누릴수 있는 평등한 세상을 위해 더 단단하게 싸워나가겠습니다.
오늘의 항소심 선고는 페미니즘 운동과 집회의 자유를 지켜내기 위한 매우 중요한 자리임에도 부득이하게 함께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결과가 어떠하든 성평등을 향한 우리의 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끝까지 여러분과 연대하며 함께 싸우겠습니다. 투쟁!
■ [발언문 4] 한국여성단체연합 임선희 사무처장
우리 사회에는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가 만연합니다. 대표적으로 게임업계가 있는데, 일부 이용자들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여성노동자를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만으로 공격하고, 심지어 이를 기업이 수용하여 여성노동자의 사상을 검열하는 관행이 존재합니다. 2023년 11월 넥슨은 일부 게임 유저들의 ‘집게 손’ 논란을 기업차원에서 수용하여 공식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노동자를 업무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여성시민단체들과 함께 이에 대해 2023년 11월28일 넥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 기자회견은 집시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습니다. 고발을 당한 것 자체도 황당하지만 벌금 100만원의 약식 명령이 내려졌다는 사실 자체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여성들은 일상 생활 속에서 늘 성차별과 성폭력을 경험합니다.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당하고, 여성이라서 남성보다 임금을 덜 받고, 면접을 볼 때 의도적으로 면접 점수를 조작당하고, 여성이라서 친밀한 관계의 파트너나 일면식 없는 남성에게 살해당합니다. 2023년 11월, 넥슨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넥슨의 행태를 규탄한 것은 이렇게 여성들을 둘러싼 상황을 알리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집회의 목적이자,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집회와 시위의 권리입니다. 기존의 미디어가 보도조차 잘 하지 않는 소수자들의 상황을 알리고, 이에 대한 더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촉발하고, 더 나아가서는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목소리를 높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페미니즘’을 제대로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페미니즘을 오독하고,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페미니즘 백래시가 거세지고 있는 요즘,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은 또다른 위협에 직면해있습니다. 집회 취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살해 협박을 받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집회를 방해하려 온 세력에 의해 집회 진행이 어려워질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의견을 무조건 옳지만 페미니스트인 너의 의견은 무조건적으로 잘못됐다’라는 무논리적 행태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법원이 이들의 손을 들어주기도 합니다. 여성단체의 정당한 활동을 위법이라고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것이 지난 1심의 결과입니다. 언론에서, 정부에서 제대로 이야기되고 있지 않는 여러 차별 상황을 알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시민들이 모여 집회를 하는 것조차 금지된다면 시민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 사회를 향해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항소심의 결과는 당연한 것입니다. 이미 헌법재판소도 공공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고 진행된 집회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결정을 지난 2월 말 내렸습니다.
오늘 이후에도 여성들은 이렇게 넓은 공간에 나와 끊임없이 한국사회의 차별과 폭력을 없애기 위해 계속 외치고 투쟁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집회와 시위의 권리를 지키고 누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