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여성 소방관의 죽음,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조직에서 동료의 생명은 지키지 않았다
- 2026년에도 사라지지 않은 시대착오적·성차별적인 공직사회문화, 정부는 책임 있는 변화와 해결책을 마련하라! -
광주 광산소방서에서 근무하던 20대 여성 소방관이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이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는 사망 전 15개월간 직장 내에서 심야 술자리 참석과 음주를 강요받았다. 일부 술자리는 나이트클럽이나 노래방 등으로 이어졌고, 이때 남성 상사들이 피해자에게 “편하게 오빠라고 부르라”고 말했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이에 더해 피해자는 직무와 관계없는 상사들의 사적인 심부름에 수시로 동원되기도 했다. 피해자가 숨진 뒤 유족이 감찰을 요청했으나 책임 기관인 광산소방서와 광주소방안전본부, 소방청 본청이 이를 조직적으로 묵살한 사실도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여성 공무원을 술자리에 동원하고, 음주를 강요하고,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고, ‘오빠’ 호칭을 요구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직장 내 성차별·성희롱이자 괴롭힘이며 권력 남용이다. 이런 사건이 2026년에, 그것도 공직 사회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매우 충격적이다. 또한 이러한 문제들이 책임 기관인 광산소방서, 광주소방안전본부, 소방청 본청의 철저한 조직적 방관으로 조직 내에서는 제대로 다뤄지지도 못하다가 대통령과 같은 고위 권력자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어야 비로소 적극적인 조사와 대응이 시작되는 것도 매우 문제다. 조직이 피해자를 보호하며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 같은 문제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공무원 사회는 국가가 엄격한 절차를 통해 채용하고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영역인 만큼, 조직 내 성차별과 인권 침해, 권력 남용 문제에 대해 더욱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사건은 해당 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직사회 전반의 성인지 감수성과 인권 의식을 다시 점검할 계기로 삼아 정부는 공공기관 내의 권력남용, 성차별·성희롱 및 괴롭힘에 대한 실태를 점검하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특히 본 사건과 관련하여 가해 행위는 물론 은폐와 묵살에 관여한 모든 관계자에 대해 직급과 지위를 막론하고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그 결과에 따라 법적 처벌과 엄중한 징계를 받아야 한다. 여성연합은 소방청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직문화 혁신을 약속한 만큼,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는지 끝까지 주목할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고인을 깊이 애도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강력히 촉구한다.
2026년 6월 26일
한국여성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