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에 즈음한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합동기자회견
어제 저녁 부시 미국 대통령이 도착한 그 순간부터 대한민국은 경찰폭력이 난무하는 무법천지가 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서울공항의 부시방한규탄집회를 폭력으로 방해하고 참가자를 강제 연행하는 것을 시작으로, 청계광장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에게 난데없이 색소를 섞은 물대포를 쏘면서 마구잡이로 연행했다. 또한 종로에서 평화적인 촛불행진 참가 시민들에게 색소 물대포를 직사하며 백골단을 투입하여 폭력연행을 거듭하는 등 그야말로 전두환 뺨치는 폭력경찰의 난동을 거리낌 없이 과시했다.
지난 밤 우리의 신성한 헌법은 경찰의 폭력으로 처참히 짓밟혔으며, 주권자인 국민은 시커멓게 달려드는 경찰들에게 이리저리 쫒기다 결국 체포되는 사냥감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이 마주하고 있다.
국민을 물대포와 군홧발로 제압하고, 눈과 귀를 틀어막은 채 부시와 마주 앉았다면, 그로부터 나올 결과가 무엇인지는 너무도 분명하다. 그것은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확대, 이라크 파병연장과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주한미군의 지위변경과 전략적 유연성,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 증액, PSI와 MD참여 등 부시가 쏟아낼 요구 앞에 무기력하게 주권과 국익을 희생시키는 또 한 번의 굴욕적인 회담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위험천만한 정상회담을 향하여 국민의 최소한 요구사항을 전달하려 한다.
우리는 졸속적이고 굴욕적인 <한미 쇠고기협상>을 즉각 무효선언하고 전면재협상에 합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광우병 위험 때문에 미국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기피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유럽 일본 등 거의 모든 나라에서 수입을 거부하는 뼈와 내장 등 광우병 위험이 명백한 쇠고기를 통제장치도 없이 전면 개방한 것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서, 재협상은 마땅하고도 절박한 필수적인 것이다. 기왕의 합의이므로 지켜야만 한다는 식의, 미국 중심적인 일방적 관점을 고집하는 것은 우리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며, 따라서 그러한 자세로는 한미관계의 악화가 필연적이다. 양국의 진정한 관계증진을 위해서는 재협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부시 대통령에게 무겁게 지적한다.
우리는 이라크 파병연장,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등 미국의 침략전쟁에 우리의 경제력과 군대를 동원하려는 모든 시도를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은 자원과 패권을 위한 더러운 침략전쟁으로서, 세계평화를 부정하고, 죄 없는 생명을 학살하며, 미국경제의 파탄과 그에 따른 세계경제의 급격한 침체를 가져온 씻을 수 없는 역사적 범죄다. 또한 한국군의 파병은 세계평화에 역행하고, 우리나라의 위신을 추락시키며, 그에 따라 국익에 심각한 손해를 끼친 백해무익의 굴욕으로서 즉각 수정되어야 한다.
우리는 주한미군의 지위변경, 전략적 유연성에 관련한 일체의 부당한 요구를 전면 취소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 현재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주한미군의 존재이유를 <북의 침략에 대비하는 것>으로 명백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주한미군을 세계적 범위의 침략전쟁에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전략적 기동군으로 전환하려 한다. 이는, 향후 미국이 적대관계를 맺는 모든 나라에게 우리가 자동적으로 적국이 되는 것을 의미하며, 일찍이 없었던 치명적 안보불안이 일상화된다는 것을 뜻한다. 북미수교가 임박한 지금의 동북아 정세는 북미대결을 끝내고, 중장기적으로 주한미군의 존재이유를 사실상 원천무효로 만들 것이며, 이로써 동북아와 한반도는 새로운 시대를 맞을 것이다. 주한미군의 지위변경, 전략적 유연성은 지역의 평화에 역행하는 위험천만한 것으로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외국군대가 남의 땅에 주둔하는 이유는 모두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군대주둔이 대체로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고, 지속하기 위한 기초수단이라는 점에서 주한미군이 이 땅에 주둔하는 것은 이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이 보장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주둔비는 마땅히 미국이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주한미군 주둔비를 이미 50% 가까이 부담하고 있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미국은 주둔비를 기어이 50% 이상으로 올리라는 압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에 묻고 싶다. 외국군의 주둔비를 내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 또 있는가?
더구나,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미사일방어망(MD) 참여 등을 강압할 것이라는 보도는 국민의 우려를 더욱 크게 한다. 이른바 PSI는 북의 핵무기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북을 군사적으로 포위, 봉쇄하는 것이며, 이는 곧 전쟁을 의미한다. 이것은, 순항을 거듭하는 북미핵협상에 장애를 조성하는 도발이며, 남북대결을 격화시켜 전쟁의 먹구름을 몰고 올 수 있는 도박이다. 또한 MD역시 북을 겨냥하는 미사일을 대폭 강화하는 것으로서 똑 같이 위험천만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한반도의 평화를 희생시켜서라도 미국 군산복합체의 이윤을 높이겠다는 것으로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끝으로 우리는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엄중히 알린다. 우리 국민은 더 이상 미국에 가위눌리고, 독재의 폭압에 무기력한 존재가 아니다. 무엇이 국가와 국민에게 이익이며, 무엇이 한미 양국 국민의 진정한 우애와 상호이익에 부합하는 것인지 정확히 판단하고, 함께 관철할 의사와 능력을 갖춘 이성적인 국민이다. 지난 세 달 찬란하게 타오른 촛불이 그것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일방주의, 군사주의, 강압주의를 강요한다면 지금 당장 이 땅을 떠나라는 것이 바로 우리 국민의 한결같은 외침이다.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에 엄중히 경고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독도문제와 잇따른 외교실패로 주권수호의 의지와 능력을 의심받고 있다. 또 다시 굴욕 외교로 국익에 치명상을 입히고 국민에게 참을 수 없는 모욕과 피해를 강요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국민적 불신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란 점을 엄중히 경고한다.
2008년 8월 6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한미정상회담에 즈음한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