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정치 대표성 확대, 성별 균형을 위한 제도를 훼손하지 말라!
- 여성 가산점 제도는 특정 후보를 위한 혜택이 아니라 남성 독점 정치구조를 바꾸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다 -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공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추미애 후보에게 적용되는 ‘10% 여성 가산점’에 대해 불필요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른바 6선 의원에 당대표와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경력을 들어 여성 가산점 무용론을 펼치거나 ‘역차별’ 운운하며 ‘여성 가산점’에 대한 제도의 취지와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이는 여성의 정치 대표성 확대를 위해 수십년 간 투쟁해서 만들어 놓은 제도를 무너뜨리는 것이며, 정치 영역에서의 여성의 동등참여, 성별 균형을 위한 제도 마련의 성과를 훼손하고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시도이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들은 경선 공천 과정에서 여성·청년·정치신인 등에게 가산점을 적용하는 제도를 확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중증장애인 30%, 여성·만 35세 이하 청년 25%, 36~40세 청년·정치신인 20%, 41~45세 청년 15%의 가산점을 부여하고, 국민의힘 역시 연령대별로 세분화된 가산점과 함께 여성 후보 우대 조항을 당규에 명시하였다. 여성 가산점은 오랜 논의와 여성운동의 끈질긴 요구 끝에 우리 정치에 자리 잡은 제도적 성과다. 그럼에도 후보의 경력과 인지도를 빌미로 ‘가산점이 필요한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정치 영역에서의 성별 불균형 해소를 위해 합의한 ‘원칙’을 개인의 ‘혜택’으로 왜곡하는 것은, 성별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에 대해 정치권이 나서서 그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다.
지방자치 부활 30여 년이 지났지만 여성의 정치 대표성은 여전히 처참한 수준이다.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기준 광역의회 지역구 여성 당선자는 14.76%에 불과했고, 기초의회를 포함한 전체 지방의회 여성 비율은 30%에도 미치지 않는다. 심지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여성이 단 명도 당선된 적이 없다는 사실은 정치 영역의 유리천장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보여준다. 2026년 6·3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광역의원 예비후보 중 여성 비율은 여전히 낮고, 공직선거법상 지역구 후보 30% 이상 여성 추천 조항은 강제성 없는 ‘노력 규정’으로 사실상 사문화된 지 오래다.
이러한 현실에서 여성 가산점은 여성의 정치 대표성 확대와 성별균형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여성 가산점 제도는 한 명의 후보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여성운동의 성과이자, 정치 참여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되어 온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는 동시에 민주주의의 대표성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다. 우리는 매번 선거 때마다 가산점 제도 자체를 공격하거나 당규에 명시된 가산점을 본경선에서는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무력화하는 등의 다양한 시도를 목도했다. 이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를 이행하지 않으려는 정치 기득권의 문제다.
원칙으로 합의한 제도가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 후보와 여성 유권자, 그리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원하는 모든 시민에게 돌아간다. 특정 성별이 독점하는 지방 정치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민주주의의 이름에도 걸맞지 않다. 우리는 6·3 지방선거가 여성의 정치 참여를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촉구한다. 그 첫걸음은 이미 합의된 제도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2026년 3월 19일
한국여성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