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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KBS1TV의 아침마당 부부탐구 코너는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상담프로그램의
하나다.
상담프로그램은 재미와 교양이 결합된 인포테인먼트의 성공사례로 인식되고 있는
데, 이러한 관점에서 부부탐구 "엽기적인 아내"편이 상담프로그램의 역할을 다하
고 있는지 살펴본다.

2. 대강의 내용

이번 상담에서 아내는 1) 남편의 위협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이 싫다. 바뀔 수 없는지
2) 말싸움을 끝까지 해보았으면 좋겠다(대화요구)
는 두 가지를 원하고 있다.

반면 남편은 1) 일요일에 가사분담을 요구하지 말고
2) 자신의 취미에 적극 동참해 달라
는 요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사항과 함께 대체로 이 부부의 갈등이 표출된 내용을 자세히 보면
1) 부부싸움할 때의 남편의 폭력과 그에 따른 아내의 저항
2) 가사분담의 문제
3) 각자의 취미생활에 얼마나 협력하는가

에 대한 것으로 나눠 볼 수 있다.

3. 사회자 및 패널의 문제점 및 평가

재미와 교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담프로그램으로서 부부탐구가
그 기능을 다하고 있는지를 보면, 사회자의 농담이나 분위기를 경직되게 하지 않
는 태도 등에서 재미라는 측면은 시종일관 달성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교양 즉 상담자의 문제해결 및 그 내용이 끼치는 사회적 영향이라는 측면
에서는 많은 문제가 있다.

1) 내용상의 문제

(1) 사회자의 문제
대체로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방식도 자연스러웠으나, 사
회자로서 전체 상담내용을 정리해서 일목요연한 상담이 될 수 있는 가교역할을 못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상담에서는 갈등이 3가지로 구체화(폭력,가사노동,취
미생활)되고 있으므로 "이런이런 문제가 있는데 패널들은 어떻게 보십니까?"라는
식으로 정리, 언급해야 하는데 오히려 사회자들은 자신이 패널처럼 상담자의 발언
내용을 평가하기에 바빠 전체 진행이 산만하고 중구난방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또한 사회자들이 남편의 폭력에 따른 고막파열이나 코피에 대해 순전히 아내의
귀 위치와 모양 때문이고, 살짝 스친 정도의 폭행에 불과했다는 식으로 발언한 부
분은 가정내 폭력의 심각성을 경시하는 의식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된다.
또 아내가 남편을 경찰에 신고한 것에 대해 아내의 고충을 이해하기보다 "엽기적
인 행동"으로 평가한 부분은 사회자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했다.

또 이상벽씨는 아내가 혼자 자랐다는 부분에서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평가하기
도 했는데 이는 불필요한 발언일 뿐만 아니라, 기존의 사회적 편견을 고스란히 담
고 있는 것이어서 출연자에게 도리어 상처를 줄 수 있으며 사회자의 중립성에도
반한다고 평가된다.

(2) 패널들의 문제 해결 방안 및 태도에 있어서의 문제
◆ 김병후씨: 부부의 다름을 이해하라고 남편에게 충고하는 등 나름대로 객관적
인 상담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부의 취미생활에 따른 갈등해결책일 뿐 폭
력이나 가사분담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상담이 없었다.
특히 폭력은 반드시 일어나서는 안 될 것임에도 그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

◆ 엄앵란씨: 김병후씨가 전문가인 반면 엄앵란 씨는 어디까지나 흥미 위주로 뽑
힌 상담자 또는 경험에 의한 상담을 하는 정도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엄앵
란 씨 의 상담내용이 특히 비판할 점은 없으나 김병후씨와 마찬가지로 상담자가
요 구하는 문제해결은 전혀 되지 못했다고 평가된다. 남편에게 사골국을 끓여준
다거나, 남편이 지혜를 발휘하여 일요일에 점심을 사먹는다고 해서 부부의 본 질
적인 문제(대화 부족-남편이 맨 정신에서는 대화를 잘 못하고 욱하는 성질 을 자
제하지 못하고 폭력까지 행사하는 점)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패널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정상담 전문가 한 명을 추
가하거나 전문가가 어렵다면 엄앵란씨와 균형을 맞출 수 있게 젊고 의식 있는 여
성을 추가하는 것이 좀더 객관적인 상담을 위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앞서 지적한 바대로 사회자가 상담자가 원하는 바나, 구체적인 문제점으
로 언급된 내용들을 조목조목 정리해 준다면, 패널들도 그에 맞춰 좀더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된다.


2) 형식상의 문제점

(1) 상담시작 전에 상담자가 원하는 바를 분명히 해서 논의를 집중시킬 필요가 있
다. 현재와 같이 얘기하던 중간에 원하는 바를 언급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으
로, 효율적인 상담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형식이다.

(2) 제목이 잘못된 선입견을 담고 있다면 곤란하다.
이번 프로의 경우 내용을 잘 들어보면 아내가 남편을 "백 대" 때린 것도 남편이 칼
로 위협했기 때문이었고 경찰에 남편을 신고한 것도 술버릇을 고치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엽기적인 아내"라는 것은 내용
을 반영하는 제목이 아니라 단순히 흥미를 유발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표현
은 시청자로 하여금 당당한 아내의 행동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게 한다.

(3) "진실탐구"라는 코너는 부부가 인식하지 못하는 서로의 심리에 대해 좀더 정확
하게 알고자 마련된 것으로 보이는데 상담내용을 한번 더 반복하는 정도에 그쳤
다. 차라리 심리치료사가 나와서 심리 테스트를 한다든가 해서 남편의 폭력성향
을 어떻게 완화할 수 있는지, 아내의 억압된 감정은 없는지 등을 객관적인 자료나
실험을 통해 알아보는 것이 더 알맞다고 평가된다.

(4) 상담내용에 비해 상담시간이 너무 짧다. 사회자들의 불필요한 발언시간을 줄
이고 전문가인 패널의 상담시간을 늘이는 것이 필요하다. 혹은 현행 생방송 대신
녹화방송 형식을 취해 상담시간을 확보하고 내담자의 호소내용은 맥락에 맞추어
일정부분 편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4. 나가며

아침마당 부부탐구는 부부문제의 해결이라는 본래의 의도와는 다소 다르게 흥미
위주로 진행되고 있고 구체적인 문제해결을 하기에는 사회자의 중립성 문제, 정리
능력 결여, 가족내 문제에 대한 의식부족, 패널의 전문성부족, 상담내용에 충실하
지 못한 상담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부부탐구가 부부의 대화 기회제공 기능을 넘어서 부부간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
가 바람직한 부부상까지 제시하는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아침시간대라는 이유로
장년층의 사고방식만 반영하기보다 좀더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상담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작가, 사회자, 패널 등 모든 관계자들이 가정문제에 대한 진
지한 고찰을 선행하기를 바란다.

제4차 보고서 (2002. 11. 13)
정리 : <서울여성의전화> 오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