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신 차리고 새해엔 차별금지법부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출범 기자회견 열어
2011년 1월 5일(수) 오전 11시 여의도 국민은행 앞서 차별 금지법 제정을 취지로 하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출범 기자회견이 열렸다. 3년 넘게 끌어온 차별금지법 제정을 실현하고 우리사회의 보수화와 인권 후퇴를 막고자 사회적 소수자들을 대표하는 34개 단체들이 연합해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출범하고 활동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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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국여성단체연합 |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기자회견에서 활동경과, 법안 내용, 법안의 필요성, 국회에 대한 요구, 향후 활동 계획 등을 밝히고, 차별금지법 최초 원안에서의 20개 항목 모두가 포함된 상태로의 포괄적인 인권기본법 제정을 2011년 국회에 촉구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의’의 김덕진 사무국장은 “7개의 종교단체가 모여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며 주장하면서도 ‘동성애차별금지법 ’만큼은 안 된다고 한 것 또한 차별이고 모순적이며 가부장적이다. 이번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발족은 우리 사회의 이러한 가부장적인 면과의 싸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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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국여성단체연합 |
또 ‘HIV/AIDS 인권 연대 나누리’의 윤가브리엘 대표는 “한국사회에서 동성애자, 에이즈 환자 , 또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하다. AIDS 환자라는 이유로 해고당하고 병원은 3차 전문기관만 갈 수 있는 상황이고, 정부가 원하는 다수의 예방을 위해선 감염인에 대한 차별부터 없애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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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국여성단체연합 |
2007년 10월 법무부는 최초 20개의 차별금지 조항이었던 원안에서 보수단체의 차별 옹호의견을 적극 수용하여 출신국가, 언어,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범죄 및 보호처분 경력, 성적 지향, 학력, 병력 등 7개 차별 사유를 삭제한 채 발의하였다. 2010년 법무부는 또다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특별 분과 윈원회를 구성했지만 해가 바뀐 지금까지 발의는 커녕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의 박봉정숙 사무처장은 파행을 거듭한 끝에 한나라당 단독으로 날치기로 통과시킨 이른바 ‘형님 예산’, ‘마누라 예산’을 비판하며 국회가 조속히 정상을 되찾고 하루빨리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0개 조항이 모두 포함된 차별금지법의 국회입법운동과 반차별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대중홍보 활동 등을 펼칠 계획이다.
* 기사작성: 한국여성단체연합 인턴활동가 이영훈(경희대학교 신문방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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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참석 후기>
한국여성단체연합 인턴활동가 손여선(동덕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매우 추운 수요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 앞으로 향했다. 기자회견 장소에 도착하니 야외라 추운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조금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점점 모였고 50여명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기자회견에 참석하게 되었다. 추운 데에 오래 있으면 몸에 두드러기가 나면서 가려움증이 심해지는 추위 알레르기가 있는데 뒤에서 동성애 단체의 무지개 현수막이 뒤에서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어서 알레르기가 일어나지 않았다.
평소에 나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이 사회에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이들은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고 머리로는 인식하고 있었고 실제로 만나면 편하게 대하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동성애자 단체에서 나온 사람들이 커다란 무지개 현수막을 들고 내 근처에 섰을 때, 묘한 거부감과 공포심이 드는 것이었다. 그들의 현수막이 나를 추위로부터 보호해주었는데도 말이다.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노는 나의 모습을 보자 내 자신이 조금 부끄러웠다. 그래서 그런지 천주교 인권위원회에서 나오신 분의 말은 나에게 많이 다가왔다. 그분은 서구에서는 동성애자임을 밝히고도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도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동성애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논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고 하셨다. 즉, 동성애는 합법화를 논의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당연히 허용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때, 20개의 차별금지 대상에서 동성애는 빼야 한다고 반발한 보수 기독교 단체를 비판하였다. 나도 종교가 기독교이지만 왜 보수 기독교 단체에서 강력하게 동성애를 거부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차별금지법이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를 하도록 조장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들과 차별하지 말자는 것인데 말이다. 성경에서는 분명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차별금지법에서 동성애자를 빼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독교 단체야 말로 성경에 위배되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주노동자 단체에서 오신 미셸이라는 분의 말도 상당히 인상 깊었다. 그분은 이렇게 차별이 많은 나라에서 UN사무총장이 나온 것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였다. 또한 자국민에 대한 차별도 이렇게 많은데 자신과 같은 외국인의 차별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한 기대라고 비꼬았다. 미셸의 말에 반박할 수 없는 것이 서글펐다.
이번 기자회견을 하면서 가장 떠오르는 말은 ‘성역할 사회화’ 수업 때 여성학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었다. 교수님이 약자와 강자 명확하게 나누는 것은 어렵지만 굳이 그 경계를 나눈다면, 여기 있는 사람 중에 어느 범주에서든 약자 범위에 들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하셨다. 반대로 강자의 범위에 들지 않는 사람도 없다고 하셨다. 생각해보면 나는 여성이라는 약자이지만 키가 큰 편이기 때문에 키에서는 강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은 약자이자 강자이다. 따라서 차별금지법은 소수의 약자를 위한 법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위한 법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든 어떤 상황이 되면 약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은 반드시 제정되어야 하며 소수의 사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도 차별금지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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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모두를 위한 평등을 실현하라!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출범 기자회견 -
2011년 새해가 밝았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작년 날치기의 악몽이 아직 가시지 않은 국회 앞에 섰다. 우리는 민주주의 후퇴와 소수자 외면에 앞장서는 구태를 벗고, 새해 한국사회의 인권 보장과 차별 금지를 위해 국회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점을 촉구하기 위해서 모였다.
국회가 차별금지법제정을 위해서 시급하게 나서야 하는 이유는 한국사회에서 최근 급속하게 인권이 후퇴하고 있으며,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또한 노골적인 양상으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함으로써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와 차별에 대해 시정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또한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와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동성애자와 HIV/AIDS 감염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공적인 공간에서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간지는 “며느리가 남자라니 동성애가 웬 말이냐”, “<인생은 아름다워>보고 ‘게이’된 내 아들, AIDS로 죽으면 SBS 책임져라”는 제목 등으로 여러 차례 동성애 혐오 광고를 게재했다. 이러한 내용이 사회적 공기라 할 수 있는 언론에 실려 사회적으로 확산된 데 대해서는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소수자의 인권신장에 앞장서야할 종교계 또한 동성애를 제외한 혐오방지법 제정을 천명했다. 7대 종단이 참여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는 “그 어떤 분야에서도 차별 또는 혐오로 인한 사회적인 불평등을 방지하기 위해 증오(혐오)범죄법 도입이 필요하다”면서도 ‘동성애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사상적 근간과 사회적 통념을 무너뜨린다며 반대하였다. 동성애만은 안 된다는 혐오가 바로 차별이라는 점을 간과한 모순적인 주장이 인권 의식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로 진입했다고 하지만 이주민에 대해 인종, 출신 국가, 출신 민족 등에 따른 차별과 혐오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고, 이주민들은 일터와 일상생활에서 차별과 폭력의 위협을 받고 있다.
2007년 10월 법무부는 차별금지법을 발의하면서 출신국가, 언어,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범죄 및 보호처분 경력, 성적 지향, 학력, 병력(病歷) 등 7개 차별사유를 삭제했고 이 과정에서 보수기독교계와 경영계의 차별 옹호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2008년 유엔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제도(UPR) 한국 인권상황 검토 시 한국 정부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2009년 유엔 사회권위원회 한국 정부 보고서 검토 시에도 한국 정부는 “차별금지법 제정할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2009년 11월 20일, 유엔 경제문화사회적 권리 위원회는 차별금지법안이 심의 없이 폐기된 후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이 아직도 채택되지 않은 점, 차별금지사유 중 일정한 차별사유만을 포함하고 국적과 성적 지향 등과 같은 사유를 배제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우려를 표시하며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신속히 채택할 것을 촉구하였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의지도 노력도 보여주지 않았다. 2010년 법무부는 1년여에 걸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특별분과위원회를 구성했지만, 현재까지 차별금지법 발의는커녕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연대는 이러한 인권의 후퇴와 보수화 일변도 속에서 더 이상 법무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위한 운동에 직접 나서고자 한다.
한국사회에서 인종, 성적지향 등 차별의 양상이 다양화되고 있으나, 이러한 차별을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법이 없어, 사회적 소통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차별금지법이 차별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을 전환하고 헌법의 평등이념을 실현할 포괄적 인권기본법임을 다시한번 확인한다. 이는 소수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받는 모든 사람을 위한 법이며, 차별을 예방하고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법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연대는 국회법안발의활동, 대중홍보활동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차별금지법제정활동을 추진해 나갈 것이며,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법을 만들 것이다. 우리는 오늘 출범과 함께, 다음의 활동을 펼쳐 나갈 것을 밝힌다.
1. 올바른 차별금지법 제정을 목표로 한 국회입법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한다.
2. 차별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 나가며 반차별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공론의 장을 형성한다.
3. 다양한 운동세력들 간의 수평적 연대를 통해서 새로운 반차별 운동을 전개한다.
2011년 1월 5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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