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및 개인 연명요청]
정부가 버리고 삭제하고 파괴한 성평등,
국회가 살려야 합니다.
얼마 전 편의점에서 일하던 여성이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고, 베트남 이주여성이 남편에게 살해당했습니다. 공원에서 여성이 강간·살해당한 사건이 채 석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직장 내 성희롱과 성차별 사례가 빈번히 올라옵니다.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여성들은 집, 학교, 일터, 공원 그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의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했습니다. 2024년 정부 예산안에서 여성의 내일은 없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사회적 약자·취약 계층 보호를 국정과제로 발표했습니다. 가정폭력, 디지털 성범죄, 교제폭력, 스토킹 등을 5대 폭력으로 규정하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정책 역시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윤정부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대선공약이었던 여성가족부 폐지 방침을 고수하며, 장애청소년성인권교육, 젠더폭력피해예방 및 인식개선, 성매매 피해자 구조지원 사업, 성폭력 피해자 의료비 지원, 가정폭력피해자 치료회복 프로그램·의료비,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운영, 폭력피해 여성 주거 지원 운영 등 젠더폭력방지 및 피해자 지원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젠더폭력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는 말뿐인 허상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일터 내 성차별·성희롱 상담을 24년 간 이어온 고용평등상담실 운영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여성노동자들의 최후의 보루마저 빼앗으려 합니다. 이주 여성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환경과 일터의 성폭력 문제를 상담·지원하는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역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예산 삭감은 단순히 민간보조금을 끊는 차원이 아닙니다. 국가가 앞장서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여성폭력을 외면하고, 여성들이 일터에서 겪는 차별과 폭력을 등한시하겠다는 뜻입니다. 젠더폭력 예방 관련 예산의 대대적인 삭감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책무를 져버린 것과 다름없습니다.
1991년 성인이 된 피해자가 9살 때 자신을 강간한 이웃집 남성을 살해한 사건, 장기간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이 끝내 가해자인 남편을 사망에 이르게 한 정당방위 사건이 연달아 있었습니다. 1992년에는 13년 동안 자신을 성폭행한 의붓아버지를 피해자가 살해한 사건 이후 가정폭력과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이 각각 제정되었습니다. 1993년 서울대학교에서 교수에 의한 직장 내 성희롱을 겪은 피해자의 기나긴 민사소송 끝에, 직장 내 성희롱을 정의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 마련되었습니다. 법과 제도 및 정책은 여성들의 분노와 고발, 그리고 연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여성폭력 피해자와 피해자를 지원하는 전국의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상담소와 피해자보호시설, 고용평등상담실 등은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는 공적 시스템에 문제제기하며 지금까지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여성시민들이 함께 만든 변화를 외면하고, 젠더폭력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해당 예산을 주관하고 있는 정부 부처는 예산삭감의 사유를 “지원실적 반영, 사업 효율화, 운영방식 일원화”라고 설명합니다. 차별·폭력 피해자 지원에서 국가의 역할은 수치화된 실적 평가가 아닌, 피해자들의 일상회복 위한 조건을 찾고 지원 체계에서 보완할 점은 없는지,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정책과 법에 반영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국가의 예산은 ‘국가가 어떻게 운영될 것인가?’라는, 국민을 위한 질문과 실천입니다. 갑자기 아프거나 실직했을 때, 또는 임금이 체불되고, 차별당하거나 폭력 피해가 있을 때, 필요한 것은 사회적 개입, 즉 안전한 일상회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의 존재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2024년 예산안이 통과된다면, 삭제되는 것은 시민들의 일상적 안전입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국가가 나서서 폐기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습니다. 정부가 삭제하고 파괴하고 있는 성평등 시스템을 지켜야 합니다. 여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이 삭감되고, 전국의 고용평등상담실이 사라지는 것을 지금이라도 막아야 합니다. 우리는 여성폭력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위해, 사회적 안전의 기반이 되는 젠더폭력 관련 예산이 삭감되는 것을 반대합니다! 우리는 성평등 관점 없이 피해자 지원 예산을 삭감한 2024년 여성가족부 예산안을 폐기할 것을 국회에 요구합니다! 우리는 고용평등상담실과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삭감한 2024년 고용노동부 예산안을 폐기할 것을 국회에 요구합니다! 정부가 버리고 삭제하고 파괴한 성평등, 지금이라도 국회가 살려야 합니다.
국회는 윤석열 정부가 버리고 삭제하고 파괴한 성평등을 복원할 권한과 책임이 있습니다. 국회는 역할과 책임을 다하십시오!
※ 2023.11.21.(화) 오전 10시~12시 예산감축철회 기자회견 및 행진이 있습니다. 성명서 연명과 당일 참석여부를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