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폭 80년 원수폭금지 2025 세계대회 참가기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2025년 8월 3일부터 9일까지 [피폭 80년 원수폭금지 2025 세계대회](이하 세계대회)가 열렸습니다. 원수폭 금지 세계대회(World Conference against A and H Bombs)는 1955년부터 매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열리는 국제 반핵평화회의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한 국제적 연대와 행동을 확인하고 다짐하는 행사입니다. 올해는 특히 피폭 후 80년이 지나면서 1세대 피폭 생존자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피폭자와 함께, 핵무기 없는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실현하자!"는 슬로건 아래 해외 참가단을 포함한 5,000 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No More NUKES! No More HIROSHIMAS! No More NAGASAKIS! No More War!”를 외치며 핵보유국들의 군비 경쟁과 핵위협을 비판하고 일본을 포함한 더 많은 나라들이 TPNW(Treaty on the Prohibition of Nuclear Weapons, 핵무기금지조약)을 가입하고 비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2025년 대회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생존자(히바쿠샤)의 증언을 통해 핵무기의 참상을 세계에 알리는 활동을 해온 일본 원폭 피해자 연합 조직인 원수폭생존자 협의회(Nihon Hidankyo)가 202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며 핵무기 금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높아져 여러 나라에서 꽤 많은 참가단이 참여했으며 원수협, 원수금, 피단협 3단체가 “모든 입장의 차이를 넘어 피폭의 실상을, 핵무기의 비인도성을, 일본과 세계에 호소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라는 역사적인 공동성명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 원수폭금지 2025 세계대회 홍보물
(출처 : https://antiatom.org 원수폭금지 일본협의회) ▲ 원수폭금지 2025 세계대회 프로그램
세계대회는 국제회의 뿐 아니라 원폭피해자 증언대회, 워크숍, 현장 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히로시마에서 나가사키로 이어지며 대회기간 내내 다채롭게 열렸습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올해도 오랜 연대단체인 신일본부인회(New Japan Women’s Association)와 레일라 화장품의 여성평화기금(Women Peace Fund)의 초청을 받아 세계대회에 참여했습니다. 여성연합은 세계대회 공식 프로그램 외에도 신일본부인회가 마련한 히로시마 반핵 여성포럼과 나가사키 여성교류회에 참여하여 국제여성교류를 이어갔습니다. 이 행사 참여자들은 12.3 계엄에 대항한 ‘빛의 혁명’ 과정에 2030 청년여성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던 점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한 참가자는 ‘빛의 혁명’ 과정을 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봤다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는 지역과 국적은 달라도 여성이라는 정체성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고 반전반핵평화의 문제는 여성인권, 성평등과 분리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함께 공감하며 자매애를 흠뻑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세계대회 내내 신일본부인회의 놀라운 활동력에 감동했고 다양한 여성들의 멋진 활동들을 듣고 보면서 감탄했으며 반핵평화활동과 관련한 많은 영감을 얻는 시간이었습니다. 판매액의 1%를 여성인권과 평화를 위한 기금으로 조성하여 여성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레일라 화장품의 멋진 기업가와의 만남도 인상적이었음도 덧붙입니다.
▲ 8/5 히로시마 여성포럼 안내지 ▲ 히로시마 여성포럼(8/5)과 나가사키 여성교류회(8/8)
▲ 신일본부인회(New Japan Women’s Association) 지부 활동 발표
여성연합은 8월 9일 나가사키 데이 집회에 발언자로 나서 윤석열 정부 시기 강화된 한반도 핵위협은 새정부 출범 후에도 여전하기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는 점과 여성연합은 일본군성노예제문제, 미군위안부문제 등 여성의 경험과 목소리로 전쟁과 적대가 양산해내는 여성인권문제를 드러내고 해결하는 운동을 통해 반전반핵평화의 필요성을 알리고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음을 설명했습니다.
특히 반전반핵평화는 여성인권이고, 성평등 민주주의이며, 반전반핵평화운동에 민주주의, 성평등, 인권, 기후정의 등 더 다양한 목소리가 더해져 풍성해질 때 더 많은 시민들과 반전반핵평화 세상에 대한 비전을 나눌 수 있고, 그 미래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No More NUKES! No More HIROSHIMAS! No More NAGASAKIS! No More War!”에 더해 “No More MISOGYNY!”를 외쳤습니다.
▲ 8/9 나가사키 데이 집회와 거리선전전
세계대회 참여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원폭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과 현장 모습, 자료들은 차마 바로보기 어려운 참혹함,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 현장 탐방과정에서 해설사로부터 들은 원자폭탄 투하목표 선정위원회의 선정기준은 너무나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기준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직경 3마일(약 4.8Km) 정도의 시가지를 가진 인구밀집지역으로, 폭풍에 의한 효과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지형을 가진 도시이며 특히 원자폭탄의 위력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그동안 공습피해가 없던 지역”(아래 그림 중 문서자료 참조)이 선정기준이었고 그에 따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피폭 후 두 도시는 순식간에 불태워졌고 “땅 위의 지옥(hell on earth”라 불렸으며 그 해 연말까지 약 21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피해자 중 20%는 한국인이었다고 합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 80년, 증언자들의 연세도 대체로 80대 이상, 90대였기에 그 증언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여성연합은 이 소중한 목소리들이 사라지거나 힘을 잃지 않도록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연대를 더 열심히 해나가겠습니다. 여성의 경험과 목소리로 전쟁과 적대가 아닌 반전반핵평화의 미래를 열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원폭 피해자(히바쿠샤)의 증언과 관련 기록들